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3. 21:55ㆍ어느 영재가 조국을 떠나기까지
젊은 연구자들의 작은 혁명
한국 연구 환경은 '공장' 연구실이다. 그것에 질식하는 젊은 과학자들은
한국의 연구 문화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개혁을 강력히 원했다.
내가 덴마크에서 만났던 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전 부회장은,
“한국의 연구실은 아직도 도제식 문화의 공장 방식의 연구실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장 방식의 연구실이란 대형 과제를 여러 가지 수주한 뒤,
몇 명의 고연차 박사학생이 과제별로 팀장을 맡아 운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런 연구실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신입생이 들어오더라도 헤매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단점이 더 분명하다.
지도교수에 학생이 일방적으로 할당되는 방식이라 본인이 원하지 않은 학문 분야이거나 교수와 맞지 않을 경우
아예 과학자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과학자들은
‘한국에서는 연구가 힘들다, 다시는 한국을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참, 정부의 프로젝트를 따서 만들어진 연구실이라 이미 주제, 방향, 방침이 다 정해져 있어서
자유, 창의, 독창적 연구는 꿈도 꾸지 못한다. 또, 팀장인 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과도한 업무에 치어서 정작 자신의 연구와 공부는 뒷전이고, 지도교수의 방임, 즉 ‘무관심과 무지도’ 현상도 빈번하다.”
카이스트 대학원총학생회에서는 거대 연구실을 구성하여
PBS(프로젝트 기반 시스템)별로 뜻이 일치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그때그때 팀을 이루는 방식의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전 부회장은
“교수들도 뜻이 맞는 학생들로 연구팀을 꾸릴 수 있어 좋고,
학생들 역시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스승으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연구실의 경우에는,
현재 교수가 갖고 있는 학생에 대한 전권(학생인건비, 졸업 기준) 역시 어느정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같이 왔던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학원의 전 총학생회장도 비슷한 답을 주었다. 그는
“현재 대학원의 연구 문화는 지도 교수가 졸업이나 수업 등의 학사 업무부터
휴가나 병가 같은 행정 업무 그리고 학생의 연구까지 독재적으로 관리한다.
교수가 학생에게 위력을 가하기 쉬워 수직적인 연구실 문화를 만들 뿐만 아니라
교수에게는 업무의 부담을 늘리고 학생에게는 자유로운 연구를 하기 어렵게 한다.
외부 공람 가능 행정시스템과 객관화된 졸업 기준 및 외부 위원을 포함하는 졸업 제도 확충,
공동 연구와 지도 활성화를 해야 한다.”
라고 지적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어느 영재가 조국을 떠나기까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영재가 조국을 떠나기까지 12 (0) | 2024.12.03 |
---|---|
어느 영재가 조국을 떠나기까지 11 (0) | 2024.12.03 |
어느 영재가 조국을 떠나기까지 9 (0) | 2024.12.03 |
어느 영재가 조국을 떠나기까지 8 (0) | 2024.12.03 |
어느 영재가 조국을 떠나기까지 7 (1) | 202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