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의 꿈 9

2024. 6. 28. 08:31진수의 꿈

한국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재판(1)

대법원 재판에서는 김영산 판사님이 재판을 한다. 원래는 1심과 2심을 거쳐야 하지만,

진수의 존재가 한국에서는 눈엣가시였고 국민모독죄와 민주주의 모독죄가 성립되었기에,

1심과 2심을 생략하고 바로 대법원에 상고된다. 증인으로는 선생님과 목사님, 형과 주한 카타르 대사가 참석했다.

재판을 시작합니다. 김진수, 너 카타르에서 살 때 어땠어?”

진수의 대답.

축구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럼 축구 그만두고 대학에 가고 취직도 해야지. 언제까지 축구에 매달려 살 건데?”

이 말을 들은 진수의 분노에 찬 음성. 하지만 차분하다.

저보고 평생의 꿈을 접으라는 건가요?”

그러나 재판장은 완고하다. 자신의 신념을 지나치게 내세운 것이다.

한국에서는 취업만이 정답이야. 취업 이외의 길을 찾으려면 한국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해.

지금 네가 카타르에서 저지른 죄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야.”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카타르 아랍어 성적을 보면 성적은 전교 2등이군.”

공부는 잘 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재판장의 호통이 이어진다.

그럼 한국에서 취직해서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호통.

공부만 잘하면 되나? 인간이 되어야지! 취직해서 부모한테 효도해야 할 거 아냐!”

듣고 있던 어머니의 분노에 찬 음성.

진수가 카타르에서 축구할 때, 여러분은 우리 진수한테 뭐 해 준 거 있나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재판장도 지지 않는다. 역시 분노에 찬 음성으로.

진수 어머니,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무조건 취직은 필수예요. 진수가 카타르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취직하자고 부탁하신 적 있습니까?

진수가 카타르에서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을 때 취직하자고 설득하고 말렸어야죠! 그래요, 안 그래요!”

그러고 나서 목사님께 말씀하시는 김영산 재판장님.

목사님, 선생님, 설명 좀 해보세요. 이 사태를. 이건 민주주의 모독죄예요!”

곁에 있던 증인인 목사님께서는,

그렇습니다, 재판장님, 저는 진수가 진실한 신앙인이기를 바랬습니다. 예배 빼먹지, 헌금도 안 내지, 성경도 안 읽지,

전도도 안 하지, 기도도 안 하지, 저는 진수네 식구가 카타르로 떠난 후로 진수가 축구 그만두기를 절실히 기도했습니다.

진심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저도 진수가 축구를 그만두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이 나라에서는 취직만이 답이에요.

취직이 아니면 죽어야 하지 않나요?”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 고함을 지른다.

너희가 사람이냐! 완전히 우리 진수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했구나!”

그 말 한마디에 재판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얼마 후 재판장이,

조용히 하세요! 정숙하기 바랍니다. 다음, 김태수 군 증언하세요.”

진수가 축구를 좋아하는 거 다 아시지 않습니까? 카타르에서 성공하고 돌아올 것이니,

 이상 진수 인생에 간섭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때, 담임선생님의 분노에 찬 일갈이 떨어진다.

여기가 진수 땅이야? 여기는 진수 혼자만의 나라가 아니야.

모두가 함께 가꾸어 나가면서 똑같이 바르게 사는 민주공화국이야. 나는 진수가 취직하는 거 꼭 보고 말 거얏!”

진수의 그 동안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한다.

내가 축구 할 때 너희가 해 준 것이 뭐야? 공부해라, 취직해라, 이 따위 소리만 하고, 이제는 내 인생을 망치려 들어?

너희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그 말을 들은 담임선생님의 고함이 터진다.

조용히 안 할래! 너 죽고 싶어! 이 새끼가 참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 때문에 또다시 어수선해지는 재판정.

선생이 알고 보니 괴물이구나! 저거 미친년이구나!”

이 소리에 광분하며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는 선생님. 뒤이어 재판장이 소리친다.

다들 정숙하세요! 조용히 하세요!”

하지만 더욱더 발광하는 선생님. 재판정이 조용해지기까지 4분이나 걸린다.

다들 정숙하셨으면 검사님의 발언 있겠습니다.”

검사의 발언.

김진수 군이 축구를 잘 한다는 건 본 검사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김진수 군은 부모님과 함께 카타르에서 취업 비자를 받았는데, 알 라이얀 축구클럽에 들어간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김진수 군은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목숨조차 걸어야 한다.’고 말했고,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 좌절과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진수 군이 국민께 용서를 빌고 대한민국의 국민답게, 대한민국 남자답게,

용기 있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랐는데, 진수 군은 그 간절한 열망도 철저히 짓밟았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을 상습적으로 어겨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렸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민주주의 모독죄와 국민모독죄가 성립됩니다.

이에 따라 진수 군에게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바입니다.”

, 알겠습니다. 다음, 변호사님의 발언 있겠습니다.”

법정에서 변호사의 발언.

김진수 군은 대한민국을 나름대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축구로 대한민국을 빛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의 정신 수준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야겠습니다.

판사님 말씀대로 취직만이 길이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 사람마다 각기 재능이 있고,

사람마다 각자의 꿈이 있습니다. 꿈도 없는 사회가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꿈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이 없습니다. 김진수 군은 꿈을 찾아서 카타르로 간 겁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모독이라든지, 국민 모독이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김진수 군에게 처벌 없는 선처를 부탁합니다.”

변호사의 발언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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