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9. 17:07ㆍ소설 모음
처음 무인도에 왔을 때, 조금은 무서웠다. 낡은 집과 풀숲이 무성한 길, 전기가 끊긴 상태인지라, 너무 무서웠다.
하는 수 없이 마을 회관에 거처를 정하고 낡은 집을 수리하기 시작하는 일부터, 풀을 뽑아 길을 내는 일,
가축을 사다가 키우는 일 등이 우리 부부가 무인도에 와서 처음 한 일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너무 지쳐서 쓰러져 잠이 든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어렵게 시에서 그 딱한 사정을 알고 –
그것도 누나들에게 – 태양광 발전기, 풍력 발전기, 친환경 에너지 재활용 시설, 새 집(2층집), 새 길, 농지 확보,
무인도 거주민 보호 조치, LED 조명 설치, 전기선 수리, 울타리 수리, 인터넷 개통, 전화 개통 등 시에서 무료로 해 주었다.
우리 부부도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로 울타리를 치고, 벽돌을 사다가 집 한 채를 짓고, 개도 키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존재는 세인들로부터 잊혀져 있었다. 그 동안 낳은 아이들은 10명.
아이들도 무인도의 풍경이 익숙했던지 부모님 말씀도 잘 들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아이들을 키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사정을 안 시에서는 아이들을 유학 보낼 때 신변 보호를 해 주었다. 영민이, 성민이, 은정이, 덕민이, 현정이, 민정이,
세민이, 흥민이, 경민이, 혜정이는 육지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놀러 와서 부모님 일을돕곤 했다.
그 동안 가축들도 많이 늘었고, 2031년에는 새로운 주민이 생겼다.
수영선수 시절 친구이자 사돈인 권영식 가족들도 함께 와 주었다. 그 친구가 무인도에 와 줄 때 너무도 반가웠다.
“자네, 여기 웬일인가?”
영식이가 하는 말,
“자네가 보고 싶어 왔네. 실은 자네 어머님께서 걱정하시더군. 그래서 일단 여기서 살려고 왔네.”
“고맙네. 우리 서로 도와서 이 무인도를 잘 사는 곳으로 만들어 보세.”
“아무렴. 이제는 무인도가 아니라 바다 위의 낙원일세!”
영식이 식구가 이사온 후 그 섬은 많이 달라졌다. 권영식과 나는 단 둘이서 코코아를 마시며 바다 풍경을 즐겼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았다. 어느새 나와 영식이네는 섬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영식이는 바깥 소식을 들려 주며 감회에 젖었다.
“자네가 수영 선수 은퇴한 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덕철이와 성규 알지?”
“그럼. 전국체전에도 함께 출전했었지. 그런데 왜? 그 친구 소식은 알고 있나?”
“덕철이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되었고, 성규도 이 곳으로 이사 온대.”
“사람들 하고는…. 그냥 체육계에서 살지 무엇하러 여기에 이사 온담?”
“모두가 자네 덕인 줄 알게. 성규네가 이사 오면 곧 해양 경찰을 파견해 주신댔어.”
“고마운 일이네.”
영식이네와 우리 식구는 돼지갈비 파티를 하며 즐기는 동시에 옛 추억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었다. 석 달 후 성규네도 왔다.
얼마 후 세 집안이 어울려 돼지갈비 파티를 즐겼다. 세 집안은 살기 좋은 섬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어느 새 파출소도 들어서고, 등대도 들어왔다. 또한 여객선이 다시 들어와 내가 살던 무인도는 더 이상 무인도가 아니었다.
‘바다 속의 낙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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