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3(마지막회)

2023. 12. 6. 21:43소설 모음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동수는 출소 후 정부에 글을 보낸다. 자신을 도와주고 알아주면서,

자신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 달라는 편지였다. 결국 정부는 동수의 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벨기에였다.

동수는 벨기에 국적을 취득한 후 한국 국적을 박탈당했다.

이제는 동수는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 빛이 넘치는 세계로 가게 된 것이다.

동수는 이제 기쁨과 꿈이 넘치는 곳에서 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벨기에의 유명한 건축회사에 취직하여 결혼도 하고, 완전히 조국과 인연을 끊었다.

그런 동수에게 처음으로 기쁜 소식이 들렸다. 동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동수는 스웨덴으로 날아가 노벨상을 수령하고 소감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세계 지구촌 국민 여러분, 저 피에르(이동수의 벨기에 이름)는 사랑했던 조국, 대한민국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한국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한 삶을 살았습니다. 과거에는 아버지와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았고, 고아원 생활도 했습니다.

저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취직 이외에 어떠한 기회도 없고,

일자리 이외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그런 시스템에 숨이 막혀서,

저 자신에게 못 견딜 정도의 학대를 하는 나라, 저 같은 사람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를 떠나서, 한국에는 없는,

어딘가에 있는 저의 행복을 찾아서 방황하다가 벨기에까지 온 겁니다.

존경하는 세계인 여러분, 저는 이제 이동수라는 이름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갈 겁니다.

앞으로는 저를 피에르 리라고 불러 주시고, 저를 건축가로 살게 보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제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이 노벨상을 받습니다. 사랑하는 세계인 여러분, 저는 이제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닙니다.

조국의 굴레를 벗어던진 저는 이제 완전한 벨기에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그는 평생을 건축가로서의 삶을 살았고, 한국에 없는 자신의 행복을 누렸다.

그 시각 한국에서는 동수의 부모가 처벌을 받았다는 뉴스가 전해져 내렸고, 동수는 이 소식을 듣자 기뻐했다.

잘 된 일이야. 한국은 이제 혼이 나야 해. 차라리 잘 됐어.”

동수의 홈페이지에서는 동수를 질타하는 한국 네티즌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동수는 조국을 등진 배신자’,

동수는 가룟 유다보다 더 하다등등이었다. 하지만 동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을 비판한 한국에 대한 미련을 버렸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 동수도 노인이 되었다.

동수는 병석에서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내가 죽거든 내 뼈를 벨기에 땅에 묻어 주시오. 후회는 없소. 벨기에에서 행복을 찾았고,

건축사업도 실컷 하게 되었으니까. 하나님, 저를 용서하시고, 천국에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동수의 나이 향년 87. 동수의 일생 그렇게 행복한 날은 없었다. 동수는 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빛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동수는 브뤼셀 어느 묘지에 묻혔다.

동수는 후회도 없이 천국에서 살 것이다. 자신이 누리고 싶었던 행복을 한국이 아닌 벨기에에서 누릴 수 있었기에.

동수의 묘지 아래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동수, 아니 피에르의 묘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암흑 속에서 빛을 찾았다. 어딘가에 있을 행복 속에서 살다가 행복한 삶을 쟁취한 사람 여기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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