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의 꿈 10

2024. 6. 28. 08:34진수의 꿈

한국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재판(2)

그런데, 변호사의 발언이 끝나는 도중 담임선생님이 소리쳤다.

선처는 무슨 놈의 선처! 당장 사형시켜!”

이 일갈에 또다시 어수선해지는 재판정.

아가리 닥쳐라, 이 씨발년아!”

저 썅년이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은가 보구나!”

저게 무슨 선생이야! 괴물이지!”

진수 죽이려고 그 따위로 재판하냐!”

알고 보니 목사 이 새끼도 괴물이구나! 진수를 죽이려 했어!”

재판장도 알고 보니 괴물이다! 이 재판은 무효다!”

당황한 김영산 재판장. 그러나 침착하게 정숙을 요구한다.

조용히 하세요! 제발 조용히 하세요!”

재판정은 5분 후 정숙해진다.

변호사님, 알겠습니다. 다음, 주한 카타르 대사님의 발언 있겠습니다.”

주한 카타르 대사는 이렇게 발언했다.

여러분은 한 사람의 인생을 잔악하게 짓밟고 있습니다. 가석방 없이 무기징역이라니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신의 벌을 어찌 면하시렵니까? 김진수 군도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카타르의 학생입니다.

이렇게 착한 학생을 여러분은 철저히 짓밟고 계시는군요.

한국에서는 지금 전 세계에서 온 기자들이 이 재판정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 진수 군은 나름대로 카타르와 한국을 사랑하고 있으며, 차별을 두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합니다.

카타르에 귀화하더라도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 발언은 이어진다.

한국 국민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착한 한 사람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건 잘못된 겁니다. 코란에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전 인류를 죽이는 악과 같으며,

한 사람을 구제하고 불쌍히 여기는 것은 전 인류를 구하는 선행이라고 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김진수 군을 죽이려 함은 전 인류와 전 세계를 해치는 악과 같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과 진수 담임선생님은 먼저 인간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러니 김진수 군의 무조건적인 무죄 석방을 요청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목사님이 소리친다.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갈지어다! 진수네 가문에 저주 있으라!”

이 말 한마디에 재판정 전체가 소란스러워진다.

진수는 착한 아이야! 유능한 축구선수라고!”

목사 이 괴물!”

선생년도 괴물이네! 저게 무슨 선생이야!”

재판장은 진수를 석방하라!”

재판장도 괴물이다! 이 재판 취소하라!”

재판장도 당황한 표정이다. 하지만 침착하게 정숙을 요구한다.

조용히 해 주세요! 정숙하세요!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조용히 하세요!”

조용해지는 재판정. 그 다음 이어지는 재판장의 설교.

대사님, , 알았어요. 김진수, 검사님께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원하고 계시거든.

하지만 변호사님께서는 네가 석방되는 것을 원하시고…….

진수는 축구가 하고 싶고, 그러다가 한국에서 미움 받고 욕먹고…….”

재판장의 권유는 간절하고도 노골적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 거야?”

진수는 속으로 분노를 삭인다. 아무 대답이 없는 진수에게 단호한 김영산 재판장의 마지막 권면.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새 삶을 살고, 국민께 무조건 순종하겠습니다.’ 라고 열 번 말해봐, 어서!”

아무 대답이 없는 진수. 그런 그를 다그치는 판사님.

남자답게, 용기 있게, 축구 따위 하지 않겠다고 빌어! 빌란 말이야! 잘못했습니다 그래! 왜 못 해? 대답 안 해? 빨리!”

선택의 갈림길, 카타르에서 나라를 잃고 행복하게 사느냐,

한국에서 노예처럼 불행하게 사느냐 둘 중 하나의 갈림길에서 진수는 한참 있다가 결단하듯 말한다.

……싫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정적이 흐르는 재판정. 그리고 한숨을 쉬는 김영산 재판장. 얼마 후 재판장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판결을 선고합니다. 피고 김진수, 사형 및 벌금 8천만 원에 처한다! 진수 너는 카타르로 떠나게 되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다신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도 하지 마라!”

진수 어머니는 체념에 찬 표정으로,

보석금 여기 있어요, 이제 되었나요?”

하지만 판사는,

보석금의 문제가 아니라 진수 부모님께서 진수를 키우는 방법이 틀려서 그래요. 보석금은 받고 석방하겠지만,

진짜 진수 이러면 다시는 한국에 못 돌아와요. 이역만리 타향에서 평생 그렇게 살 겁니까?

그렇게 사시면 평생 좋은 소리 못 들어요! 평생 이따위로 키워 가지고 무슨 부모예요! 그렇게 사시면 안 돼요!

그따위로 키워서 뭘 하겠다는 겁니까!”

주한 카타르 대사가 끼어든다.

당신은 판사이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겠군요. 진수 군을 죽이려 하다니.”

진수는 울면서 재판정을 나선다. 마지막까지 갖고 있던 조국에 대한 미련이 끊어지는 순간이다.

얼마 후 진수는 무슨 전화를 받는데, 들으나 마나 협박전화였다.

진수야! 당장 내 합의금 3백만 원 내놓아라! 안 내놓으면 너 카타르에서 한 짓 다 공개해 버릴 거야!”

그 후로도 이민 준비를 하는 동안 주위 가족들에게 협박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이메일로도 마찬가지였다.

진수가 이용하는 이메일에는 협박 메일이 많이 몰려왔다. 이 중 하나의 메일을 열어봤더니 다음과 같았다.

 

돈 백만 원 가지고 폐가로 와라! 안 그러면 네 집 확 불질러버린다!

 

또 다른 이메일이 왔다. 열어 봤더니,

 

진수야! 사랑해~ 너 이민 간다며? 나 네가 이민 간다는 소식 듣고 안타까웠어. 너 이민 가면 예수 안 믿을 거잖아?

너 당장 국민께 잘못했다고 빌고 헌금 8억 원 가져오고, 축구 대신 성경을 매일매일 읽는 것도 잊지 마!

우리 교회에 가서 한번 다시 시작하자! 만일 진수가 우리 교회 안 오면 우리 마음 너무너무 아파~

네 비밀 모두에게 다 폭로해 버리기 전에 꼭! 교회에 가자! 파이팅! 파이팅! 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는 거야! 하나님은 너를 사랑해! 파이팅! 하나님 말씀은 살아있고, 그 속에 은혜와 성령이 있어.

너도 하나님께 축복받을 수 있어. 축구 그만두고 성경을 매일 읽는 큰 용기를 내보자. 부탁해.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남자답게, 용기 있게 다시 시작하자. ? ? 아앙~ 너 하나님 포기할 거야? 너 대한민국 포기할 거야?

만약 이 이메일을 지우는 순간 너는 성령훼방죄를 짓는 거야! 너 교회 안 오면 혼난다!

예배 안 드리면 너의 가문에 무서운 저주와 벌이 내릴 거야~ 가족들 데리고 꼭 교회로 와! 파이팅! 사랑해, 진수야~

 

추신: 대한민국을 포기한다는 건 하나님을 포기하는 거야. 꼭 교회로 와~ 알았지? 사랑해~

 

절망한 진수는 이 이메일들을 지워버리고, 이민에 필요한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지 오래 전이야. 정치인만이 이 나라의 주인이야.

나는 더 이상 서민들 뒤치다꺼리 따위는 죽어도 하기 싫어.’

이제 내일이면 이별의 기자회견을 해야 하고, 글피 - 3일 후에 떠나야 한다.

'진수의 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수의 꿈 12  (0) 2024.06.28
진수의 꿈 11  (0) 2024.06.28
진수의 꿈 9  (0) 2024.06.28
진수의 꿈 8  (0) 2024.06.24
진수의 꿈 7  (0) 202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