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1. 12:11ㆍ소설 모음
소설
한국의 그늘 아래서
堂井 김장수
윤정식. 그는 평범한 한국 소년이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왕따를 겪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너무 잘난 척을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잘난 척을 한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갖은 왕따는 줄곧 겪어 보았다. 그 예를 들자면,
1. 여자 아이들 앞에서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갑자기 윤정식의 바지를 급하게 내렸다.
그 바람에 성기가 노출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2. 윤정식의 책상에 온갖 낙서가 쓰여 있었다. ‘저~주’, ‘개새끼’, ‘꺼져라’, ‘죽어라’, ‘미친 새끼’, ‘OOO동 OOO호 폭파’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뿐이었다.
3. 어떤 친구가 윤정식한테, “네가 이렇게 산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아. 세상 나가 봐.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어.
다른 애들과 똑같이 살겠다고 하면 되는 건데 너는 그러니까 왕따를 당하는 거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4. 윤정식이 들으라는 앞에서 “쟤 아빠 장애인이라며?”, “얼굴이 못생겼으면 마음이 예쁘기라도 해야지.” 등
온갖 험담을 해댔고, 윤정식이 노려보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외면했다.
5. 수업시간에도 일부러 떠들면서 윤정식한테 ‘저~주’ 욕설을 끝없이 내뱉으면서
윤정식이 소리를 지르며 노려보는 날에는 “축복, 축복.” 이러는 것이었다.
어쩌다 선생님이 벌을 주면 선생님조차 “병신 같은 새끼, 다른 애들하고 똑같이 못 할 거면 힘을 길러야 할 것 아냐!”
라고 욕을 퍼붓는 것이었다. 사실 선생님이나 아이들이나 다 학교폭력의 방조자, 가해자였다.
6. 일부 짓궂은 아이들이 윤정식의 성기를 만지고 도망갔다. 그 때문에 울음을 터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7. 윤정식이 선생님께 왕따 이야기를 일러바치면 그 보복으로 더 심한 괴롭힘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8. 칠판에다 윤정식 욕을 실컷 하고, 책상이 교실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9. 윤정식의 책상에 순간접착제를 발랐다.
10. 윤정식의 물건을 학교 화단에 일부러 떨어뜨렸다.
11. 선생님들은 이런 일들을 은폐하려 하면서, “정식아, 이 일은 우리 말하지 말자. 네가 용기를 내. 너는 할 수 있어.”
이런 소리를 했다. 선생님들도 철저히 가해자 편이었다.
12. 윤정식의 돈, 물건 등을 훔치고도 “안 그랬어요.” 하고 시치미를 뚝 떼는 것이었다.
13. 친구들의 학부모들이 쳐들어와 윤정식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었다.
14. 윤정식에게 이상한 짓을 시켰다.
15. 윤정식을 복도에서 짓밟아 댔다.
16. 학교 창문에서 윤정식에게 ‘저~주’ 해대며 괴롭혀댔다.
17. 윤정식의 물건들을 아무도 모르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18. 윤정식이 혼자 청소 사물함 안에 있을 때, 바깥에서 누군가가 문을 잠근 바람에 윤정식은 수업을 듣지 못했다.
19. 윤정식의 주변 사람들에게 윤정식을 왕따시키는 등 추악한 짓거리를 서슴없이 저질렀다.
20. 학교 조회시간에 마구 떠들면서 괴롭혔다. 고등학교 입학식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21. 학교에 윤정식을 욕하는 글을 퍼뜨렸다.
22. 윤정식의 가족까지도 폭력의 대상이었다.
23. 장난전화의 강도도 갈수록 심해졌다.
24. 이웃들도 윤정식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25. 가는 곳마다 윤정식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
26. 윤정식이 무슨 착한 일을 하면, 착한 척한다고 모멸감을 주었다.
윤정식은 이런 일들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윤정식의 부모는,
“네가 참고 다녀야지. 어쩌겠니. 무시해.” 이러면서 부모의 책임을 자식에게 전가시켰다.
부모님도 어쩌다 학교에 가면 윤정식의 가해자 편이었다.
그 후, 윤정식은 학교를 자퇴하고 대안학교에 들어가 그 곳에서 졸업을 하고, 검정고시, 수능을 치르고,
대학교까지 졸업했다. 윤정식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주변의 괴롭힘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부모님은 윤정식만 보면 돈 벌어오라며 잔소리를 해댔고, 친구들의 사이버 폭력도 더 심해졌다.
견디다 못한 윤정식은 대한민국과의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합니다. 대한민국은 철저히 취업 중심, 스펙 중심, 돈 중심,
집안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에 집착하다 보니 국민을 노예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원래 힘없는 국민은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데, 소위 ‘비국민’은 국가가 보기에는 테러리스트일 뿐이고,
국가의 입장에 반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범죄자 취급을 해도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철저히 자유를 거부하며, 또한 부정하고 있습니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대한민국을 파멸로 몰아넣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그것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자기중심주의와 철저한 개인주의에 빠져서
하느님의 법에 저항하는 한국인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각 부로 대한민국 국민을 사퇴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추잡하게 늙어 가느니 다른 나라에서 곱게 사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소원이 무엇이냐면,
대한민국 국적을 말소시켜 주십시오. 더 이상 정신적, 문화적 미개국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툭하면 독거노인이다,
노숙자다, 장애인이다, 소년소녀가장이다 불우이웃 돕기 타령이나 해대는 국민과는 공존도 하기 싫습니다!
더 이상 저주받을 한국에서 개 노릇을 하느니 나라 없는 백성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케냐로 갈 겁니다.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저는 왕따였습니다. 학교에서 온갖 굴욕도 겪어 보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도 많이 들었습니다. (중략) 부모님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왕따 가해자의 편이고
그들의 대변인이었습니다. 친구라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낄낄대면서 저를 짓밟았죠. 긴말은 않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대한민국 사람이 아닙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에게는 출산, 연애, 결혼, 꿈, 집, 인간관계, 희망, 육아도 범죄입니다. 그런 나라는 소멸되어야 합니다.
세계인 여러분, 대한민국 국민 혼 좀 내주십시오. 그렇게 해서라도 한국인의 버릇, 고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윤정식은 국적포기원에 서명했다. 얼마 후 그는 케냐 국적을 얻었다.
하지만 케냐에서 거주하는 과정에서 한국 네티즌의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케냐에서 사는 동안 윤정식이 받은 네티즌 발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국적을 포기하면서 국민이기를 거부한 사람이다. 절대로 대한민국에 입국시키지 마라.
2. 대한민국 국민이길 거부했다면, 대한민국 땅에서 영원히 퇴출한다.
3. 죄다 호적이나 국적을 삭제하고 불법 거주자로 취급하여 케냐로 추방해라.
4. 참 잘하는 짓이다. 네까짓 놈이 대한민국 국민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환영한다.
이제 통일 한국에서 너의 자리는 없다. 케냐로 가든 어디로 가든 대한민국 영토에서 사라져 주기를 기원한다.
5. 정부는 국가를 모독한 행위자인 윤정식을 케냐로 추방시킴은 물론, 예전 연예인 유승준과 동일하게
이 땅을 밟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그 자는 이 땅에서 살 자격이 없다.
6. 대한민국의 해외 이미지를 훼손한 윤정식에게 국가의 중요성과 위대함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어야
이런 짓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게 될 것이니, 무슨 원인인지 모르나 반드시 영구 추방 조치하여
국가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7. 쇼하지 말고 싫으면 떠나라!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국가는 영원히 윤정식에게 대한민국 영토 입국 신청을 해주지 말아야 한다.
8. 다시는 국민으로 취급하지 말고 그가 원하는 유토피아로 강제 추방해라.
9.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애국가에도 나오는데 저 자식이 조금 힘들다고 기자회견하여
한국의 이미지를 짓밟고…. 차라리 나가라!
10. 이 나라는 윤정식만의 국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는 국가이며, 국민이 주권자인 나라입니다.
당신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를 포기한 행위입니다.
11. 윤정식, 당신은 자기 스스로 국민이기를 포기했으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권리도 기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공민권, 선거권, 피선거권 박탈하라! 국내 생존권 박탈하라! 공기, 물, 흙에 사는 자유도 박탈하라!
저런 놈은 국적을 박탈해라. 당장 잡아서 추방시켜라.
12. 네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이 정말로 수치스럽다.
13. 이런 놈은 일단 비행기 태워서 아프리카로 추방해라. 이놈은 제 입으로 국민이길 거부했으니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숨을 쉴 권리 따위는 없다. 인간말종 주제에!
14. 우리나라 국민이 아님을 선언했으면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을 욕하고 떠나는 것만이 아닌 실질적인 포기행위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당장 이 나라를 떠나야 하겠죠.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15. 그래…. 잘 생각했다. 대한민국을 떠나라. 안 말린다. 나중에 다시 받아달라고 징징거리지 마라.
16. 옷은 왜 입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만든 건데. 메이드인 아프리카 물건 사서 아프리카 음식 먹으면서
아프리카 옷 입고 아프리카 학교 가서 공부하고. 잘 됐다. 이제 한국에 오지 마라.
17. 아주 자해공갈단을 생각하게 하는구나. 너 문제 많다. 네 가족들이 불쌍하다.
18. 그래, 너의 소원대로 한국 국적을 말소시켜 줄게. 한국 강산에서 몸만 빠져나가게 해줄 테니
어서 조용히 한국을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라.
19.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혜택을 누리기 바라겠지. 뻔뻔스럽게! 제발 너는 대한민국에서 떠나거라!
20. 네가 여권을 받을 수 있는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패륜아적 기질을 타고난 놈 같다.
헛소리 집어 치우고 세상만사 안 풀리는 이유를 너 자신으로부터 찾아 봐라.
그렇게 남 탓을 하고 싶거든 바로 옆에서 네 일에는 관심 없는 국회나 탓해라.
21. 국민이길 포기한 윤정식은, 호적 파내고 불법 거주자로 인정하여 국외로 추방해라! 배가 부르니 이제 별짓을 다한다.
초등·중학생들도 그런 유치한 짓은 안 한다.
22.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 제발 가버리면 좋겠다. 의식이 바른 청년들 대한민국에 차고 넘친다.
네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
23. 조국을 포기한 놈이 배짱도 좋다. 저런 놈은 영구 추방해야 한다.
24. 그래! 대한민국 국민 사퇴하고 제발 케냐로 가서 혼자서 주저앉아 멋대로 놀아라. 두 손 모아 부탁한다.
이사 비용은 대줄게. 우리끼리 조용하고 안전하게 열심히 살고 싶다.
25. 대한민국도 너 같은 놈은 필요하지 않다. 당장 나가라!
26.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한 놈이 왜 남의 나라에서 권리주장을 해?
27. 국적, 의료보험 전부 박탈하고 해외로 내쫓아 버려라.
28. 너희들의 대한민국 국적 반납을 온 국민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29. 개지랄 떨지 말고 쪽배 타고 케냐로 가라. 거기서 행복하게 살아라!
30. 오냐, 오냐. 대다수 국민들도 너 같은 놈과는 같은 국민이 안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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