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의 권투인생 6

2024. 3. 21. 22:18소설 모음

2042년, 경일의 나이 어느덧 38세. 여태까지도 경일의 기량은 지독하리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 챔피언 김상규와 경기를 치르게 되었을 때. 김상규가 하는 말,

“장경일, 너는 조국을 배반하고 부자가 되었어. 그렇게 살고도 제대로 살 것 같아?”

“김상규, 너는 그래도 행복한 거야. 너는 사랑할 조국이 있잖아.”

“그래? 알았어.”

“나는 더 이상 한국 사람이 아니야.”

“좋아. 내 주먹으로 깨우쳐 주지. 너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말이지!”

김상규가 주먹을 날리자마자, 장경일은 오른쪽으로 피해 왼 주먹으로 김상규의 턱을 올려쳤고,

김상규가 당황하자 때를 놓치지 않고 오른 주먹으로 김상규의 뺨을 후려쳤다. 단 몇 초 만에 김상규가 쓰러지자,

관중들은 당황했다. 10초가 지나도 김상규는 일어나지 못했다. 장경일의 승리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일은 이렇게 말했다.

 

“김상규가 나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나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요.”

 

얼마 후, 김상규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간 경일.

 

“미안하다. 너를 이렇게 만들 의사는 없었는데….”

“괜찮아. 나는 이렇게 쓰러지지 않아. 경일이 너도 멀쩡히 세계 챔피언이 됐잖아?

차라리 그것이 나은지도 모르지. 하지만 기억해 줘. 너는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야.

하지만 너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

“이제 나는 권투선수를 은퇴할 생각이야.”

“그래? 잘 됐네. 그만두면 뭘 할 거지?”

“자선단체를 만들 생각이야.”

“그럼 왜 국민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지? 동포들이 원하는 대로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

“나는 남들처럼 살기 싫었어.”

“네 마음 모르는 바 아니지만, 더 이상 한국은 네 조국이 아니야.”

“고맙다, 상규야. 이제는 타국에서 새 삶을 살 생각이야.”

 

경일은 2043년 1월 3일 권투 선수 은퇴 의견을 밝혔다. 통산 전적 67승(65KO).

 

“저는 권투선수를 은퇴할 생각입니다. 자선단체를 하나 만들어 착한 일 좀 해야겠습니다.

은퇴식 없이 은퇴하는 건 아쉽지만,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기에 은퇴식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무하마드 알리가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웠다면,

저는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부분들을 메우기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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