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려인의 고백 3

2023. 12. 10. 18:39소설 모음

다음 날, 이삿짐을 꾸려서 인천공항으로 갈 준비가 되었을 즈음, 담임선생님과 목사님이 찾아왔다.

놀란 표정을 짓고서 말이다.

상순아, 정말 러시아로 갈 거니? 가게 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돼.”

너 거기 가면 예수님 안 믿을 거잖아?”

나는 한 마디 했다. 작별의 한 마디였다.

선생님들, 이제는 제 인생은 제가 개척합니다. 러시아로 가서 금메달 많이 따겠습니다.

훈련도 마음 놓고 못 하는 나라에서는 살고 싶지 않아요. 취직을 강요하실 거면 다시는 제게 말도 걸지 마세요!”

선생님은 네가 취직하는 거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 소원이 깨진 이상, 더는 한국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후회하지 마라. 떠나게 되면 못 돌아오니까.”

너는 이제 여호와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다. 가서 마음대로 잘 살아 보거라!”

그렇게 이삿짐을 꾸려 인천공항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났다. 모스크바에 발을 붙인 순간,

한국에 없는 알 수 없는 공기가 나를 감쌌다. 러시아어를 배우려면 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어떤 우즈베키스탄 사람의 도움으로 러시아어를 배웠고, 대통령이 러시아 국적 취득 동의서에 서명해 주었다. 고마웠다.

나는 조상순에서 로베르트 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한국 국적은 소멸되었고,

나는 러시아 국적을 얻었다. 그 후 소치에 정착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결과, 내 실력은 조금 늘었다.

어떤 러시아 선수가 나를 격려해 주었을 때, 한국에 없는 따뜻한 격려에 눈물이 났다. 그 뒤, 대망의 소치 올림픽이 열렸다.

나는 그 경기에서 3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 1개의 동메달을 땄다. 그 때, 나는 한국에 없는 열렬한 환호를 느꼈다.

나는 울면서 러시아의 국가를 불렀다. 후회는 없다.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었기에. 그 후 나는 결혼을 하였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훈련에 열중했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국민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나에게는 환영 대신 야유가 빗발쳤다.

, 조상순! 대한민국 말아먹고 뭐 하러 왔냐! 네 나라로 가!”

이제 후련하겠지. 너는 개념도 없니?”

그 야유에도 불구하고 3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한 번도 환영받지 못했다.

결국, 나는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야유와 욕설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식당에서도, 교회에서도 쫓겨나 눈물로 바깥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바깥에서 도시락을 먹는 중에서도 한국인의 험담은 계속되었다.

대한민국 싫다고 떠난 놈이 배짱도 좋다. 너 같은 놈은 금메달을 딸 필요도 없어. 알겠냐?”

이러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러운 감정을 억누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 내가 평창을 떠나는 날,

안녕히 계십시오, 대한민국이여. 다시는 돌아올 일 없겠지요.”

하고 말하는 그 순간, 신발 한 짝이 나에게 날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너에 대한 마지막 작별의 선물이다, 이 개새끼야!”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자는 경호원들에게 끌려 다니면서 계속 개새끼야!”라는 욕설을 내질렀다 하니,

나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조국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엉엉 울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정말 너무하시네요!”

하며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얼마나 서러웠던지 세계 언론이 나룰 둘러싸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평창 동계 올림픽은 끝나고, 러시아로 귀국한 후 한국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왔다. 그 편지를 열어 보니,

 

조상순의 대한민국 국적을 박탈하며, 대한민국 영토 안에 영구히 입국을 불허, 금지한다.

 

그 편지를 읽는 순간, 나는 펑펑 울었다.

사랑했던 조국에서 버림받은 나 자신을 돌아보니 참았던 울음이 둑이 터진 듯 쏟아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