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조국 7(마지막회)

2024. 2. 3. 14:32소설 모음

세월이 흘러 수석(水石) 김영수도 노인이 되었다. 싱가포르 국적으로 한국에 두 번째 방문을 했는데,

그의 나이 91, 서기 2082. 이제는 김영수도 천국에 갈 때가 되었다.

그토록 애증(愛憎)했던 대한민국의, 어둠 속에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면서.

폴란드인 아내는 3년 전 세상을 떠나 김영수는 정동진역 의자에 앉아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여보, 미안하오. 나는 당신 곁으로 가려 하오. 기다리시게. 나는 당신 곁으로 갈 테니까.”

수석 김영수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미 그의 영혼은 천국에 오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정동진역에 나진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섰다. 여행객들은 어떤 의자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내리자마자 여행객들은 그 노인을 깨우려고,

할아버지, 잠깐 일어나 보세요. ? 꿈쩍도 않네?”

가족 분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지 않나?”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누가 경찰 좀 불러줘야지!”

“119도 불러요.”

얼마 후 경찰이 역내에 들어와 노인을 깨우려 하나, 이미 몸은 굳어 있었고,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어르신, 일어나 보세요. 여기는 추워요.”

그러나 반응이 없다.

어떻게 해. 사람이 죽었네.”

가족 분들에게 연락해야겠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수석 김영수는 의자에 앉아 그토록 사랑하던 예수님의 품에 안겨 천국으로 가버린 지 오래였다. 향년 92.

시신은 가톨릭 공동묘지로 운구되어 가톨릭 장례식이 치러졌다.

마지막까지 그를 버리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품에 안겨 마지막 조국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고인의 뒤에는 새해를 아름답게 맞이하려는 아름다운 여명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하듯이

갈매기들도 슬피 울며 고인의 가는 길을 슬픈 노래로 애도(哀悼)하는 중이었다.

수석 김영수가 죽은 후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 조국이 나를 버려도 나는 조국을 버릴 수 없다. 조국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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