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10

2024. 4. 12. 14:01소설 모음

잠시나마 행복했다

성동욱 씨 부부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경기 군포시를 찾은 26일에는 눈이 내렸다.

성 씨 부부는 다음 달인 23일까지 군포에서 머물며 어머니의 흔적을 정리하고 떠났다.

잠깐밖에 얘기를 못 나눴지만, 아들 부부가 참하고 착합디다. 딸들과 사위들도 참 착해요.

평생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고. 어머니를 원망하는 기색은 없었어요.”

근처 슈퍼마켓 주인의 말이다. 아들 동욱 씨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 때문에 언론과 직접 접촉하길 꺼렸다.

어머니를 지켜드리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부인이 대신 이야기를 전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전화를 받고 남편이 한동안 힘들어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는 다른 가족과는 다른 상황이었으니까요. 다른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어머니인데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도 어머니와 어렵게 상봉했으니 다행이죠.

유품을 정리한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예요.”

말을 마치고 잠시 망설이던 동욱 씨의 부인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번에 남편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어요. 어머니도 자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요.

어머니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떠난 어머니가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는데.

사실은 어머님도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찾질 못 했던 거였네요.

하지만 어렵게나마 어머님과 상봉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되어서 홀로 고독하게 숨질 뻔했었던 고현영 씨가 살았던 다세대주택 앞 골목길.

고현영 씨는 매일 이 길을 지나 자신이 운영하는 국수집으로 향했다. 거기서 아이들과 만날 날을 학수고대했던 것이다.

무연고 코로나19 사망자가 될 뻔했던 고현영 씨는 그렇게 3남매의 품에 안겨 행복하게 세상을 떠났다.

평생 가슴의 한이었던 삼남매의 얼굴을 보고 나서 소원 성취를 한 뒤 기쁘게 눈을 감았다.

얼마나 아이들이 그리웠을까 하니 정말로 어떤 면에서 보면 다행이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영영 만나지 못했을 뻔한 3남매와 어머니. 다시 만나서 효도를 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고인이 된 고현영 씨의 유골은 가루가 되어 고향 창원시 마산 바다에 뿌려졌다.

어머니의 유품인 일기장은 소중히 간직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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