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 09:10ㆍ진수의 꿈
◆새해를 맞으며
한편, 2020년 1월 1일 새벽 5시에 일어난 진수는 혼자 도하 해변에 나가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어 본다.
그냥 이대로 카타르에서 행복하게 해 달라고. 해변에 선 진수는 혼자 시를 읊는다. 마음과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도하 해변에서
상촌(霜村) 김진수
도하 해변에 나 홀로 서서
다시는 갈 수 없는
고향 하늘을 떠올려 본다.
고국에서의 삶은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연속.
아무리 누가 말해도
대답 없는 메아리
그리고 마이동풍
이제
한국에서의 삶이 끝나는 이 시간
나는 알았네.
나는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카타르에서 행복하니 후련하다.
저 하늘에 떠오르는 여명처럼.
그리고 진수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한민국, 안녕. 난 앞으로 두 번 다시는 한국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것이다. 아주 영원히.”
그 때, 누군가 진수의 어깨를 툭 하고 치는 것이었다.
“누구야!”
라고 하는 순간, 같은 팀 소속의 압둘라라는 친구였다. 진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깜짝 놀랐네. 압둘라구나. 나는 유괴범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다고!”
압둘라는 안심하라는 투로 말했다. 한편으로는 걱정되었나 보다.
“진수, 어디 갔었어? 혼자서는 위험해. 아무리 우리 카타르가 치안이 좋다지만,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면 안 돼.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얼마나 걱정하신다고!”
“미안해. 새해에 해 뜨는 거 보러 갔었어.”
“그랬구나.”
“압둘라,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래, 진수, 고마워. 진수에게도 신의 축복과 평화를.”
안심하고 압둘라와 함께 숙소로 가는 길에 압둘라가 말했다.
“태양을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 한국에서는 해가 떠오르는 걸 보면서 소원을 빌던걸.”
“응. 1월 1일 자정에 보신각이라는 곳에 있는 종을 치고 소원을 빌고,
해가 뜨는 시간이면 동해바다나 산 정상에서 해맞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곤 해.”
“그래? 우리는 새해에는 모스크에서 기도하는데?”
“한국과 카타르는 다른 점이 많아.”
“그럼. 우리의 습관을 익히면 진수 너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너는 숙소에서 책이나 보고 있어. 나는 코치님과 친구들하고 모스크에 갔다 올게.”
“응. 갔다 와.”
압둘라는 친구들과 모스크로 간다. 말할 것도 없이 새해를 축하하는 기도를 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진수는 숙소에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기운차게 새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