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4. 21:14ㆍ소설 모음
그러던 어느 날, 경태에게 룸메이트인 성태우 선배가 접근해서는,
“경태야, 이번 경기는 어차피 지는 경기라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원금만 5천만 원 줄게.
응? 부탁해. 한번만 우리 바람 들어주렴. 응?”
성태우 선배의 애교 섞인 말투와 만날 돈타령만 해대는 부모님….
이제 오경태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승부조작’의 굴레를 뒤집어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승부조작은 범죄임을 알기에 그는 늘 괴롭기만 했다.
그렇게 3년 후, 신일 레이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경찰이 왔다.
“오경태 씨 맞죠?”
“예. 왜 그러시죠?”
“잠깐 따라오세요.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합니다.”
이제 오경태의 배구 인생은 나락으로 치달았고, 경찰서에서 만난 성태우와 오경태.
“선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저의 배구 인생 끝장낼 생각으로 일을 벌인 거예요?”
“경태야, 미안하다. 사실은 네 부모님이 시켰거든. 이왕 이렇게 된 거, 예배나 드리러 가자.”
“제 배구인생 끝났는데 그런 얘기가 나와요?”
“네 부모님한테 들으니까, 요즘 교회 가시더라고.
네 부모님께서 네가 예배 열심히 드리고 교회 생활 잘 하면 누명을 벗겨 주신댔어.”
그 뻔뻔스러운 태도! 오경태는 치가 떨린다.
그 동안 믿어왔던 선배와 부모님의 대한 존경과 기대가 이 만남 하나로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선배님 때문이에요. 이제 선배님과 부모, 용서 안 할 거야,”
“용서 안 바란다. 그럼 지옥행이지.”
분노가 치밀어 눈물이 흐른다. 그렇게 오경태의 배구인생은 막을 내렸다.
얼마 후 배구연맹에서는 ‘오경태 영구제명’, 성태우 징역 4년, 오경태 징역 2년.
징역을 살면서 조국에 대한 회의와 배구인생의 끝을 장식하는 장면을 회상하면서,
경태는 다시는 한국과 부모님을 용서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잠시 후, 미선이 누나가 면회를 왔다.
“왜 나한테 상의를 하지 않았니? 네가 나하고 상의를 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누나, 미안해. 내가 사람을 너무 믿었나봐.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한 배구 동료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이렇게 된 이상 배구 따위 두 번 다시 하지 말자. 배구 없는 세상에서 새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니?”
“나가면 부모와 담판을 지어야겠어. 자식 인생 망쳐놓고 설치는 부모 따위, 용서할 수 없어.”
그헣게 2년 동안 감옥에서, 경태는 운동과 독서와 외국어 배우기로 한국에 대한 미련과 애정을 하나하나 끊어 나간다.
배구에 대한 미련도 이제는 영원히 버리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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