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려인의 고백 1

2023. 12. 8. 19:24소설 모음

소설

어느 고려인의 고백

堂井 김장수

 

내 이름은 등촌(藤村) 조상순. 나는 지금 러시아 고려인이며, 소치에서 살고 있다. 소치는 비록 휴양도시지만,

이래봬도 2014년 동계 올림픽을 치른 곳이다. 비록 러시아의 최남단 도시이지만,

사계절 내내 따뜻한 기후에다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2018년 월드컵도 소치에서도 열렸고, 풍부한 먹을거리,

온순한 공기, 정말로 나 같은 사람도 살고 싶어 하는 살기 좋은 도시이다. 이제 나는 고려인이다. 러시아 사람이란 말이다.

이제 나의 러시아식 이름은 로베르트 조이다. 나는 다시는 한국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그러할 것이다.

나는 러시아 여자와 결혼했고, 언어로는 러시아어와 영어, 한국어를 동시에 쓸 수 있다. 내 나이 쉰셋인데,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이런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지금 나는 쇼트트랙 코치로 일하고 있는데,

한국 어린이들보다 행복한 러시아 어린이들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조국의 어린이들은 저주받은 상태이고,

철저히 부조리, 부정부패, 이기주의, 저성장 경제 고착화, 정치의 해이, 갈등, 열등감, 폭력, 실패 등을 즐기며,

개선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술과 돈과 권력에 걸신 든 한국의 풍토에 실망하여 떠나버린 나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계속 그렇게 살다가 망할 것이라는 걸 나는 잘 안다.

철저히 개인주의를 즐겨대는 저들에게 세계인은 헬조선이라 부른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발전과 희망 같은 건 없고,

돈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콧대만 세서 결국 국민의 손에,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까지 국민의 흉탄에 돌아가셨으니, 더는 미련 따위 두지 않기로 했다.

그 때문에 고려인들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되도록 가지 않는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동포들이 나에게 험한 욕설을 내뱉을까봐 두려워서이다.

나에게도 양심이란 것이 있는지 그들 곁에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안 가는 것이 나은지도 모른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 조국. 내가 바라던 내 조국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서른둘에 결혼하여 3남매를 낳았다. 장녀 카타리나는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차녀 엘레나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은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아들 요한은 소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할 뿐만 아니라 능력이 있다.

지금 나는 러시아의 교육제도에 만족한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정말 절망이다. 철저히 입시나 대학에 집중되어 있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편애하며,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노예이다.

스펙이라는 제도는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취업 공화국으로 만들어 서민들을 착취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철저한 경제이론과 법을 주입시켜 국민 사이의 분열을 부추기겠다는 것인지,

그것을 고치고 개선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 국민의 도리이자 상식이지만, 끝내 대한민국은 그것조차 거부했다.

지금 한국은 통일되었지만, 갈등과 경제 파탄 등으로 세계의 조소거리가 되었다. 같은 동포로서 너무 창피하다.

창피한 줄도 모르는 한국인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질주하고 있다.

어쩌다가 한국인이 집단으로 정신병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수치스럽고 치욕스럽다.

그따위로 하려면 통일은 왜 했는지, 무얼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실망했다.

이따금 뉴스에서 한국에 관련된 뉴스를 보면 한없는 절망감에 한숨이 나오곤 한다. 망해가는 내 조국, 저주받은 대한민국.

이제 대한민국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걱정스러우면서도 화가 난다.

보기 싫어도 안 보게 되는 나 자신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