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만 했던 내조국

2016. 1. 9. 07:40나의 이야기

소설

떠나야만 했던 내 조국

堂井 김장수

 

경수는 양궁 기대주였다. 1985 4 29일에 태어난 그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는 장난감 활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엄마가 사 준 것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경수는 꼭 양궁 선수로 성공해서 부모님을 편히 모시고 싶었다.

그것을 안 부모님께서는 어려운 생활 형편에도 불구하고 훈련 비용을 마련해 주셨다.

아빠는 7년 된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유리 설치 공사 등을 하면서 훈련 비용을 마련했고,

엄마는 식당 파출부 등을 하면서 경수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그 덕분에 경수는 조혜련(가명) 코치에게 정식으로 양궁을 배웠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전국 소년 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부모님은 이런 경수를 보고 흐뭇해하셨다. 아빠가 하신 말,

경수 네가 한국에서 큰 활약을 하니까 그나마 안심이 된다. 그렇지?”

경수는 자신의 포부를 솔직히 밝힌다.

저는 최고의 양궁선수가 되고 싶어요!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그래, 우리 아들! 엄마가 열심히 해서 경수가 금메달 따는 거 봐야지.”

하지만 그런 경수를 언짢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경수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 구성원들이었다.

OO교회 목사님은 경수 부모님께 이런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경수 아버님이신가요?”
, 그런데 목사님께서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셨나요?”

, 경수 양궁 당장 중단시켜 달라고 부탁하려고 전화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그럴 생각 없는데요. 경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여러 소리 마시고 순종하세요. 저는 경수가 양궁 선수가 되어 하나님의 성령을 저버린다면

저는 경수네 식구들을 용서할 생각 없습니다. 당장, 지금 당장!

경수 양궁 중단시키시고 경수한테 성경을 가르치세요. 지금 당장!”

그것만은 순종할 수 없습니다.”

목사님의 끈질긴 설득도 계속된다.

경수 아버지, ‘순종이 제사보다 나으니라라는 성경 말씀도 있잖아요?

저는 경수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서 구원 받고 천국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전화를 드린 겁니다.

경수는 지금 망상장애에 빠져 있어요. 경수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또래 친구들,

경수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교회에 많이 있어요. 부탁 드립니다.

경수 양궁 당장 중단시켜 주시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세요.

만일 경수가 금메달 하나라도 딴다면 저는 경수네 가족을 출회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금메달 따서 하나님을 버리시겠습니까 아니면 꿈을 버리고 하나님께 순종하시겠습니까?”

경수 아버지는 선택의 시간을 눈앞에 두고 고민했지만, 그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경수 아버지는 단호한 작별의 말을 던진다.

저는 경수가 금메달을 따와서 나라와 집안에 영광을 남기는 것이 소원입니다.

경수가 양궁을 할 때, 한 푼이라도 보태준 것이 있나요? 우리는 이제 교회 그만 다닐까 합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아버지는 전화를 끊어 버린다. 이후에 열린 가족 회의 시간에서 아버지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여보, 우리는 OO교회에 다니지 말아야겠어.”

“무슨 일이에요? 목사님한테 전화가 왔나요?”

목사님 하는 말이, 경수 양궁 당장 중단시키래.”

그랬더니 당신은 뭐라고 했어요?

그럴 수 없다고 하고 끊어버렸지.”

엄마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잘 되었어요. 경수가 양궁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이 보태준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교회 식구들과 인연을 끊어버리는 것이 차라리 나은지도 몰라요.”

경수는 이제 실감이 간다. 정들었던 교회 식구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한 말씀,

경수야, 이제 교회 다니지 마라. 교회에서는 양궁을 못해. 양궁을 택하느냐 교회를 택하느냐 둘 중 하나를 택하렴.

교회에서는 꿈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해. 경수 생각은 어떠니?”

경수는 이제 결심한다.

아빠, 이제 양궁만 열심히 할래요.”

그래, 좋아. 아빠도 열심히 살게. 우리 열심히 살자.’”

우리 아들 참 착하네. 이제 교회 없는 곳으로 가자.“

며칠 후, 경수네는 이사 준비를 마친다. 그 때, 교회 전도사님이 이사 현장에 갑자기 들이닥친다.

경수 아버지, 끝까지 하나님께 불순종하실래요?”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경수가 양궁 좀 하겠다는데 교회가 보태 준 거 있어요? 당장 나가요!”

전도사님도 물러서지 않는다.

당장 이사 중단하시고 교회에 나오세요. 경수 부모님은 지금 하나님과 성령을 거역하고 있어요!”

악을 쓰는 전도사님의 목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경찰이 찾아온다.

무슨 일이십니까?”

자꾸만 행패를 부리는데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경수 엄마가 고함을 지르는데, 전도사도 지지 않는다.

경수 부모님은 성령을 모독하고 있어요! 경수 예배 드리라는데 가로막고 있잖아요!”

바로 그 때, 담임 선생님께서 찾아오셨다.

무슨 일이 있나요?”

, 선생님, 경수가 양궁을 좀 하겠다는데 들이닥쳐서…….”

경수야, 선생님이야.”

경수가 밖에서 나온다.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경수야, 양궁 당장 그만두렴.”

무슨 말씀이세요?”

경수야, 너희 집은 가난하잖아. 저분 말씀이 옳아.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 네가 원하는 양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

우리, 다시 한 번 시작하는 거야. 공부 열심히 해서, 명문대학을 나와서 취직하는 것이 선생님 소원이야. 도와줄게.”

담임 선생님은 경수가 양궁선수로 사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전도사님이 그 대화에 끼어든다.

경수야, 이제라도 교회로 가자. 하나님 말씀은 살아있고, 하나님은 너를 너무 사랑하셔.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서 우리 예수님 믿고 천국 가자. ?”

경수는 단호하다. 마지막 작별의 말,

선생님들은 제가 양궁 할 때 보태 준 적 있어요? 제가 실패자로 사는 꼴 그렇게 보고 싶으세요?

저는 제가 원하는 길을 갈 거예요!”

담임 선생님과 전도사님은 긴 한숨을 내쉬며 영원한 이별을 예고한다. 경찰이 말하기를,

이제 저 학생 가족을 말려 봐야 소용없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이미 인연은 끝났어요.”

그렇게 긴 소동은 막을 내리고 OO교회와의 인연은 끝난다.

담임 선생님과 전도사님은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나가 버린다.

그렇게 경수네는 새 삶을 찾으러 정답게 살던 동네를 떠났다. 얼마 후 전학 온 학교에는 양궁부가 있었다.

그 부서에 들어가 다시 새롭게 활약하기 시작한다. 6학년 때는 전교 우승의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경수는 갑자기 손가락에 부상을 입는다.

다시는 양궁을 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워했던 경수에게 뜻밖의 유혹의 손길이 몰려온다. 이 때가 중학교 2학년.

다름아닌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과 OO교회 목사님과 교회 식구들이었다.

경수야, 안녕? 오랜만이구나.”

경수야, 선생님 알지?”

경수는 놀란다.

선생님하고 목사님이 무슨 일이에요?”

먼저 목사님께서 한 말씀,

경수야, 양궁 그만두렴.”

왜요?“

하나님 명령이니까. 경수야, 나는 네가 하나님 말씀 잘 듣고 순종하면서 예배에 매일 순종했으면 좋겠어.

우리, 하나님 안에서 다시 시작하자. 부탁이야. ?”

담임 선생님이 맞장구를 친다.

경수야, 우리 다시 시작하자. 제발 부탁이야. 양궁 그만두자. ?

선생님은 네가 남들 가는 길 똑같이 가면서 대학 나오고 취직해서 가난한 집안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양궁보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선생님 소원이야. 선생님은 기도했단다. 경수 네가 양궁 그만두게 해 달라고.”

목사님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경수야, 네가 교회를 떠난 이후 너무 안타까웠어. 너무 안타까워서 우리는 매일 기도했어.

경수가 양궁 그만두게 해 달라고; 오늘은 하나님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고, 경수가 구원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부탁한다, 경수야. 너는 하나님의 자녀야. 순종하겠다고 맹세해. 어서!”

그래, 경수야.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지. 선생님은 경수가 좋은 대학 나와서 취직하는 것이 선생님 소원이야. 부탁이야.

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러면 대학 특례 보장해줄게. ?”

집사님이 한 마디,

경수야, 우리 하나님께 기도 드리자. 하나님 아버지, 경수가 멀고 먼 방황의 끝에서 벗어나

사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도록 다윗과 같은 힘을 주시옵소서. 양궁보다 하나님 말씀을 더 중요시하게 하시고

활을 쥐는 시간이 성경 읽는 시간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역사하여 주시어

경수가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 주시고 경수 부모님이 하나님께 회개할 수 있도록...….”

이 기도를 받으면서 경수는 역겨운 것을 간신히 참는다. 경수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의 순간이다.

바로 그 때, 이 애끓는 기도 소리를 듣고 교장 선생님이 들이닥친다.

여러분은 경수 인생을 망칠 작정인가요? 당장 나가세요!”

교회 집사님 또 한 분이 한 말씀은,

당신이 뭔데 간섭이야! 나이 처먹었으면 나잇값을 해!”

경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참고 참았던 분노를 쏟아낸다.

여러분은 제 인생을 망치려고 온 것 맞잖아요. 저는 양궁에서 꼭 금메달을 따기 전에는 못 가요!

제발 제 앞길을 막지 말아요! 남들과 똑같은 인생 살고 싶은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으니까!”

순간 기가 막힌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아버지가 침묵을 깬다.

여러분은 경수의 인생을 망치려고 여기 기어들어온 겁니까?

여러분은 우리 집이 가난할 때 뭐 하나 보태준 거 있습니까? 경수는 큰 인물이 될 아이예요.

하지만 여러분의 행태를 보십시오. 시종일관 경수를 저주하고 있잖아요! 경수가 여러분께 큰 죄라도 지었습니까?

경수가 양궁 좀 하겠다는데 보태 준 거 있어요? 우리는 이미…….”

바로 그 때,

닥쳐!”

급기야 담임 선생님의 증오 어린 절규가 이어진다.

김경수, 너 하나님을 택할래, 양궁을 택할래? 지금 선택해, 당장!”

그 순간, 조 코치가 들이닥친다.

강 선생님, 선생님은 경수 잘 되는 꼴이 보기 싫으시죠?”

조 선생님이 뭔데 간섭이에요? 나는 경수가 대학 가는 거 보고 싶단 말이에요!”

강 선생님이야말로 징계 대상이로군요! 경수는 양궁으로도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어요!”

경수의 마지막 한 말은 관계자들을 눈물 흘리게 한다.

저는 양궁을 선택했습니다. 더 이상 제 갈 길을 막지 말아주세요. 저도 지쳤어요.

잘하면 나를 불구자로 만들어서라도 여러분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나를 불구로 만들어서라도 일반 대학에 보내려 할 거잖아요?

저는 남들과 똑 같은 길, 가고 싶지 않아요! 나는 한체대에…….”

경수가 할 말을 하는 그 순간, 담임 선생님의 따귀가 올려온다. 담임 선생님의 분노가 극한을 넘어선 것이다.

그래, ! 그렇게 하나님보다 양궁이 좋으면 다시는 교회에 오지 맛!

선생님은 일반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하는 거 보는 것이 소원이었어! 정 양궁을 하고 싶으면 이민 갓!

다시는 한국에 오지 말란 말이얏!”

무슨 짓이에요, 강 선생님! 선생님은 경수를 노리개로 삼을 생각밖에 없던가요!”

담임 선생님은 울면서 절규한다.

조 선생님이야말로 징계 대상이네요!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어요. 난 경수를 공부시키고 싶었어요.

나는 경수를 취직시키고 싶었는데…… 으흐흑…….”

말을 끝내기 전에 담임 선생님의 울부짖음이 병실 안에 울려 퍼진다.

바로 그 순간, 의사 선생님과 간호원들이 경수의 병실에 들어와서는,

이 환자 앞에서 무슨 짓들입니까? 모두 나가 주십시오. 이 환자는 안정이 필요합니다.”

OO교회 한 집사님이 소리친다.

그럴 수 없어요! 경수가 교회 다니겠다고 맹세하기 전까지는 우리 못 나가요!

급기야 간호원들과 경찰들이 찾아와 담임 선생님과 교회 식구들을 끌어낸다.

선생님과 교회 식구들은 끌려가면서도 절규한다. 경수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나는 양궁이 하고 싶었어. 왜 나만 갖고 그래? 내가 뭘 잘못했어? 금메달 따오겠다는데 그것도 죄야?”

 

악몽 같은 시간이 흐른 후, 경수는 소속팀에 편지를 보냈다. 마음껏 양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 달라는 편지였다.

그렇게 한참을 알아보다가 찾아낸 곳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었다. 그래서 경수는 남아공으로 떠났다.

경수는 남아공에서 양궁 클럽에 들어갔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정착했다.

얼마 후 올림픽이 열렸는데, 경수는 대한민국 국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한국 친구가 없었기에 경수는 혼자 금메달을 딸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 시상식에서 경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무도 나를 응원해 주지 않는대도 후회는 없다. 나는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얻었으니까.

이제 나의 꿈을 저주하는 사람들과 같이 동고동락하기는 싫다.’

 

얼마 후, 소원대로 금메달을 딴 경수는 전에 살던 동네로 돌아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수는 전 국민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왠지 딴판으로 조용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다른 곳에서는 나를 뜨겁게 환영해 주었는데……. 내가 아직도 미운 건가?’

그 때, 어떤 아저씨가 경수한테 다가와서는,

, 김경수! 금메달 땄으면 가! 금메달 따왔으니 소원 풀었겠지, 이 동네에 뭐 하러 와? 네 나라로 가!”

교회 전도사님은 경수에게 다가와서 영원한 작별의 말을 던진다.

너는 소원대로 양궁에서 금메달을 땄으니까, 이 시각 부로 너는 여호와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다.

더 이상 너는 교회 성도도 아니고, 너는 너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살면 돼.

대한민국에서 살 자격도 없는 아이를 성도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너는 환영 받을 자격도 없으니까 남아공으로 가!”

잠시 후 만난 담임 선생님도 영원한 작별의 말을 던진다.

김경수. 너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 거야. 선생님의 소망은 영원히 깨져 버렸다.

이제는 너는 너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살면 되는 거야. 이제 우리는 널 용서할 수 없어. !”

여러분께서는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금메달 따는 게 그렇게 싫었나요?”

그 순간, 담임 선생님의 따귀가 날라온다.

가버려! 더 이상 너를 환영할 수 없으니까!”

분노가 폭발한 경수. 이제는 경수의 입에서 고향과의 영원한 결별의 말이 나온다.

이제 여기에 미련은 없다. 다시는 이 동네에 오지 않겠다. 금메달도 환영 안 하는 동네에 무엇 하러 오는가!

안녕, 대한민국이여!”

경수와 고향과의 인연은 영원히 끝나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경수가 한국에서 갖는 마지막 기자회견이 열린다.

 

저는 더 이상 한국에 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방해로 놓칠 뻔했던 금메달의 기회를 성취했지만,

한국 국적으로 딴 금메달도 환영하지 않는 동네와 고향은

이제는 어린 시절 잠시 꿈에서 나타나는 아지랑이와 같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교회에 다니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 어떤 교회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고,

한국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금메달 하나 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막상 금메달을 따고 나니 대한민국에 대한 미련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교회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니까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교회의 집요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이룬 꿈이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안녕, 대한민국! 안녕, 한국 교회여!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 기자회견이 끝난 후, 경수는 이민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김경수는 남아공 국적을 취득했다.

금메달을 따고 난 후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박탈당했다. 경수는 울면서 대한민국에 작별의 말을 던진다.

안녕, 대한민국……. 다신 만나지 말자. 안녕, 대한민국이여!”

얼마 후 경수는 인천공항을 거쳐 남아공으로 떠났다. 그렇게 경수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모든 굴레로부터 벗어난 것이다.취직의 굴레, 갈등의 굴레, 속박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났다. 그 뒤 한국 정부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한국 국적을 박탈함과 동시에 한국 입국 금지 결정이 떨어진 것이다. 경수는 울면서 기뻐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저주로부터 해방되었으니까 말이다.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 어느덧 35년 후다. 그러니까 김경수가 국적 박탈된 나이가 16세이니까

어느덧 경수는 세 아이(1 2)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경수는 25살에 결혼했다. 아내는 남아공 교포였고,

큰딸 미랑이는 남아공 공군 대령과 결혼해 딸 둘을 두었다. 미랑이는 아버지를 닮아서 양궁을 좋아했다.

벌써 남아공 국가대표로 나가서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작은딸 미란이는 남아공 배구 대표로 나갔고,

아들 용식이는 우등생이었는데, 남아공 축구 대표로 나간 적이 있다.

성암(星巖) 김경수는 남아공 양궁 팀을 지도하는 한편 소설가로 명성을 떨쳤다.

어느 날, 경수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지금쯤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소? 20여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가지 못했어요.”

고령화가 심각한가 봐요. 젊은이들은 희망이 없고, 배금주의가 판치고 있어요.”

이 나라의 운명이 얼마 안 남았나 봐요. 실망했소.

우리는 갈등을 즐기는 대한민국의 굴레에서 벗어나니 행복하오. 안 그래요?”

경수의 말대로였다. 고령화에 경제불안정이 겹친데다 인구도 줄고, 갈등과 부실, 부조리와 부패를 즐기고 있는데다가,

오히려 국민의식은 더욱 타락해져 갔고, 희망과 미래도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비록 통일이 되었지만, 경수에게 대한민국은 남의 나라.

성암 김경수는 그 후 남아공 양궁협회에 50만 달러를 기부하며 남아공 양궁의 발전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얼마 후 남아공에서 경수는 남아공 정부에서 주는 훈장을 받았다. 훈장을 받고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도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겠지.

어쩌면, 심각한 미개국 형태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지. 이런 나라를 떠나기를 참 잘 했어.’

성암 김경수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다시는 대한민국에 돌아올 수 없게 된 그 순간,

정신적인 미개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이 허무하게 헌정사를 끝내는 망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순간이, 대한민국이 허무하게 모든 것을 끝내는 순간이,

대한민국의 찬란했던 역사가 아침 안개처럼 허망하게 끝나는 그 순간이 말이다.

성암 김경수. 어쩌면 그는 돌아올 수 없는 조국의 비참한 미래를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슬픈 역사를 가진 나라의 비참한 새드엔딩을 미리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양궁 금메달을 위해 떠나간 조국의 암담하고 비참한 미래를 예견했듯이.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업  (0) 2016.07.16
시험기간  (0) 2016.06.11
나의 아버지  (0) 2015.10.20
FC안양 해체 반대  (0) 2015.10.20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0)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