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의 꿈 15

2024. 6. 30. 19:54진수의 꿈

조국과의 영원한 이별

이민 준비를 끝마친 날에, 어느 이메일이 왔는데, 이 이메일을 열어보면 다음과 같다.

 

김진수, 네가 타국에서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닌데,

너는 그냥 대한민국에 뼈를 묻는 것이 정상이기를 우리는 바랬다.

하지만, 너는 우리의 그 절실한 희망마저 잔악하게 짓밟았다. 동시에 너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함께 짓밟았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있다. 네가 카타르에서 조국 없이 불행하게 사느냐,

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을 참고 국민께 순종하며 행복하게 사느냐를 결정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당장 축구 포기하고 취직하느냐, 아니면 카타르로 가서 그 따위로 사느냐,

둘 중 하나를 택해라. 다시 말하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잘 생각해 봐라.

이민 가고 싶거든 두 번 다시는 한국에 못 돌아올 각오를 해야 한다. 민주 국민께 대항해 봐라, 자신 있으면!

한국 잔류를 택하면 취직 특례, 월급 인상, 세금 면제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지만,

이민을 택하면 한국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카타르에서 어떠한 불이익을 당해도 우리는 널 도와줄 수 없을뿐더러,

도와 달라 해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당장 선택해라. 국민이냐 네 행복이냐를 말이다. 우리들의 배후는 국민이다.

국민이 아니라면 아닌 거다. 빌어라. 당장 빌어라. 잘못했습니다라고 남자답게 한 마디만 해라.

다시는 축구 따위 하지 않겠다고, 취직해서 부모님께 효성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한 마디만 해라,

용기 있게. 만일 그것도 거부하면, 너는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카타르에서 비겁하게 살아서 국민과 싸우느냐, 아니면 국내 잔류를 선택하여 평생 국민이 원하는 대로 사느냐,

둘 중 하나다. 김진수, 당장 국민께 순종하는 길을 택해라.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추신 - 만일 한국 잔류를 택하면 국민께 사랑받으나, 이민을 택하면 국민께 미움 받는다.

국민을 배반하는 너는 이미 용서받기는 글렀다. 만약 이민을 택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이민 가면 너는 비겁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꼭 한국 잔류를 택해라. 당장!

 

그 이메일을 본 진수는 이렇게 생각했다.

더 이상 한국에 미래는 없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짤막한 답장을 보냈다.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카타르 이민과 나 혼자만의 행복을 택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안녕.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이메일을 열어보니, ‘국민대표라는 아이디 이름으로 된 이메일이었다. 열어 보니,

 

그래, 진수야. 마음 편히 가. 대신 다시는 돌아오지 마. 이것이 네가 선택한 길이라면, 이제는 하고 싶은 대로 해.

너를 반겨줄 사람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아무도 없으니까. 잘 가. 다시는 오지 마.

카타르에 가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편하게 살아. 진수야, 안녕.

 

이메일을 지운 진수는 그 후 짐을 싸기 시작한다. 내일이면 카타르로 떠나는 것이다.

다음날, 인천공항에서 진수는 대한민국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카타르 항공 비행기를 탄 것이다.

비행기 밖의 자정을 넘긴 밤하늘은 아름다웠지만, 진수에게는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는 것을 진수는 안다.

더 이상 진수는 한국인이 아니라, 카타르 사람이라는 것을. 진수는 또한 알고 있다.

한국에서 취업준비생으로 평생을 사느니 나라 없는 난민이 되어서라도 꿈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희망조차 사치라는 것과, 한국에서 꿈을 펼치려면 목숨을 걸어야만 하고,

평생 저주받을 한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조국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진수는 카타르 항공 비행기 안에서 아무도 모르는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조국의 어두운 미래와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나라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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