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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빚 3
◆빚을 갚은 후 그렇게 5개월이 흘렀다. 나머지 빚을 거의 갚은 현산(晛山) 김창수는 마지막 빚을 갚고 나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사서 먹었다. 이제 다시는 빚을 빌리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긴 라면이었기에 더욱 맛있었다. 이 라면은 맛살을 담은 라면이라 더욱더 맛있었다. 제일 먼저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잘 되었다고 하시며 기뻐하셨다. 다음날 창수는 새 출발을 하는 사람답게 깔끔한 옷차림에 머리를 잘라 너무나도 깨끗한 차림이었다. 창수를 보는 이웃들도 빚을 갚은 그를 축하해 주었다. 가뿐한 마음으로 제과업체에 출근한 창수를 보는 동료들도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과장님이 말씀하시기를, “김 대리, 축하하네. 이제 빚을 빌리는 구차한 짓을 하지 말게. 할당량은 우리..
2024.02.20 -
군주제와 절연
나는 15일자로 군주제와 절연했다. 그들을 흉내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이제 다시 그럴 일 없을 것이다.
2024.02.18 -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에야 이메일을 보냅니다. 꾸지람 들을 각오하고 이 메일을 보내는 겁니다. 오늘 새벽에 눈을 떠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대로 황제가 된다 해도 미래의 아내에게 상처가 될까봐 두려웠고 제가 해온 일들이 너무 무의미해서 아무도 주목하는 이가 없어서 제게 남은 것은 나이와 잔주름, 그리고 고독뿐입니다. 저도 결혼하고 싶은데 아무도 오는 여자가 없고 이 나이가 되도록 헛되이 살았구나, 늙어도 이 모습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대관식 하나 못 치렀으면서 황제라고 칭하기에는 너무나도 창피하고 더군다나 아무도 저에게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16년을 황제라 자칭하면서 그 동안 돌아보니 얻었던 것보다 잃어버린 것들이 더 많습니다. 더군다나 결혼하고 싶어도 제 상태에서는 장애인에게 시집올..
2024.02.15 -
껍데기를 버리며
껍데기를 버리며 堂井 김장수 껍데기를 버리며 다시 시작을 다짐한다. 이제는 이름뿐인 꿈을 정리하며 새벽에 결단을 내렸다. 미래의 내 아내에게 상처가 될까봐 이제는 허울뿐인 꿈을 정리했다. 오늘 중으로. 껍데기를 버린 후에는 마음이 편하다. 이제는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미래의 내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고 싶다. 나이와 잔주름 그리고 고독 이제는 그 빈껍데기를 벗어던졌다. 너무 늦었어도 이제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새벽에서 오전 중에 다 정리했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 다시는 허울뿐인 꿈을 꾸지 않겠다. 이제 옛 꿈은 영원히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2024.02.15 -
이제 후신라왕조는 문을 닫는다
이제 후신라왕조는 오늘로써 문을 닫는다. 돌아보니 지금 내게 남은 건 나이와 잔주름, 고독뿐이다. 이제는 새 삶을 찾고 싶다. 나도 결혼하고 싶고, 미래의 내 아내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 두려워 이제는 껍데기뿐인 황제 노릇을 그만둔다. 나는 이제 대한민국 시민이다. 국민으로서 도리를 한 것이다. 안녕, 후신라왕조. 안녕, 후신라조선.
2024.02.15 -
마지막 빚 2
◆빚을 갚다 창수는 제과업체 월급 210만원 중 100만원은 어머니께 드리고 70만원은 채권자들에게 드리고 20만원은 월세를 내고 10만원은 훗날 자활을 위해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으며, 남은 1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텼다. 밥을 얻어먹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에서 있는 힘을 다해 일했다. 4달 후, 제과업체도 그렇게 성실하게 변한 창수를 위해 월급을 특별히 올려 주었다. 창수는 이제 월급 210만원에서 매달 240만원을 올려 받아 100만원을 어머니께 드리면 140만원이 되었다. 채권자들에게 드리는 액수는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늘었고, 남은 액수는 60만원이 되었다. 또한 20만원은 월세를 내고, 10만원 저축성 보험료를 내면 남은 액수는 30만원이나 되어 창수는 그 제과업체가 고맙게 느껴졌다...
2024.02.14 -
마지막 빚 1
소설 마지막 빚 堂井 김장수 ◆순간의 실수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현산(晛山) 김창수는 2000년 3월에 대기업 제과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외환위기 직후 어렵게 잡은 직장이어서 의욕적으로 일했지만 매번 영업 할당량을 맞추지 못했다. 부족한 매출을 자신의 돈으로 채워 넣었다. 2002년은 카드사들이 길거리에서 ‘묻지 마 발급’을 해주던 때였지만, 필요한 돈을 남에게 직접 빌릴지언정 카드사들의 ‘묻지 마 발급’에 속지는 않았다. 창수는 남에게 현금으로 빌릴 수는 있었지만 신용카드는 단 한 개뿐이었다. 카드사 직원들이 영업소까지 찾아와서 카드 발급을 권유해도 사양했다. 대출도 받지 않았다. 남에게 빌린 돈은 어느덧 8백만 원이었는데, 그 8백만 원은 반드시 갚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끝까지 버텼다. 함부..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