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영선수의 고백 1

2023. 12. 13. 20:35소설 모음

소설

어느 수영선수의 고백

堂井 김장수

 

내 이름은 김성환. 1989년생이다. 나는 원래 장래가 촉망 받는 수영 선수였다. 게다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게 나의 오랜 꿈을 빼앗기고

어느 무인도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깊은 한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 때 병원에 가는 게 아니었는데.

그 병원에 가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다.

다시는 수영을 못 하게 된 이후로는 무인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자연은 그 무엇도 내줄 뿐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과 다시는 수영을 할 수 없게 된 대신

대한민국에 대한 미련을 영원히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무인도에서 나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 63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아침 7시에 준비하고 일을 나간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가축을 키우는 일이다. 가축 우리를 청소하고,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고친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하고 나면 금방 점심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컴퓨터로 시와 소설, 수필 등을 쓴다.

그것도 코코아를 마시며 초콜릿도 먹으면서 말이다. 노벨 문학상을 타지 못해도 후회는 없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는 할 수 없게 된 수영을 못 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

무인도에서 살기 전 결혼한 이후 그 동안 딴 메달이나 감사패, 공로패, 상장, 상금 등을 수영연맹에 반납했다.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했기에 나는 은퇴 기자 회견 후 국민의 소원대로 군 생활을 하고 나서

수영에 대한 미련을 버린 뒤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과 결혼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강제 은퇴였지만 후회는 없다. -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시와 소설, 수필을 쓰다가도 지루하면 짬을 내서 울타리 수리, 문 수리, 잡초 뽑기, 집 수리 등을 하곤 한다.

나의 아침 메뉴는 밥에다 김치를 먹는 것이고, 점심은 늘 그랬듯이 라면, 저녁은 돼지갈비다. 저녁을 먹고 나서 일기를 쓰고,

컴퓨터로 문학을 하다가 밤 1030분에 잠이 든다. 그렇게 살아온 지 어언 34년이 된다. 내가 지금 사는 집도 시에서 제공해 준 것이다.

원래는 마을회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민들이 다 떠나 버려 낡은 집에서 살게 되었지만, 시에서 그 곳을 헐어다가 새로 지었고,

2층 집인데다 화장실은 2개나 있고, 친환경적인 집이라서 행복하다. 어느덧 나는 10남매의 아버지가 되었다. 내 나이 이제 예순하나.

아내의 나이는 어느덧 쉰아홉, 인천의 한 무인도에서 살아온 이후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다. – , 나의 호는 고은(孤隱)이다.

첫 아들 영민이는 이제 서른셋이다. 어느 직장에 취직하여 지금은 회사에서는 대리다. 세 아이가 있는데, 맏손자 승억이는 일곱 살,

작은 손자 승일이는 다섯 살, 막내 손녀 영아는 두 살이다. 둘째 성민이는 서른하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섬에서 살고 있다.

두 아이가 있는데, 손녀 금아는 다섯 살, 손자 승우는 두 살이다. 셋째 은정이는 스물여덟이다. 지금은 세 쌍둥이의 엄마가 되었다.

사위는 지금 상무인데, 이따금 추석이나 설날에 놀러 와서 나의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사위다. 넷째 덕민이는 대학원생이다.

석사 학위를 따고서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 나이는 스물여섯인데, 아들이 하나 있다. 손자 승열이는 생후 10개월이다.

다섯째 현정이는 스물다섯인데,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여섯째 민정이는 스물둘인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이다.

민정이는 시인이 꿈이다. 일곱째 세민이는 열아홉인데, 나의 뒤를 이어 수영 선수로 열심히 살고 있다.

세민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수영을 배우기 위해 일본 와세다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여덟째 흥민이는 열일곱 살인데,

공부도 잘하고 마음도 착하다. 고등학교에서 전교 4등을 한 적도 있다. 흥민이는 나를 닮아 수영을 잘 하지만, 수영 선수로 살 생각은 없고,

무인도에 자리잡은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어하는 착한 아이다. 아홉째 경민이는 열세 살. 집안일을 잘 도와주며 마음도 착한데다

어린 것이 식견도 넓다. 중학교 1학년인 경민이는 나와 형들을 닮아 공부를 잘 한다. 지금은 축구부 활동을 하고 있다.

막내인 혜정이는 겨우 아홉 살. 집안일을 잘 돕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착한 아이다.

이렇게 10남매가 힘을 합쳐 우리 집안을 빛내 주니 마음은 편하다.

고은(孤隱)이라는 호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녀들이 하게 해 준다. 마음은 너무 편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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