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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려인의 고백 1
소설 어느 고려인의 고백 堂井 김장수 내 이름은 등촌(藤村) 조상순. 나는 지금 러시아 고려인이며, 소치에서 살고 있다. 소치는 비록 휴양도시지만, 이래봬도 2014년 동계 올림픽을 치른 곳이다. 비록 러시아의 최남단 도시이지만, 사계절 내내 따뜻한 기후에다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2018년 월드컵도 소치에서도 열렸고, 풍부한 먹을거리, 온순한 공기, 정말로 나 같은 사람도 살고 싶어 하는 살기 좋은 도시이다. 이제 나는 고려인이다. 러시아 사람이란 말이다. 이제 나의 러시아식 이름은 로베르트 조이다. 나는 다시는 한국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그러할 것이다. 나는 러시아 여자와 결혼했고, 언어로는 러시아어와 영어, 한국어를 동시에 쓸 수 있다. 내 나이 쉰셋인데,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3.12.08 -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3(마지막회)
출소 후, 미선이 누나가 마중을 나왔다. “경태 왔구나!” “누나!” 그 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라 경태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이를 지켜본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얼마 후 매형이 될 사람인 재 사이판 교포 사업가였다. “오경태라고 했나?” “예.” “경태 자네도 새 삶을 찾을 준비를 해야지. 이제는 배구 없는 세상으로 가지 않겠나?” 잠시 망설인 경태. 하지만 이제 한국에 대한 미련을 끊을 좋은 기회로 알고 대답한다. “네. 형님을 따라 배구 없는 세상으로 가겠습니다. 가기 전에 부모와 담판을 지어야겠어요.” 한편,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경태의 감옥 수감을 축하하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쳐들어온 경태를 보고 놀란다. “무, 무슨 일이냐? 경태야?” “돈 많이 벌어왔니?” 반성..
2023.12.08 -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2
그러던 어느 날, 경태에게 룸메이트인 성태우 선배가 접근해서는, “경태야, 이번 경기는 어차피 지는 경기라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원금만 5천만 원 줄게. 응? 부탁해. 한번만 우리 바람 들어주렴. 응?” 성태우 선배의 애교 섞인 말투와 만날 돈타령만 해대는 부모님…. 이제 오경태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승부조작’의 굴레를 뒤집어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승부조작은 범죄임을 알기에 그는 늘 괴롭기만 했다. 그렇게 3년 후, 신일 레이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경찰이 왔다. “오경태 씨 맞죠?” “예. 왜 그러시죠?” “잠깐 따라오세요.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합니다.” 이제 오경태의 배구 인생은 나락으로 치달았고, 경찰서에서 만난 성태우와 오경태. “선배, 어떻..
2023.12.07 -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1
단편소설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堂井 김장수 1985년 12월 9일, 한 아이는 누나와 부모님의 축복 속에 태어났다. 그 이름은 오경태. 그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너는 훌륭한 배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기구한 운명은 그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결국 막아버렸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촉망받는 선수였고, 6학년 때는 모교(母校)를 전국 우승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어머니가 유언으로 남긴 말씀은, “경태야, 이 엄마가 없어도 굳세게 살아야 한다. 배구 열심히 하고…, 아빠 말씀 잘 들어라…. 미선이 너는 동생 잘 보살피고….” 이 말씀을 남기고 엄마는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 때부터 경태의 인생은 ..
2023.12.06 -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3(마지막회)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동수는 출소 후 정부에 글을 보낸다. 자신을 도와주고 알아주면서, 자신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 달라는 편지였다. 결국 정부는 동수의 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벨기에였다. 동수는 벨기에 국적을 취득한 후 한국 국적을 박탈당했다. 이제는 동수는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 빛이 넘치는 세계로 가게 된 것이다. 동수는 이제 기쁨과 꿈이 넘치는 곳에서 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벨기에의 유명한 건축회사에 취직하여 결혼도 하고, 완전히 조국과 인연을 끊었다. 그런 동수에게 처음으로 기쁜 소식이 들렸다. 동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동수는 스웨덴으로 날아가 노..
2023.12.06 -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2
하지만 동수는 달랐다. 동수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17세에 할아버지한테 엄한 꾸중을 들어야 했다. “너는 우리 문중의 이름을 더럽히려고 작정했느냐? 네 형을 봐라. 네 형은 제사 지내는 환경이 좋아서 의젓하게 행동하고 있는데, 뭐? 건축가가 되겠다고? 그 따위로 살 거면 이 집을 나가거라!” 동수는 결국 문중에서도 쫓겨나서 이곳저곳을 방랑하다가 결국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여러 가지 검정고시를 치른 후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교 건축학과에 다니면서 장학생으로 장학금을 받으면서 고학을 한 끝에 겨우 졸업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졸업 후 건축사에 입사한 동수 앞에 부친과 계모가 나타나서, “동수야, 부탁이다. 돈 좀 다오.” “동수야, 이제라도 다 그만두고 공장일 좀 하..
2023.12.05 -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1
단편소설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堂井 김장수 1986년 5월 5일, 남들은 어린이날에 들떠 있을 때, 어느 가난한 집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 이름은 이동수. 동수는 가난한 집에서 신발장수 아버지와 행상 어머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동수를 낳던 도중 남편과 아들 둘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아버지는 결국 새어머니를 맞게 되었다. 새어머니는 돈을 물 쓰듯 써대고 한 번도 가족을 생각할 의사 따위는 추호(秋毫)도 없었다. 부친과 새어머니 사이에서 딸 미래와 아들 경수가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새어머니와 미래와 경수만 위하고 전처의 자식들인 동수와 형 민수에게는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동수와 민수 형제는 거지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어쩌다 설날에 세뱃돈을 받는 날이면 민수와 동수는 ..
202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