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1. 12:06ㆍ소설 모음
세월이 흘러 얼마 후, 세민이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그것도 최연소로.
그 날에, 세 집안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30여 년 전 자신이 금메달을 땄던 것처럼 자식도 금메달을 딴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금메달을 따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자신이었으나,
세민이는 매사에 신중한 아이였는지라, 당연한 금메달이었다. 세민이는 금메달을 딸 자격이 있다. 정말로 자랑스러웠다.
수영계에서 버림받은 나 자신이 못 누린 기쁨을 아들이 누려서 시상대에 오를 때 누릴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세민이가 금메달을 딴 후에도 내 일상은 변화가 없었다. 틈만 나면 나와 내 친구들이 한 일은,
해변가에 밀려온 쓰레기 줍기, 농지 개척, 시 쓰기, 소설 쓰기, 축구 보기 등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러한 일상이 변화가 없이,
그리고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참, 인생을 험난하게 살았다. 자식들 키우랴, 섬을 가꾸랴, 농사를 지으랴,
시를 지으랴, 소설을 쓰랴, 참 바쁘게 살았다. 정말이지 힘들게 살았다.
이제는 과거를 물에 흘려 보내고 평생 그렇게 살고 싶다. ‘섬이 좋아 섬에서 사노라’ 하는 어느 방송 카피처럼.
성민이가 나의 일을 열심히 도와 준다. 무인도에서 태어나 번듯하게 자라 준 착한 아들이다.
나는 나의 모습을 항상 응원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그저 그렇게,
아름답게 여생을 마감하고 싶다. 마치 한 마리 갈매기처럼. 그리고 남은 여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붉은 저녁 노을 뒤로 넘어오는 저 아름다운 보름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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