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선이의 꿈 13

2024. 6. 18. 14:27명선이의 꿈

명선이네의 설날 풍경

한편, 명선이 아버지는 떠나간 딸자식을 생각하며 오늘도 술에 절어 살고 있었다.

그런 꼴을 안타깝게 여긴 친척들이 가끔 교대로 명선이 아버지를 찾아오곤 했다.

이번에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명선이 막내삼촌과 명선이 큰아버지였다. 막내삼촌이 형님께 한 마디 하셨다.

형님, 명선이는 그만 잊으시구려. 축구가 좋아 프랑스로 갔는데 무슨 미련을 두는 거요?

명선이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 그런 거지.”

하지만 아버지는 술에 취해 퀭한 눈으로 말하기를,

막내야, 너 같으면 참겠니? 명선이 그년이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이 내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기대가 무너지다니……. 그년이 떠난 후로는 우리 집은 망해 버렸다. 명선이 두 오빠는 어떻게 하니?

그 애들은 의사가 꿈인데, 공부 열심히 하는데, 애 엄마가 너무 불쌍해. 명선이와 담판을 지어야겠어.

제발 명선이 좀 데려와 줘.”

보다 못한 큰아버지가,

아우야, 네 마음 모르는 바 아니다. 이제 명선이는 한국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요? 나는 명선이를 의사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년이 이 땅을 떠난 뒤로 그 기대는 깨져 버렸소! 그년은 이제 내 딸이 아니요!”

그러시면서 또 한잔 술을 들이킨다. 보다 못한 친척들이,

명선이는 이제 그만 잊어버려, 아우야. 너도 이제 병원에 가서 요양을 해야지,”

명선이 어머니가 병석에서 한 마디,.

명선이가 떠난 뒤로는, 밥과 물이 넘어가지 않는군요.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명선이 두 오빠들은 의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데, 너무 허무하네요.”

막내삼촌이 명선이 어머니에게,

형수님, 걱정 마소. 명선이도 몸 건강히 잘 있을 테니, 얼른 뭐라도 좀 드시고 나을 생각만 하세요.”

아버지가 그런 막내삼촌에게 한 마디,

아우야. 네 마음 이해는 간다. 명선이 오빠들은 의사가 되어가는 중인데, 명선이만 이 모양이라니…….

나는 더 이상 그년이 보기 싫어!”

아우야, 네 마음 알겠다만 명선이 좀 내버려 둬. 명선이도 생각이 있으니까 떠난 거겠지.”

어머니는 한 섞인 목소리로,

아주버님, 막내 서방님, 저희는 이제 어쩌면 좋아요? 명선이, 우리 명선이 어떡하면 좋아요? 명선이가 보고 싶어요.”

형님, 우리 명선이 좀 데려와 주세요. 내가 그년이랑 담판을 지어야겠소!”

형님, 지난일 가지고 명선이 가슴에 대못 박는 짓은 제발 하지 마소. 다 지난 일이니까.”

이런 풍경이 일상이 되어버린 명선이네 집. 명선이가 떠난 후 한 맺힌 뒤풀이가 끊일 사이가 없으니,

너무나도 슬픈 풍경이다. 부모님은 엉엉 울고 만다.

돌아올 수 없는 딸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도 처참하게 무너졌으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명선이도 다 컸다.

독립된 인간이 되었다. 명선이의 두 오빠도 마찬가지다.

부모도 그걸 진작 알았더라면 가정이 파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트린 권은 축구 삼매경에 빠졌다.

아마도 명선이 부모님이 이것을 보시면 기절할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때마침 선생님이 문병을 오셔서 하신 말씀이,

명선이 아버님, 명선이가 돌아올 수 있을까요?”

그 년은 이제 안 돌아옵니다. 다 끝났어요.”

선생님, 명선이 제발 데려와 주세요. 명선이가 보고 싶어요.”

담임 선생님과 명선이 부모님은 통곡을 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친척들의 마음은 안타깝고 착잡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런다고 돌아올 명선이가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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