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의 꿈 11

2024. 6. 28. 08:43진수의 꿈

조국을 등지며(1)

진수는 인천국제공항 앞에서 한국에서의 고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9125일의 일이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카타르로 떠납니다.

더 이상 국민이 주인이 아닌 정치인이 주인인 이 나라 대한민국을 모레, 영원히 떠납니다.

도대체 국민 여러분은 제가 잘못되기를 바라십니까? 저는 지금도 잘 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에서 축구할 때 말이죠.

저희 집이 가난할 때 여러분은 보태 준 거 하나라도 있습니까? 왜 제가 원하지 않는 삶을 자꾸 강요합니까?

누구 인생을 망칠 일 있나요? 국민 여러분은 저를 한번만이라도 배려해 주신 적이 있습니까?

한국 사회는 취직 이외에 어떠한 기회도 없고, 일자리 이외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아기를 낳는 것도, 연애도, 결혼도 성폭력인 이 저주받을 나라에서 국민 뒤치다꺼리를 하며 사느니

차라리 나라 없는 백성, 나라 없는 난민, 얼마든지 되겠습니다.

 

진수는 한숨 한 번 쉬더니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대한민국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완전히 저주받은 상태고, 철저히 대한민국의 부조리, 부정부패, 이기주의,

저성장 경제 고착화, 정치의 해이, 갈등, 열등감, 폭력, 실패, 자학증세, 정신병 등을 즐기며,

도대체가 개선할 의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술과 담배와 돈과 갑질과 권력과 서로를 향한 저주와 욕설과 막말에 걸신 든

한국의 풍토에 실망하여 떠나는 저이기에,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계속 그렇게 살다가 망할 거라는 걸 저는 잘 압니다.

김치녀한남충이니 그 따위 개소리나 씨부려대고, 남녀 간에 서로 싸우고,

철저히 개인주의를 즐겨대는 국민들에게 세계인은 뭐라는 줄 아세요? ‘헬조선이라 부릅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기자회견장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진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간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발전과 희망 같은 건 없고, 돈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결코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군요.

국민의 콧대만 세서 결국 국민의 손에,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마저 국민의 손으로 죽일 것 같아 무서워서,

더는 미련 따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때문에 더 이상 한국에서 살아갈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저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나에게 험한 욕을 할까봐 두려워서예요.

제게도 양심이란 것이 있는지 더 이상 여러분 곁에 갈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안 가는 것이 나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구역질 날 정도로 변해 버린 내 조국 대한민국.

제가 바라던 내 조국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실망했습니다.

 

한 기자가 그렇게 말한다.

도대체 뭐가 불만입니까?”

계속 기자회견을 이어가는 진수. 그와 동시에 웅성거리는 소리는 더해진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완전히 실망, 아니 절망입니다. 철저히 입시나 대학에 집중되어 있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편애하며,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노예취급밖에 하지 않습니다.

스펙이라는 제도는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대한민국을 취업 공화국으로 만들어 서민들을 착취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철저한 경제이론과 그들만의 법을 주입시켜 국민과 국민 사이의 분열을 부추기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는 과학마저 포기했다죠? 그것을 고치고 개선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 국민의 도리이자 상식이었지만,

끝내 여러분은 그것조차 거부했지요. 지금 한국은 분명히 발전했지만,

갈등과 경제 파탄 등으로 세계의 조소거리가 되었습니다. 같은 동포로서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럽습니다.

창피한 줄도 모르는 한국인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한국인이 집단으로 정신병자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수치스럽고 치욕스럽습니다.

그따위로 하려면 독립은 왜 했는지, 무얼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실망했습니다.

이따금 뉴스에서 대한민국에 관련된 뉴스를 보면 한없는 절망감에 한숨이 나오곤 하는 거, 저만의 생각일까요?

망해가는 내 조국, 저주받은 대한민국. 이제 대한민국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저는 잘 압니다.

걱정스러우면서도 화가 납니다. 보기 싫어도 안 보게 되는 나 자신이 싫습니다. 저는 더 이상 한국에 살 수 없습니다.

저는 축구가 하고 싶었고, 카타르에서 열심히 축구를 하며 효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멋대로 그 기회를 박탈할 뻔했습니다. 만일 제가 영원히 축구를 못 하게 되었다면 어쩔 뻔했습니까?

 

한 기자의 넋두리. 이 시점부터 기자들의 막말이 시작된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어수선해지는 기자회견장.

부모가 이러라고 진수 씨 대학 보내고 공부시켰나?”

대한민국에서 사라져라!”

공공장소에서 그 따위 개소리를 지껄이다니 배짱도 좋다!”

기자들의 막말이 점점 심해진다. 그 상황에서도 기자회견은 계속된다.

 

저는 축구가 하고 싶었지만, 하마터면 축구선수로 살 기회를 여러분한테 박탈당할 뻔했습니다.

제 재산으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을 돕겠다고요? 정말이지 여러분께 절망했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것이 저주스럽습니다. 툭하면 독거노인이다, 노숙자다, 장애인이다,

소년소녀가장이다 불우이웃 돕기니 기부 타령이나 해대는 국민과는 공존도 하기 싫습니다.

더 이상 저주받을 한국에서 개 노릇을 하느니 나라 없는 난민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 카타르로 떠납니다. 저는 더 이상은 이 나라에서 견딜 수 없습니다.

젊은이에게 출세와 입신양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노예처럼 살기는 싫습니다.

국민이라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돈밖에 모르고, 취직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생각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더군다나 취직 이외의 출세의 길을 찾으려면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나라입니다.

저는 이 나라에 절망해서 카타르로 떠납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 살지 않을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저는 이 시간 부로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추잡하게 늙어가며 사느니 다른 나라에서 곱게 사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불행했습니다.

긴말은 않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대한민국 사람이 아닙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에게는 출산, 연애, 결혼, , , 인간관계, 희망, 육아도 범죄입니다. 그런 나라는 없어져야 합니다.

세계인 여러분, 대한민국 국민 혼 좀 내주십시오. 그렇게 해서라도 한국인의 버릇, 고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긴 기자회견은 끝났고, 분노와 증오에 찬 기자들의 눈초리는 매섭다.

저 기세로 대통령을 쓰러뜨리고 새 시대를 연 듯한 저 눈초리. 너무나도 섬뜩하고 무섭다.

'진수의 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수의 꿈 13  (0) 2024.06.28
진수의 꿈 12  (0) 2024.06.28
진수의 꿈 10  (0) 2024.06.28
진수의 꿈 9  (0) 2024.06.28
진수의 꿈 8  (0)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