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3

2024. 2. 29. 10:25소설 모음

불행한 사춘기

창일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가 입학식에 찾아오셨다.

 

아빠 - 아빠는 너를 사회운동가로 키우고 싶다. 사회에 봉사하며 일하는 사람은 어떠한 대가도 바라서는 안 돼.

개인행동은 안 된다. 개인적인 것이란 없어. 모든 것이 국민을 위한 거야. 나는 차별을 두지 않아.

정수 - 아빠는 정말 너무하세요. 아빠는 사회운동과 거리에서 시위하느라 가족 같은 거 신경 쓰신 적 있어요?

제가 생일 때마다 아빠는 한 번도 집에 들어오시지 않으셨잖아요?

아빠 -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정수 - 제 소원이 뭔 줄 아세요? 제가 꿈을 이루는 것과 우리 가족 여섯 식구 한솥밥 먹어 보는 거였어요.

그 소원을 어그러뜨리시고 어떻게 아버지의 이상만을 철저히 강요하시나요?

아빠 - 정수야, 이 세상은 철저히 정부와 국민의 싸움으로 점철돼 왔단다.

이 나라 대한민국은 돈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로 양분되어 있어.

정수 - 그게 제 꿈과 무슨 상관이에요?

아빠 - 나는 네가 그따위 교육에 순종하기를 원하지 않아. 아빠랑 같이 시위 현장에 가자.

시위 현장에서 네가 배울 게 많을 거야.

정수 -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요. 제발 제 앞길을 막지 마세요!

아빠 - 정수야, 아빠 말 잘 들으면 네가 좋아하는 책 한 권 사 줄게. 부탁이야. 아빠랑 시위 현장에 가자. ?

 

잠시 침묵이 흐른다.

 

아빠 - 아빠의 평생소원은 너와 네 동생들이 아빠처럼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거야.

아빠는 네가 열성적인 사회운동가가 되는 것이 소원이란다. 네 동생들도 사회운동가가 되기를 원하고 있지 않니?

아빠랑 같이 애국의 길을 모색해보자. 다시 시작하는 거야. ?

정수 - 저는 아빠가 제 꿈을 지지해주시고 미국 유학을 보내 주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버지를 거역하면 누구든 간에 고소하시고 반대하시잖아요.

제 학교 등록금으로 시위현장에 쓰시고 엄마나 동생 같은 건 한 번도 생각이나 해 보신 적 있으세요?

아빠 - 너 계속 그러면 아빠 화낸다!

정수 - 저는 미국에 가고 싶어요. 제발 미국 유학에 보내 주세요!

아빠 - 우리는 한국의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거야. 여기 있는 모두가 네 이웃이고 네 친구야. 항상 그걸 잊지 마.

그 시간에 시위 현장에서 열심히 하겠다!

 

그 때, 선생님이 나서서 말참견을 한다.

 

선생님 - 정수 아버님, 정수는 미국에서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그런데 아버님께서는 정수가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으시는가 봐요?

아빠 - 저는 기필코 정수를 사회운동가로 만들 겁니다. 대한민국의 사회가 잘못되어서 제도와 헌법에 문제가 있어요.

왜 정수가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왜 잘못된 사회를 바꿔야 하는지, 왜 대한민국 교육제도를 바꿔야 하는지,

저는 정수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선생님 - 그건 이상주의자의 잠꼬대예요!

아빠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수가 사회운동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까지 제대로 못 삽니다!

정수 - 다시 말씀드립니다. 저는 미국에 가고 싶어요!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그 말을 참지 못한 아빠는 결국 정수의 뺨을 때리고 만다. 그 때문에 입학식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경찰까지 출동해 정수 아버지를 체포한다. 불구속 입건 후 아버지는 정수에게 더욱 엄격하게 대했고,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서 정수의 꿈을 철저히 짓밟았다. 아버지는 더욱 시위에 미쳐 살았고,

끝내는 바람까지 피우고 동생들의 인생을 망친다.

그것도 모자라 정수의 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정수의 퇴학을 권고하기도 했다.

참지 못한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정수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와 정수의 대화.

 

아빠 - 말해봐라.

정수 - 말할 용기를 내고 있는 중이예요.

아빠 - 정수야, 아빠가 너와 얘기하는데 무슨 용기씩이나 필요해? 그냥 얘기해. 아빠가 들어줄게.

정수 - 제 이야기를 듣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아빠 - 인정한다. 아빠가 잘못했다.

정수 - 세상은 저를 아버지의 아들로 알지만, 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라요.

아빠 - 그렇지 않아. 넌 아빠의 아들이야.

정수 - 저는 아빠가 시위하시는 동안 늘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어요.

어려운 생활을 하는 중에도 아빠는 다정한 말 한 마디 없으셨어요. 사랑?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요.

저야 교육도 어렵게 받고 어려운 위기야 넘겼지만, 제 동생들이 너무 불쌍해요.

아빠 - 세상이 널 기다리고 있잖니?

정수 - 제가 아니라 아버지를 기다리죠.

아빠 - 너는 지금 자유로운 몸이야, 정수야.

정수 - 자유라고요? 저희들한테 이 모든 제약을 두시면서 무슨 자유인가요?

아빠의 뜻을 따르느라 제 나름대로의 생활과 꿈은 철저히 짓밟혔어요.

제 생각도 아빠의 생각에 맞아야만 했던 제 세월이 한스러워요!

아빠 - 정수야!

 

결국 정수는 울음을 터뜨린다. 참고 참았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서러움이 폭발하고 만다.

 

정수 - 저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아들로서 제 날개를 잘라놓으실 뻔해놓고서 어떻게 가족한테 용서를 바라시죠?

아빠, 저는 더 이상 숨 막힌 채로 살고 싶지 않아요. 저도 숨을 쉬고 싶어요!

 

더 이상의 대화는 없고 정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다. 그 후 정수와 아버지는 의절한다.

정수는 미국에 귀화하여 국제 NGO에 가입하여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미국까지 쳐들어와 정수의 해고를 촉구하여 심지어 정수의 동생들을 시위에 동원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수의 약혼자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결국 한국으로 추방된 아버지는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형 집행 전 아버지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마지막까지 정수를 한국으로 돌려보낼 것을 호소하는 유언이었다.

 

아빠 - 내 아들 정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정수는 평생 아빠 말도 안 듣는 아이였다.

결국 미국에서 꿈을 이루니 속이 후련하겠지, 아비를 죽여 놓고.

정수의 이단적인 행위는 대한민국과 미국에 크나큰 피해가 될 것이다.

정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낙오자나 저주받은 아이로 남을 것이다. 정수를 한국으로 보내 줄 것을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나는 정수를 사회운동가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로써 나의 꿈은 끝났다. 내 아들 정수는 이제 내 아들이 아니다.

 

그 말을 남기고 정수 아버지는 사형에 처해진다.

평생을 못 말리는 사회운동가로 살면서 자식들의 인생을 지배하려 했던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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