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의 권투인생 5

2024. 3. 19. 07:16소설 모음

경일은 링 안에서는 화려한 복싱으로 팬들을 열광케 했고,

링 밖에서는 거침없는 독설과 사회활동으로 언론에 본인의 이름을 도배했다.

물론 남아공에서 전쟁 반대와 봉사활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궐석재판에서 금메달 박탈 선고문이 날아왔고,

한국 교포들은 장경일을 사형시켜 달라고 서명운동을 펼치기까지 했다.

2037년 5월 5일에는 경일은 순자산 822억 달러의 거부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경일의 재산을 몰수하여 불우이웃 돕기에 쓰자!”

라는 여론이 나와 경일은 철저히 동포들에게 짓밟힌 시간을 보냈다.

경일은 원치 않는 재판을 받게 되었고, 대법원 연설에서,

“나는 소위 말해 튀고 싶어서 안달 났다고 한국인에게서 버림받았고 대한민국에서 없는 행복을 누리고 사는데,

철저히 이기적인 동포들이라는 범죄 집단을 위해 돈을 쓸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남 잘 되는 꼴도 못 보고, 남 짓밟기와 경쟁을 즐기는 사람들뿐입니다.

저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제 돈을 쓸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권투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이 나라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데,

동포라는 집단을 위해 나의 행복을 희생할 순 없습니다!”

이렇게 외쳤다. 그러자 사방에서 욕설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장경일은 이 땅을 떠나라!”

“넌 이 새끼야, 개념도 없어? 쓸개도 없어?”

“저 새끼, 순 깜둥이 꼬붕이라니!”

“니 에미가 그렇게 가르쳤냐!”

“널 낳아준 니 부모가 불쌍하다, 이 새끼야!”

대법원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러자 판사가,

“조용히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퇴장시키겠습니다!”

그 후에도 욕설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고, 결국 판사는 경일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귀중한 판결이었다. 하지만, 동포라는 집단은 경일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경일이 살던 집에는 온통 낙서투성이였고, 경일의 미니홈피에서는 저주와 욕설로 도배를 했다.

경일의 부모는 심한 왕따와 폭력에 시달리다가 어머니는 화병으로, 아버지는 자살하고 말았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경일에게,

“야 이 새끼야, 권투해 가지고 혼자 잘 먹고 잘 사니까 기분 좋냐!”

이런 악담까지 퍼부었다. 어떤 사람은 경일 앞에서 거액의 금액을 로비하면서,

“지금이라도 권투 그만두시면 취업 특례 보장해 드릴게요.”

하며 경일에게 뇌물을 제시했으나, 그런 것에 굽힐 경일이 아니었다.

그런 경일을 보고 한국 네티즌들은, 경일이 번 돈으로 소년소녀가장, 불우이웃, 노숙자, 독거노인 돕기 타령을 해대며

괴롭히기를 즐기기까지 했다. 경일은 우여곡절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1년 후인 2038년 3월 22일에 링에 돌아왔지만,

경일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경일은 더 이상 한국 사람이 아니었다.

남아공에 돌아간 경일은 주특기였던 스텝을 빠르게 하기 위해 훈련에 몰두했다.

2040년에는 여러 가지 챔피언 벨트와 여러 개의 TKO승, 여러 개의 KO승을 거두었는데,

경일은 이미 싸움을 거듭할수록 철저히 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었다.

 

“이기고 지는 것은 하느님께 달린 것이다. 불효자식인 내가 무슨 낯으로 한국에 돌아가겠느냐마는,

이왕 성공한 이상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뼈를 묻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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