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2015. 10. 20. 21:37나의 이야기

 

단편소설

 

나의 아버지

 

堂井 김장수

 

 

 

프롤로그

 

자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식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자식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을 간파하고 인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간디의 아들 할리랄은 영국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할리랄의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아버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가 비참한 일생을 마쳤다.

 

자식이 무언가에 기쁘게 행동해야 희생인 것이지만, 강요되는 희생은 부당한 것이다.

 

그건 너무 힘들고 무거운 짐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식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응원과 지지이다. 가족들이 자식의 꿈을 응원해 줄 때, 자식은 부모의 효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식은 부모의 노리개가 아니다. 자식은 부모를 닮은 인격체이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

 

김정수.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를 잘 해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사회운동가였고, 어머니는 대학 교수였다. 그는 남동생을 3명이나 두었는데, 다들 똑똑하고 영리했다.

 

일곱 살 때부터 김정수는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어 했다.

 

 

 

정수 - 아빠, 저 미국 가서 공부할래요.

 

아빠 - 안 돼. 우리나라에도 좋은 학교가 많잖니? 아빠랑 같이 평범한 학교나 알아보자.

 

엄마 - 여보, 정수는 미국에 유학을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정수는 훌륭한 인물이 되고 싶어 해요.

 

아빠 - 정수는 우리 대한민국의 기준에 맞추어야만,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거야. 당신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정수 학교나 알아봐요.

 

 

 

정수는 천자문,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스스로 익히며, 장차 국제 NGO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정수를 철저한 사회운동가로 키우고 싶어한다.

 

세광초등학교에 입학한 정수는 공부를 잘 해 초등학교 6년 내내 전교 1등을 했다.

 

하지만 그런 정수를 언짢게 생각하는 단 한 사람, 그는 바로 못 말리는 사회운동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사회운동에 철저히 전념하느라 가족 같은 건 절대로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불행한 사춘기

 

창일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가 입학식에 찾아오셨다.

 

아빠 - 아빠는 너를 사회운동가로 키우고 싶다. 사회에 봉사하며 일하는 사람은 어떠한 대가도 바라서는 안 돼. 개인행동은 안 된다.

 

개인적인 것이란 없어. 모든 것이 국민을 위한 거야. 나는 차별을 두지 않아.

 

정수 - 아빠는 정말 너무하세요. 아빠는 사회운동과 거리에서 시위하느라 가족 같은 거 신경 쓰신 적 있어요?

 

제가 생일 때마다 아빠는 한 번도 집에 들어오시지 않으셨잖아요?

 

아빠 -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정수 - 제 소원이 뭔 줄 아세요? 제가 꿈을 이루는 것과 우리 가족 여섯 식구 한솥밥 먹어 보는 거였어요.

 

그 소원을 어그러뜨리시고 어떻게 아버지의 이상만을 철저히 강요하시나요?

 

아빠 - 정수야, 이 세상은 철저히 정부와 국민의 싸움으로 점철돼 왔단다.

 

이 나라 대한민국은 돈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로 양분되어 있어.

 

정수 - 그게 제 꿈과 무슨 상관이에요?

 

아빠 - 나는 네가 그따위 교육에 순종하기를 원하지 않아. 아빠랑 같이 시위 현장에 가자. 시위 현장에서 네가 배울 게 많을 거야.

 

정수 -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요. 제발 제 앞길을 막지 마세요!

 

아빠 - 정수야, 아빠 말 잘 들으면 네가 좋아하는 책 한 권 사 줄게. 부탁이야. 아빠랑 시위 현장에 가자. 응?

 

잠시 침묵이 흐른다.

 

아빠 - 아빠의 평생소원은 너와 네 동생들이 아빠처럼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거야.

 

아빠는 네가 열성적인 사회운동가가 되는 것이 소원이란다. 네 동생들도 사회운동가가 되기를 원하고 있지 않니?

 

아빠랑 같이 애국의 길을 모색해보자.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응?

 

정수 - 저는 아빠가 제 꿈을 지지해주시고 미국 유학을 보내 주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버지를 거역하면 누구든 간에 고소하시고 반대하시잖아요.

 

제 학교 등록금으로 시위현장에 쓰시고 엄마나 동생 같은 건 한 번도 생각이나 해 보신 적 있으세요?

 

아빠 - 너 계속 그러면 아빠 화낸다!

 

정수 - 저는 미국에 가고 싶어요. 제발 미국 유학에 보내 주세요!

 

아빠 - 우리는 한국의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거야. 여기 있는 모두가 네 이웃이고 네 친구야. 항상 그걸 잊지 마.

 

그 시간에 시위 현장에서 열심히 하겠다!

 

 

 

그 때, 선생님이 나서서 말참견을 한다.

 

 

 

선생님 - 정수 아버님, 정수는 미국에서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해요.

 

그런데 아버님께서는 정수가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으시는가 봐요?

 

아빠 - 저는 기필코 정수를 사회운동가로 만들 겁니다. 대한민국의 사회가 잘못되어서 제도와 헌법에 문제가 있어요.

 

왜 정수가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왜 잘못된 사회를 바꿔야 하는지, 왜 대한민국 교육제도를 바꿔야 하는지,

 

저는 정수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선생님 - 그건 이상주의자의 잠꼬대예요!

 

아빠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수가 사회운동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까지 제대로 못 삽니다!

 

정수 - 다시 말씀드립니다. 저는 미국에 가고 싶어요!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그 말을 참지 못한 아빠는 결국 정수의 뺨을 때리고 만다. 그 때문에 입학식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경찰까지 출동해 정수 아버지를 체포한다. 불구속 입건 후 아버지는 정수에게 더욱 엄격하게 대했고,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서 정수의 꿈을 철저히 짓밟았다. 아버지는 더욱 시위에 미쳐 살았고,

 

끝내는 바람까지 피우고 동생들의 인생을 망친다.

 

그것도 모자라 정수의 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정수의 퇴학을 권고하기도 했다.

 

참지 못한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정수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와 정수의 대화.

 

 

 

아빠 - 말해봐라.

 

정수 - 말할 용기를 내고 있는 중이예요.

 

아빠 - 정수야, 아빠가 너와 얘기하는데 무슨 용기씩이나 필요해? 그냥 얘기해. 아빠가 들어줄게.

 

정수 - 제 이야기를 듣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아빠 - 인정한다. 아빠가 잘못했다.

 

정수 - 세상은 저를 아버지의 아들로 알지만, 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라요.

 

아빠 - 그렇지 않아. 넌 아빠의 아들이야.

 

정수 - 저는 아빠가 시위하시는 동안 늘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어요. 어려운 생활을 하는 중에도 아빠는 다정한 말 한 마디 없으셨어요.

 

사랑?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요. 저야 교육도 어렵게 받고 어려운 위기야 넘겼지만, 제 동생들이 너무 불쌍해요.

 

아빠 - 세상이 널 기다리고 있잖니?

 

정수 - 제가 아니라 아버지를 기다리죠.

 

아빠 - 그래도 네가 집에 돌아오니까 위안이 되는구나.

 

정수 -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에요.

 

아빠 - 너는 지금 자유로운 몸이야, 정수야.

 

정수 - 자유라고요? 저희들한테 이 모든 제약을 두시면서 무슨 자유인가요?

 

아빠의 뜻을 따르느라 제 나름대로의 생활과 꿈은 철저히 짓밟혔어요. 제 생각도 아빠의 생각에 맞아야한 했던 제 세월이 한스러워요!

 

아빠 - 정수야!

 

 

 

결국 정수는 울음을 터뜨린다. 참고 참았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서러움이 폭발하고 만다.

 

 

 

정수 - 저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아들로서 제 날개를 잘라놓으실 뻔해놓고서 어떻게 가족한테 용서를 바라시죠?

 

아빠, 저는 더 이상 숨 막힌 채로 살고 싶지 않아요. 저도 숨을 쉬고 싶어요!

 

더 이상의 대화는 없고 정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다. 그 후 정수와 아버지는 의절한다.

 

정수는 미국에 귀화하여 국제 NGO에 가입하여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미국까지 쳐들어와 정수의 해고를 촉구하여 심지어 정수의 동생들을 시위에 동원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수의 약혼자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결국 한국으로 추방된 아버지는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형 집행 전 아버지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마지막까지 정수를 한국으로 돌려보낼 것을 호소하는 유언이었다.

 

 

 

아빠 - 내 아들 정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정수는 평생 아빠 말도 안 듣는 아이였다.

 

결국 미국에서 꿈을 이루니 속이 후련하겠지, 아비를 죽여 놓고. 정수의 이단적인 행위는 대한민국과 미국에 크나큰 피해가 될 것이다.

 

정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낙오자나 저주받은 아이로 남을 것이다. 정수를 한국으로 보내 줄 것을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나는 정수를 사회운동가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로써 나의 꿈은 끝났다. 내 아들 정수는 이제 내 아들이 아니다.

 

 

 

그 말을 남기고 정수 아버지는 사형에 처해진다. 평생을 못 말리는 사회운동가로 살면서 자식들의 인생을 지배하려 했던 대가였다.

 

 

 

행복한 생활

 

그 후 정수는 노벨 평화상을 받는다. 정수는 깨달았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을 느꼈다.

 

친척들은 정수를 축하했다. 정수는 한 없이 기뻐했다. 미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수의 세 동생은 지금 가난한 생활을 면하지 못했고, 결국 정수와의 인연을 끊었다.

 

정수는 어느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수 - 우리 아버지는 사회운동가셨습니다. 하지만 훌륭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사회를 위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었지만 한국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죽게 했는데 무슨 낯으로 고향에 돌아가겠습니까?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제 꿈을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후

 

세월이 흘러 정수는 노인이 되었다. 병약한 몸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4남 3녀를 훌륭하게 키워 대한민국과 미국에 훌륭한 인재로 키웠다. 얼마 후 정수도 병들어 죽었다. 향년 91세.

 

후회 없는 행복한 일생이었다.

 

동은(東隱) 김정수. 그는 죽었지만, 역경을 딛고 벽을 넘어선 그의 행복한 일생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가 죽은 후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꿈을 이루니 마음은 편하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 꿈은 나의 인생의 이정표이다.’

 

 

 

에필로그

 

나 자신이 자식을 낳았을 때 자식을 억압하고 속박하는 면은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수 아버지는 철저한 이상주의자의 길을 고집하다가 정수의 인생을 망치려다 사형 당했다.

 

내 자식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 나 때문에 자식이 잘못될까봐 걱정된다.

 

나도 결혼하고 싶다. 결혼해서 부모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P.S. 이 소설은 간디 부자의 이야기를 의인화하여 지은 소설입니다. 표절 의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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