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게 된 어느 소년의 고독 9

2024. 7. 16. 12:04소설 모음

고국에 돌아가다

어느덧 경상북도 영양이 그리워진 경수. 서둘러 귀향해 보니, 조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고모와 고모부 내외분이 살고 계셨다. 고종 사촌들도 경수 가족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고모와 고모부는 이미 늙으셨고,

외삼촌과 외숙모는 이미 돌아가시고 없었다. 대신 외사촌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으며,

친구들 또한 늙었지만 모두 다 경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친구들 중에는 40~70대에 결혼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아들딸 구별 없이 하나만 낳는 풍조가 유행이었지만 남달리 경수는 일찍 결혼했고, 자식은 무려 5남매였다.

영양에서는 귀국한 경수를 위한 잔치와 행사가 줄을 이었다.

인구는 비록 조금 줄었어도 자신을 맞아주는 그리운 제2의 고향 풍경이었다.

꿈같은 영양에서의 날들을 마무리하며 고향인 의정부시로 가보니, 신형 아파트가 세워져 있었고,

의정부 시장은 어느덧 73세의 영수를 반가이 맞아주며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졌다. 얼마 후 납골당에 갔는데,

납골당 어느 구석에 안치된 부모님과 누나의 유품과 유골을 가루로 만들어 항아리에 담은 것들,

가족사진만이 경수를 반겼다.

아버지, 어머니, 누님, 제가 왔습니다. 제가 왔어요. 저 경수예요. 오늘따라 모두들 너무 보고 싶네요.

,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도 보고 계시죠? 오늘따라 모두 보고 싶어요.”

의정부 납골당에 안치된 부모와 누나, 그 유품들을 보는 경수의 마음은 슬픔과 외로움으로 눈물이 흐른다.

곁에 있던 아내도 경수를 위로해 준다.

여보, 슬퍼하지 말아요. 하늘에서도 시부모님하고 시누이께서 당신을 축복해 주실 거예요.

걱정 말고 우리 열심히 살아. 자식들 생각도 하셔야지요.”

그 살인범이 너무 불쌍해요.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으니.

그자가 부모님과 누나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불쌍해요.”

그 살인범이 없었더라면 당신이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물론 사람을 죽인 건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이것도 주님의 섭리 아니겠어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고맙소, 부인.”

아내의 위로에 용기가 생긴 경수. 하지만 부모님과 누나, 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외숙모, 고모, 고모부 등등…….

어느새 지나간 추억들이 살며시 떠오른다. 하지만 이미 세월은 되돌릴 수 없이 흘렀고, 통일 한국은 더욱더 발전해 갔다.

통일 한국에서 강연을 하니, 곳곳에서 박수가 우레와 같이 퍼져 나갔다. 그렇게 통일 한국은 철저히 발전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