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4. 21:13ㆍ소설 모음
단편소설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堂井 김장수
1985년 12월 9일, 한 아이는 누나와 부모님의 축복 속에 태어났다. 그 이름은 오경태.
그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너는 훌륭한 배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기구한 운명은 그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결국 막아버렸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촉망받는 선수였고, 6학년 때는 모교(母校)를 전국 우승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어머니가 유언으로 남긴 말씀은,
“경태야, 이 엄마가 없어도 굳세게 살아야 한다. 배구 열심히 하고…, 아빠 말씀 잘 들어라….
미선이 너는 동생 잘 보살피고….”
이 말씀을 남기고 엄마는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 때부터 경태의 인생은 틀어진다.
아빠가 새어머니를 맞이하셨기 때문이다.
새어머니는 경태의 재능을 이용해 돈을 벌 목적으로 아버지한테 시집을 온 것이었다. 아빠가 경태에게,
“경태야, 이 애비는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 공장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는 게 어때? 배구 안 해도 되니까 부모 말 들어야지.”
하지만 경태는,
“저는 배구선수가 꿈입니다. 제 꿈을 꺾지 마세요."
새어머니가 한 마디 한다.
“경태 너도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 호강시켜 드리고 미선이도 시집을 보내야지. 배구는 대학 나와서 해도 늦지 않아.”
경태는 요지부동이다. 자신의 인생의 전부인 배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배구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어요.”
“니는 결국 애비 에미 말 한번 더럽게 안 듣는구나. 미선이 누나랑 이 집에서 나갓!”
그렇게 불호령이 떨어지고, 경태는 미선이 누나랑 짐을 싸들고 나가 버린다.
결국 작은아버지 댁에 찾아갔는데, 작은아버지 내외분은 반색을 하며 반겨주신다.
“아이구, 경태 아니냐? 미선이도 왔네! 무슨 일이냐?”
“아빠랑 새어머니가 배구 그만두라고 해서 나왔어요.”
“몹쓸 인간들 때문에 경태가 고생하네. 얼른 들어와라. 짐 내려놓고 밥 먹어야지.”
그렇게 경태는 새 중학교 배구부에서 활약했고, 고등학생 때는 배구 국가대표가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대성 유니콘스에서 주전 프로선수로 활약, 데뷔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이 사실을 안 부모님의 간섭이 또 시작된다.
"경태야, 오랜만이구나. 애비다.“
“무슨 일이세요?”
“네 동생들 학비로 쓰게 네 월급 모두 주지 않으련?”
“저도 용돈벌이가 있거든요. 적당히 드릴게요.”
“부모 말도 안 듣는 놈이 무슨 배구선수야! 당장 그만둬!”
그렇게 경태 부친은 전화를 끊어 버린다. 이미 부친과 새어머니는 경태의 꿈을 짓밟기로 작정한 인간들로 전락했고,
경태는 청년가장이 되어 힘들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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