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피해자 29

2024. 5. 30. 12:52사회의 피해자

아내의 생일

2044613, 바로 태홍 아내의 43세 생일이었다. 주민들과 가족들이 모두 모여 축하를 했다.

할머니의 생신 잔치 이틀 후였다. 할머니께서는 87세였는데, 손자인 태홍이 잘 대해 주고 증손자들이 건강하게 컸으니,

너무나도 기쁜 날이었다. 또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이라니, 전에 쓴 시가 아내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당신을 보고 있어도

고 태 홍

 

당신을 보고 있어도

나는 당신이 보고 싶어요.

 

당신과 마주치고 있어도

나는 당신과 같이 있고 싶어요.

 

사랑하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으련만

 

핏케언에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환경학자로서 살아간 지

오랜 세월이 흘렀구려.

 

당신이 나를 사랑하여

낯선 곳까지

어느덧 3년이 지났어요.

 

늙으신 분들은 슬프게도 죽어가고

남은 것은 허무뿐이네요.

 

하지만

돌아가신 분들이 남긴 것들은

우리의 한 땀 한 땀

좋은 추억이기에

 

좋은 유물들을 모두 정리하기에

모자란 이 시간

소중한 물건들이었지만

 

떠나간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정리하니

허무하고 괴롭네요.

 

돌아갈 수 없는 내 조국 대한민국

이제는

미련 없이 정리할래요.

 

이 시를 들은 주민들과 가족들은 감개무량했다. 어느덧 핏케언 제도 공동체가 발전되어

인구가 감소하리라는 우려는 괜한 걱정이 되었다. 2044년 당시 지금 인구는 3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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