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의 꿈 17

2024. 7. 3. 09:10진수의 꿈

새해를 맞으며

한편, 202011일 새벽 5시에 일어난 진수는 혼자 도하 해변에 나가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어 본다.

그냥 이대로 카타르에서 행복하게 해 달라고. 해변에 선 진수는 혼자 시를 읊는다. 마음과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도하 해변에서

상촌(霜村) 김진수

 

도하 해변에 나 홀로 서서

다시는 갈 수 없는

고향 하늘을 떠올려 본다.

 

고국에서의 삶은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연속.

 

아무리 누가 말해도

대답 없는 메아리

그리고 마이동풍

 

이제

한국에서의 삶이 끝나는 이 시간

나는 알았네.

나는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카타르에서 행복하니 후련하다.

저 하늘에 떠오르는 여명처럼.

 

그리고 진수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한민국, 안녕. 난 앞으로 두 번 다시는 한국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것이다. 아주 영원히.”

그 때, 누군가 진수의 어깨를 툭 하고 치는 것이었다.

누구야!”

라고 하는 순간, 같은 팀 소속의 압둘라라는 친구였다. 진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깜짝 놀랐네. 압둘라구나. 나는 유괴범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다고!”

압둘라는 안심하라는 투로 말했다. 한편으로는 걱정되었나 보다.

진수, 어디 갔었어? 혼자서는 위험해. 아무리 우리 카타르가 치안이 좋다지만,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면 안 돼.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얼마나 걱정하신다고!”

미안해. 새해에 해 뜨는 거 보러 갔었어.”

그랬구나.”

압둘라,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래, 진수, 고마워. 진수에게도 신의 축복과 평화를.”

안심하고 압둘라와 함께 숙소로 가는 길에 압둘라가 말했다.

태양을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 한국에서는 해가 떠오르는 걸 보면서 소원을 빌던걸.”

. 11일 자정에 보신각이라는 곳에 있는 종을 치고 소원을 빌고,

해가 뜨는 시간이면 동해바다나 산 정상에서 해맞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곤 해.”

그래? 우리는 새해에는 모스크에서 기도하는데?”

한국과 카타르는 다른 점이 많아.”

그럼. 우리의 습관을 익히면 진수 너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너는 숙소에서 책이나 보고 있어. 나는 코치님과 친구들하고 모스크에 갔다 올게.”

. 갔다 와.”

압둘라는 친구들과 모스크로 간다. 말할 것도 없이 새해를 축하하는 기도를 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진수는 숙소에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기운차게 새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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