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벗어나 2

2024. 7. 5. 08:32소설 모음

대학 1학년 겨울의 어느 날, 새벽 3~4시에 나가서 놀았는데, 다음날이 쉬는 날이었다. 물론 이건 영미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감독이란 새끼가 시비를 건 것이다.

“진영미, 너 남자랑 그 시간에 만나서 뭔 짓거릴 하냐? 하키 선수란 씨발년이 개념도 없엇!

개썅년이 어따대고 몸을 굴리고 다녓!”

그런 식으로 모욕을 주는데 분노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기숙사 바깥까지 다 들렸다. 이에 화가 난 감독은,

“개씨팔년, 죽이고 말겠다! 으아아아악!!!”

이러면서 주먹질을 해대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기숙사 안에서는 자다가 깨어나 구경하는 동기들,

선배들로 인산인해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학교 이사장은,

“그만두지 못하겠어!”

이랬다. 폭력교사의 만행을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장 감독, 학교 그만두고 싶어요? 누구한테 폭언이야! 더구나 연약한 여자한테!”

그러자 감독은 비굴하게도,

“아잉~ 이사장님, 한 번만 봐주세용~”

이딴 짓거리를 한 거다. 이에 화가 난 영미는,

“저 죽이려는 사람 처단해 주세요!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이렇게 절규한다. 그런데 동기들, 선배들은 묵묵부답에 고개를 돌리며 외면한다.

맞을 짓 했으니 죽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에서는 고작 감봉 3개월에 그쳤으니

대한민국 하키계가 썩어도 더럽게 썩었다는 증거다. 게다가 감독은 영미의 계약금까지 가로챘다. 이 정도면 막장이다.

그 날 이후 영미는 심각한 폭언과 폭력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아침 일어나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에 표에 그 날의 체중을 적어야만 했는데, 모든 선수가 다 그랬다.

그러나 감독이란 새끼가 가관이었다.

“여자 선수란 년이 뒤룩뒤룩 살쪄서 어떻게 뛰려고 그러냐?

네가 뛰는 것 보면 가슴이 출렁거린다, 썅.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닷!”

완전히 성적 모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2학년 첫날, 4학년 언니가 훈련 도중에 영미를 때린 일이 있었고,

감독이 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이란 놈이 취한 태도는 가관이었다. 갑작스럽게 영미를 부르더니,

선배가 때렸으니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잠깐만 나와 있으라는 것인 줄로 알았지만,

웬걸, 감독이란 새끼가 갑자기 영미의 골반을 발로 찼다. 이러면서,

“이 썅년아, 너 선배한테 뭐하는 짓이야! 이 씨발년이 싹바가지가 없구낫! 선배한테 왜 대들엇! 이 씨발년앗!

너 오늘 죽어봐라!! 죽여버리겠다!”

이런 감독에게 폭행·폭언을 당한다고 생각하니, 피해자 숫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장 감독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한 학생도 있고,

우울증에 시달린 충격적인 폭로도 터져 나왔다.

영미 이외에도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장 감독 폭행에 대한 제보는 매우 구체적이다.

'대학교 지하 창고'라는 폭행 장소, 때리기 전 반지를 끼는 장 감독 특유의 행동, 폭행 방식 등이 일치를 보이고 있다.

차마 영미에게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폭언'에 대한 제보도 쏟아졌다.

“씨발, 좆 같은 년아! 남자친구 사귀다 걸리면 애 쳐 배서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냐

너네 애 배면 주먹으로 배 때려버린다. 귓구멍 드릴로 뚫어줄까!!”

이처럼 입에 담기 힘든 악담이 터져 나왔다. 그래놓고 또 주먹질에 발길질을 하고 지랄하는 것이었다.

감독이라는 새끼가 이 지랄이니 선수들이 의욕이 있을까?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그 때 영미는,

‘하키를 그만둬야겠다. 외국이라면 받아줄지도 몰라. 더 이상 못 견디겠어.’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동기들은 그것을 보고도 모른 체했다. 그 날 감독이란 새끼는, 4학년 언니한테,

“숙소 들어가서 미팅해라. 너네는 선배가 후배 하나 어떻게 못해서 이런 상황을 만드냐.

잡아죽여서라도 정신머리를 뜯어고쳐라!”

그래서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선배들은 후배들을 상대로 미팅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미는 감정적으로 힘들고 막 죽고 싶고 그랬을 텐데, 새벽에 짐 싸서 나오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동기나 선후배들이 잠도 못자고 영미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으니, 영미는 선배 언니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울면서 빌며 선배들에게 말씀드리고, 새벽에 짐을 싸들고 숙소를 나왔다.

지금도 하키를 하고 싶고 하키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그런 계기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숙소를 나올 때, 눈물이 앞을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영미의 험한 꼴을 보고도 도와줄 엄두도 못 냈다.

괜히 영미를 도왔다가는 사회적으로 매장됨은 물론 심하면 성폭행을 당할까봐 두려워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