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2

2024. 3. 27. 07:46소설 모음

어머니와의 상봉

성동욱(42) 씨는 지금도 가끔 그날이 생각난다. 동욱 씨의 어머니가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다는 전화였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던 어머니였기에 그 때 코로나 19로 돌아가셨으면 얼마나 괴로워할까 생각하니 섬뜩해진다.

지금이야 마음대로 어머니를 만나러 갈 수 있었지만, 어릴 때는 그렇지 못했다.

2021년 4월 11일, 동욱 씨에게 낯선 전화가 왔다.

“경기 군포경찰서입니다. 어머니이신 고현영(73) 선생님이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습니다.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인계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동욱 씨는 ‘어머니’란 단어가 생소했다. 37년 전 집을 떠난 뒤 평생 연락 한번 나눈 적 없는 어머니.

남보다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던 어머니. 가족도 없이 홀로 다세대주택에서 지내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서 확진 상태에서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욱 씨.

그렇게 죽어가던 어머니를 살려주신 분들께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는 동시에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은 혼란스러웠어도 말이다.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마터면 어머니를 잃을 뻔했는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머니를 영원히 잃을 뻔했구나.’

동욱 씨, 큰 딸 현경(49) 씨, 작은 딸 현미(45) 씨는 어렵게 어머니와의 상봉을 허락했다.

군포시와 보건소와 상의한 뒤, 4월 14일에 집에서 어머니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3남매와 어머니는 한참을 울면서 아무 말도 없었다. 한참 후 어머니가,

“우리 새끼들 얼굴 좀 보자. 그래, 많이 늙었구나. 어떻게 지냈어?”

울먹이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때 큰 딸이,

“엄마, 나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나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라며 울먹이자, 3남매와 어머니는 그간 살면서 당했던 서러움에 눈물만 흘렸다.

지켜보는 이웃들도 코끝이 찡했는지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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