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선이의 꿈 26

2024. 6. 18. 16:26명선이의 꿈

선생님의 설득도 뿌리치고

201723, 오늘도 카트린 권은 아이들을 키우며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이 날의 오후 234분에,

손님이 왔다고 해서 나가 봤더니, 다름 아닌 그 때 그 담임선생님이었다. 그것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여기에는 어떻게 오셨죠?”

명선아, 선생님 얘기 한번 들어 볼래?”

저는 이미 한국 사람이 아니에요.”

그 말에 물러설 선생님이 아니었다. 아마 카트린 권을 설득할 각오로 이 자리에 선 것 같았다.

다시 보면 선생님은 각오를 단단히 한 모양이었다.

너 아이들 키우고 제멋대로 사는 꼴 보려고 여기 온 건 아니야. 나는 널 어떻게 해서든지 귀국시킬 각오로 왔어.

한 번만 선생님 말 좀 들어주렴.”

그 때 나딸리 아주머니가 끼어든다.

선생님, 이미 카트린은 프랑스 사람이에요. 더 이상의 설득은 무의미할 것 같군요. 이미 카트린은 축구를 그만두었어요.

선생님 소원대로 된 셈이죠. 지금은 애들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군요.”

그 말에 선생님은 정색을 하면서,

명선이가 부모님의 가정을 파괴한 건 사실이에요. 아버님은 자살하셨고,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병석에 누워 계세요.

그러고서도 애 키우며 마음대로 산다는 거, 비정상 아닌가요?”

그럼 카트린이 한국에서 평생을 불행하게 살기 바라시나요?”

그럼 어떡해요? 남들 다 가는 길 명선이도 같이 가야죠. 안 그러세요?”

그리고 명선이를 향해,

권명선, 당장 짐을 쌀 준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야.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남들처럼 스펙 쌓고 열심히 살고, 취직해서 네 부모님께 속죄하는 의미에서…….

그러면 선생님이 취직 특례 보장해 줄게. 도와줄게. 부탁이야. ?”

선생님은 다시 간곡하게 매달린다.

나는 좋은 직장을 얼마든지 소개해 줄 수 있어. 프랑스보다 더 좋은 직장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평생 이렇게 주저앉을 수 없잖아. 선생님 부탁 들어줄 수 있지? 우리 착한 명선이……. 흑흑흑…….”

선생님은 흐느끼다 못해 통곡을 한다.

부탁이야……. 명선아, 너 그렇게 사는 거 선생님은 싫어.

좋은 직장 두고 왜 이역만리 타국에서 헛고생을 하니……. 엉엉…….”

선생님의 통곡소리는 더욱더 간절해진다. 그것을 보다 못한 나딸리 아주머니는 한 마디 하신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카트린이 평생을 불행하게 살기를 바라시는가 보군요.

평생 취직에 얽매여 불행한 삶을 살기를 바라기로 작정하셨나요?”

아주머니, 저는 명선이 일에 아주머니가 더 이상 끼어들지 말았으면 해요.

우리 명선이 귀국시키세요. 더 이상 그 꼴 못 보니까!”

그 말을 하는 선생님은 엉엉 울고 만다. 나딸리 아주머니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꺾지 않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카트린 권을 귀국시켜 달라고 애걸하는 선생님.

나딸리 아주머니와 카트린 권은 그 광경을 보고 질려버리고 만다. 바로 그때, 프랑스 경찰이 들이닥친다.

제롬과 장 아저씨와 함께였다.

당신은 카트린 양이 불행하기 원하시나요?”

당신은 카트린을 걱정할 자격이 없어! 오히려 카트린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작정했잖아!”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극도로 격앙된 어조로,

가만 안 둘 거야! 다 가만 안 둘 거야! 명선이 귀국시켜! 명선이 취직 하는 거 보고 죽을 생각이야.

그렇게 안 되면 나 제대로 못 살아! 그리고 명선이 너, 평생 프랑스에서 그런 식으로 살래 진짜? 당장 짐 싸! 당장!”

그 말에 나딸리 아주머니는 화가 나서,

진정으로 카트린을 생각하신다면, 카트린을 당장 놓아주세요. 카트린이 한국사람 물건인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요.

그렇게 카트린을 이용만 할 목적으로 여기 오신 건가요? 이제 카트린을 놓아주세요.

선생님은 카트린을 생각해 줄 자격도 없으니까요!”

충격을 받아 아무 말 못하는 선생님. 카트린 권이 그 사건의 쐐기를 박고 만다.

선생님, 저는 한국에 가면 평생을 한국의 노예로 살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는 자유롭게 공부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한국 가면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못 하고 노예로 살아야 하잖아요. 저는 그런 삶 절대로 살기 싫어요!”

그리고 작별의 한 마디,

선생님, 제가 진실로 행복하기를 바라신다면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시고, 프랑스에서 숨을 쉬며 살게 해 주세요.

한국에 가면 숨 막혀 죽을 것 같으니까!”

장 아저씨도 한 마디 하신다.

잘 하면 카트린을 사이보그로 만들고도 남을 사람이군.”

선생님은 경찰에 끌려가면서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마는데, 카트린 권은 눈물도 말라 버렸다.

선생님은 끌려가면서까지 명선이를 향해 고함을 친다.

너 어디 두고 보자! 너 가만 안 둘 거야! 너랑 절교야!”

또 악담이 터져 나온다.

너 프랑스에서 얼마나 잘사나 두고 보자! 아아악!”

하며 절규한다. 이 광경을 말없이 지켜본 나딸리 아주머니는,

카트린, 조금만 참자. 너도 이제는 프랑스 사람이니까.”

하시며 카트린 권을 꼭 안아 주신다. 카트린 권은,

고마워요, 아주머니, 아저씨.”

저녁을 먹고 잠이 들며 카트린 권은 생각했다.

평생을 직업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며칠 후, 선생님은 카트린 권과 절교했다. 선생님이 카트린 권에게 보낸 절교 편지는 이러했다.

 

이제 나는 네 선생님이 아니고, 너는 이제 내 제자 또한 아니다. 프랑스에서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렴.

너는 가정 파괴범일 뿐이니까! 네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니까!

 

선생님은 귀국 후 학교를 그만두고 어느 학습지 회사에 취직하여 아이들에게 학습지를 가르치며 살다가

우울증과 배신감을 견디지 못하고 2018915일에 독약을 먹고 스스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제자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보기 싫어 제자를 소유화하려 했던 인생의 종말이었다. 향년 47.

카트린 권은 선생님과 절교한 후 슬픔에 잠겨 시를 읊는다.

 

타향살이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았건만

조국은 나를 보고 꿈을 접으라 하네.

저들은 나보고 말하네,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이미 수많은 인생을 망쳐놓고서.

조국에서 평생 일자리 찾아 사느니

차라리 타향살이가 나은지도 모르지.

이미 엎지른 물이기에

돌아오지 못할 길, 열심히 살아야지.

 

조국에서 산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는가.

한국에서 평생을 불행하게 사느니

차라리 프랑스에서 살았으면 되었지.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았기에

조국에 돌아가지 못해도 후회는 없다.

평생을 불행하게 한국에서 고생하며 사느니

차라리 타향이라도 나은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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