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를 버렸다

2024. 6. 1. 12:01나의 이야기

수필

껍데기를 버렸다

堂井 김장수

 

서론 - 껍데기를 벗어버리다

나는 2024년 2월 15일 새벽에, 오랫동안 품었던 더러운 껍데기를 영원히 벗어던졌다.

처음에는 알 수 없는,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에 있던 파일들을 정리했고,

방에 있던 자료들을 모두 정리했다. 16년 동안 이 자료들을 끌어안고 돌아보니,

그 자료라는 것들은 사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던 쓰레기였다.

그 쓰레기를 끌어안고 사니까 나에게 오던 친구들은 지금 모두 떠났다. 그러고 보니 결혼도 못 한 채 언제나 혼자였다.

 

본론 1 - 16년 동안 품었던 헛된 꿈

나는 한때 대통령이 꿈이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군주가 되고 싶다는 헛된 꿈도 있었다.

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인가는 진심으로 하고 싶었다.

하늘을 대신해 덕을 베풀며 대한민국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꿈을 2008년 6월 5일부터 갖게 되었으나,

그 어리석은 일념 하나로 무려 16년 동안이나 뜬구름을 잡는 짓을 했다.

하지만 그 동안 그 꿈을 양 손에 꼭 움켜쥐고 돌아보니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나름대로 연호를 정하고,

헌법과 관직까지 정했건만, 그건 대답 없는 메아리였으며, 혼자만의 잠꼬대였고,

아무도 듣지 않는 정신장애인의 헛소리였다. 16년 남짓 장애인 중에 나만 잘났다고 나의 꿈을 꼭 붙들고 살았는데,

내 생각만 옳다고, 내 생각이 진리라고 교만한 생각을 했었던 지금 나에게 남은 건 나이와 잔주름, 외로움이었다.

게다가 그 건방진 생각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 다가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되돌아보니 타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데

나는 헛된 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세월을 낭비하며 그런 더러운 감옥 속에서 16년을 살아온 것이었다.

 

본론 2 - 잃어버린 내 과거를 불태우다

나는 2월 15일자로 쓸데없는 글이나 그림, 자료, 파일들을 모두 정리했고,

이틀 후 어머니가 그것들을 아궁이에 던져 넣으셨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왜 이런 쓰레기들을 갖고 왔느냐고,

이사 갔을 때 버렸어야 했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에는 내 손으로 했다.

그렇게 나의 헛된 꿈을 오히려 부추긴 쓸모없는 자료들은 한 줌의 재가 되었고, 타고 남은 잿더미들은 밭에 버려졌다.

내가 해온 일이라는 것들이 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들도 안 보는 것들은 모두 정리했다. 그렇게 미련 없이 정리하고 나니 후련했다.

- 비록 허무하고 공허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 무려 16년이나 그 더러운 왕관을 쓰면서도

나 자신이 한 일들이 옳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던,

인터넷에다 함부로 보잘것없는 권력을 휘둘러 온 나 자신이 창피하고 부끄러워졌고,

그 더러운 왕관을 이제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그런 결단을 하게 된 것은 내 방의 책상이 넓어졌고,

전에 쓰던 책상은 버려졌으며, 침대는 에어컨 앞으로 직접 설치된 것이었다. 동생과 어머니가 방을 정리해 주신 건데,

그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리하기 꽤 어려운 시간이지만 차근차근 할 것이다.

 

본론 3 - 왕관을 다시 써라

18일에는 헛된 꿈을 버렸다고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드리고 나니까 이제는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그 더러운 왕관을 다시 쓰라는 악마의 유혹도 수도 없이 당했다.

다시는 쓰지 않으려고 해도 악마가 자꾸 나를 괴롭힌다.

내가 그렇게도 소중히 여겼던 큰 소유를 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성령의 감화를 외면하고

다시 왕관을 써야 하는지, 그렇지 않는다면 전보다 더 큰 고통을 겪으라는 건지, 이제 나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호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되었다. 난 다시는 그 더러운 왕관을 쓸 생각이 없고,

헛된 생각 따위 하고 싶지도 않지만, 악마는 자꾸 헛된 생각을 내게 주입시킨다. 그것이 괴롭다.

- 만약 그 날에 헛된 꿈과 관련된 것들을 버리지 않았으면 나는 이미 정신이 나가버렸을지도 모르고,

정신장애는 전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다. 끔찍했다.

 

본론 4 - 큰 소유를 버리고

나는 내가 가진 큰 소유를 버리니 정말 마음이 편하다. 나는 정신장애 중증 치료를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큰 소유를 버리고, 헛된 꿈을 버리고, 이제는 다시는 잡을 수 없는 큰 권력의 꿈마저

이제 십자가 앞에 내려놓기로 했다. 내가 해 온 행동이라는 짓들이

나와 결혼할 미래의 아내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까봐 두렵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결단했다.

미래의 아내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아내 될 사람이 싫어할 것들은 과감히 정리했다.

사랑하는 미래의 아내는 나 자신이 아껴 주어야 하고,

먼 훗날의 아내에게는 서로간의 사랑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아침 안개처럼 부질없구나, 권력이란 건 참으로 무상한 거로구나 하면서,

이제 다시는 그따위 글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블로그와 카페 등도 개혁을 단행했고,

나의 헛된 꿈을 아예 블로그와 카페에서 삭제했으며, 네이버나 다음 카페도 몇 개는 탈퇴했다.

이상한 평론도 삭제했고, 그 쓸모없는 연호도 헛된 이름도 삭제했다.

 

결론 - 새출발

이제야 부끄럽고 더러운 껍데기를 버리고 미래에 생길 사랑하는 배우자와 부모님,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편, 자식,

형, 그리고 미래의 아빠로서 나는 결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비록 늦었어도, 40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나는 다시는 허울뿐인, 가짜 꿈을 꾸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그 더러운 빈껍데기를 영원히 십자가 밑에 벗어던지고 위대하고 작지만 강한 나라, 세계 속의 초강대국,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시민으로 돌아간다. 너무 늦었어도 조금씩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나는 이제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다. 어두운 땅 속을 벗어나 푸르고 맑은 하늘 위로.

되지도 않는 헛된 꿈 때문에 잃은 것도 많고 후회되지만,

잠시나마 그 헛된 꿈에 취해 남을 돌아보지 않았던 시절은 물에 흘려보내고

또 한 줌의 재로 보내고 이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미래에 나와 아내 우리 둘이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

그리고 살아야 할 여생을 위해.

 

큰 꿈을 움켜쥐고 16년 속의 고독

이제는 아무도 없어 외로웠던 지난날

내 마음의 결단을 굳게 지켜 큰 소유를 버리니

마음의 평안이 찾아와 안정 속에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하네.

이렇게 형편없이 헛된 꿈을 의지한 내가 부끄러워

2월 15일자로 모든 것을 미련 없이 정리했네.

이사를 가면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지만

껍데기를 버린 지금 나에게는 티끌만도 못하네.

 

지금에야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다 부질없는 짓.

돌이켜보면 감춰왔던 두 줄기 눈물

편백나무 방 안에 누워 생각해 보니

이제 진작 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뒤늦은 후회만이 밀려오네.

이제 헛된 권력을 영원히 내버리고

돌아보니 외로운 38년 인생

이제 중년의 아침 햇살 나를 비추면

자랑스럽고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은 생을 마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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