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가 아니다 2

2024. 4. 18. 07:31소설 모음

고모의 편지

얼마 전에 영훈이의 고모님이 자선단체에 편지 한 통을 보내셨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어느덧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시점에 OO자선단체를 통해

저희 가족이 받은 위로와 지원에 감사드리고 싶어서 이 편지를 보냅니다.

저희 가족과 영훈이는 최근에 너무나도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뉴스에서 보던 사건·사고 같은 것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저희들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내게 되었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남은 조카 영훈이를 앞으로 어떻게 보살피고,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할지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고모인 저와 제 친정 부모님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키우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만 앞서서 저희들 또한 여의치 않은 집안 환경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걱정이 밀려와 정말로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가장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았던 그 때, OO자선단체 여러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우리 가족을 위해 손을 내민다는 것은 너무도 감사했지만,

처음에는 선뜻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우리 가족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는 듯

OO자선단체 대표님께서 직접 연락을 해 주셨고,

따뜻한 위로와 함께 저희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지원해 주셨습니다.

조카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춘기 소년이었고,

하루아침에 화목했던 가족을 잃은 아이에게친구들은 유일하게 남은 위로였기에,

OO자선단체의 도움과 고모인 제가 작게나마 보태서

조카 영훈이한테 익숙한 공간인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생활할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이 무엇보다 더 감사했던 건 조카가 상처를 받지 않게

아픔을 살펴주는 진심어린 마음이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조카가 학교에 다시 나가고, 또 최근에 생일을 맞을 때도

그렇게 부모님의 빈자리가 느껴질 바로 그 순간마다 바쁘신 일정에서도

OO자선단체 대표님이 직접 조카 영훈이를 찾아와 주셔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또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조카의 마음을 알고는

현재 조카와 함께 지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설득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지금 형편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건 사치라고 반대하셨지만,

상처받은 조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는 지원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상처를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조카 영훈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애는 자신처럼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 있던 조카와 저희 가족에게

다시 따뜻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 주셔서

OO자선단체와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영훈이가 부모님과 누나를 떠나보낸 슬픔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잘 부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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