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선이의 꿈 6

2024. 6. 18. 14:14명선이의 꿈

프랑스로 이민

다음날 새벽, 명선이는 이삿짐을 싸들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부모님은 명선이와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아버지는 등을 돌리며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소리친다.

꼴도 보기 싫으니 얼른 꺼져!”

아버지의 목소리다. 명선이는 아무 말 없이 짐을 꾸리면서 정들고 즐거웠던 집을 떠난다. 아주 영원히.

그렇게 공항버스를 타고 떠나는 명선이. 배웅 나갈 사람 없는 외로운 길이다.

인천공항까지 배웅하러 온 사람은 담임선생님뿐이었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중에도 명선이와 선생님은 말이 없다.

인천공항 출국장 로비에서 담임선생님은 명선이에게,

이제, 떠나는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체념에 찬 목소리로. 명선이는 덤덤하게,

.”

떠나게 되면 못 돌아오겠네?”

선생님, 저 축구 다시 할래요.”

그래. 그렇게 축구가 좋으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렴. 그러나 조건이 있어.

이 나라 이 땅에는 다시는 돌아오면 안 돼. 각오는 되어 있니?”

. 저는 의사가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 말에 선생님은 울먹이면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는 돌아오지 마. 축구가 그렇게 좋다면 부모 보러 올 필요도 없어.

나는 네가 대학 가는 거 보고 싶었는데……, 흑흑.”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비행기 시간 다 되었어요.”

마지막 작별의 시간, 시간은 참 무정하게 흘러간다. 이렇게 명선이와 한국의 인연은 영원히 끝나고 만다.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며 작별의 말을 던진다.

명선아, 안녕. 이제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말렴. 부디 행복하기 바란다. 안녕.”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안녕!”

그렇게 명선이는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한탄하면서. 명선이는 이 시를 읊조리면서 중얼거린다.

 

조국 살이 너무나도 힘겨운 것인데

마치 겨울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네.

사랑하는 나의 조국 망해가는 것은 안타깝지만

나의 꿈을 이루려면 이 땅을 떠날 수밖에.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어 너무도 서글픈데

이 땅의 황혼은 무정히 다가오네.

그렇게 조국에서 쫓겨나듯이 떠날 줄 알았던들

차라리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명선이는 파리로 가는 비행기 코스 안에서도 혼자 중얼거리듯 또 한 편의 시를 읊는다.

 

조국 땅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힘겨워

떠나는 영종도 공항 마지막 모습도

눈물이 나는 나의 마음 감출 수 없네.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모습 눈물이 흐르고

한국살이 끝나는 날 조국 땅을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눈에는 피눈물이 솟구치네.

마지막 한국의 땅을 보는 것조차 괴로워

차라리 눈 감고 미련 없이 떠나네.

 

인천공항을 떠나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명선이는 또 하나의 시를 혼자 읊조린다.

 

미련 없이 떠나는 나의 조국 슬픈 마음

그렇게 축구가 좋아 떠나가는 이 나라 이 땅

조국의 현실은 너무나도 비참하고 암담하지만

꿈을 찾아 떠나가는 내 앞을 막을 수 없네.

사랑하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땅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버린 채 떠나가니

어찌 후회와 미련이 있을쏘냐.

행복한 삶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여행인데.

 

그렇게 권명선은 사랑했던 조국 대한민국을 영원히 떠나버렸고, 인연도 미련도 과감하게 끊어 버렸다.

2005623일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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