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 8
2024. 6. 12. 11:28ㆍ소설 모음
고시원을 떠나다
일흔여덟의 나이가 된 기윤호 씨는 다시 낯선 천장을 마주했다. 좁디좁은 방과 어두운 복도,
그리고 새로운 고시원 주민들. 당시 고시원 원장인 유 원장으로부터 이 사실을 안 가족들은 놀라는 표정이었고,
어떻게든 만나자고 상의도 했다. 고시원을 떠나는 날, 기윤호 씨는 정들었던 고시원 주민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방 정리를 하고 옷가지와 각종 서류들, 박카스 10병과 동전 뭉텅이를 가지고 말이다.
하마터면 코로나19의 희생양이 될 뻔한 윤호 씨.
그 때, 덕윤 씨 3형제와 손주들이 어머니와 함께 윤호 씨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아버님, 보고 싶었습니다.”
기덕윤 씨의 형이 먼저 부친에게 말을 건넨다.
“네가 큰애냐? 많이 컸구나.”
“아버님, 저희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세요?”
“아버님, 이제 아버님은 저희가 모실게요.”
“여보, 이제는 제가 모실게요. 저희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세요?”
“아버님, 할머니는 살아 계세요. 저희와 같이 오시면 정말 기뻐하실 거예요.”
그 효성스러움과 사랑스러움에 통곡하는 기윤호 씨.
3형제와 어머니, 그리고 손주들과 할아버지가 된 기윤호 씨는 끝끝내 통곡하고 만다.
그것을 지켜보는 동네 주민들과 고시원 사람들도 눈물을 훔쳤다. 2021년 1월 23일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