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5. 10:27ㆍ소설 모음
하지만 동수는 달랐다. 동수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17세에 할아버지한테 엄한 꾸중을 들어야 했다.
“너는 우리 문중의 이름을 더럽히려고 작정했느냐? 네 형을 봐라.
네 형은 제사 지내는 환경이 좋아서 의젓하게 행동하고 있는데, 뭐? 건축가가 되겠다고?
그 따위로 살 거면 이 집을 나가거라!”
동수는 결국 문중에서도 쫓겨나서 이곳저곳을 방랑하다가
결국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여러 가지 검정고시를 치른 후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교 건축학과에 다니면서 장학생으로 장학금을 받으면서 고학을 한 끝에 겨우 졸업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졸업 후 건축사에 입사한 동수 앞에 부친과 계모가 나타나서,
“동수야, 부탁이다. 돈 좀 다오.”
“동수야, 이제라도 다 그만두고 공장일 좀 하렴. 부탁이야. 우리들은 교회에 다니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 부탁이야, 응?”
하지만 동수의 반응은 차갑다.
“민수 형과 저를 버리고 갔으면서 돈을 달라고요? 나는 당신들 같은 부모 둔 적도 없어! 나가!”
동수는 그렇게 냉정하게 대한다. 하지만 계모가 끈질기게 말하기를,
“건축업 따위 그만두고 교회에도 헌금하고, 공장 일 열심히 하고 예배도 드리면서….”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동수가 책상을 꽝 하고 친다.
“당신들은 내 가족 자격도 없어. 나에게는 당신 같은 가족 따위는 없었어. 내 인생 망쳐놓고 돈을 달라고?
경찰을 부르기 전에 나가! 꺼져 버려!”
"경찰? 흥!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우리 편이야. 우리 부모가 입만 뻥긋 하면 넌 끝이야.
좋은 말로 할 때 공장 일 알아보러 가자! 응?“
“싫다면 나를 죽이려 들겠지? 당장 나가!”
부모는 이를 갈면서 나간다.
“좋다. 후회하지 마라.”
그 후 3년, 카타르에서 건축업 설계를 맡던 동수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는데,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이동수 씨, 당장 귀국하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가 보면 압니다.”
귀국 비행기를 탄 동수를 기다린 건, 경찰 형사들이었다.
“이동수 씨, 외환 관리법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변명의 기회 있습니다.”
동수는 체포되어 시종일관(始終一貫) 보호받지 못한 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제가 건축업을 좀 하겠다는데 이러한 판결을 내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신이 하면 부실 공사의 위험이 있고, 당신, 부모의 말을 거역했지?”
“나에게는 부모 같은 건 없어요. 나는 그들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계속 이러면 출소 이후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해고되었으니까.”
“이건 부당해고예요! 저는 억울합니다!”
“증인을 불러 드릴 테니 자신이 저지른 죄를 뉘우치세요. 그럼.”
증인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자신을 버린 부모와 목사님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버지가 한 말,
“동수야,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애비의 말대로 공장 취직해서 마음을 잡자.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야.”
뒤이어 계모가 한 말,
“동수 너도 남들처럼 똑같이 예배도 드리고, 헌금도 하고, 우리, 다시 시작해 보자. 부탁이야.
너도 이제는 가장의 역할을 해야지. 안 그러니?”
하지만 경수의 반응은 차갑다.
“저는 당신들 같은 부모 둔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미 주님께 버림을 받은 몸이고,
저희 형제를 망친 당신들 따위, 부모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부친이 이를 갈며 하는 말,
“너 언제 인간 될래?”
목사님이 그 대화에 끼어든다.
“이동수 형제님, 부탁이 있어요. 예배 열심히 나와요. 하나님 말씀에는 은혜와 성령이 있고,
공장 일 하면서 하나님 일 열심히 하면 하나님께서 복을 주실 거예요. 어때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천국 가는 것이?”
동수의 마음은 이미 닫힌 지 오래고, 동수는 이제 대한민국을 떠나기로 마음속으로 결심한다. 마지막 남긴 말,
“저는 당신들과 인연이 없습니다. 아무 인연도 아니고,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 따위는 필요가 없어요.
부모가 평소에 저희 형제를 잘 돌봤더라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저에게는 부모도, 하나님도 없습니다.
저는 이민을 갈 겁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제 인생을 망쳐놓고 잘났다고 설치는 사람들과는 같이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동수와 한국과의 인연은 끝난다. 나갈 때 목사님이 한 말씀,
“이동수 씨, 이제 당신은 하나님을 버렸습니다. 다시는 한국에서 살 생각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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