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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국 7(마지막회)
세월이 흘러 수석(水石) 김영수도 노인이 되었다. 싱가포르 국적으로 한국에 두 번째 방문을 했는데, 그의 나이 91세, 서기 2082년. 이제는 김영수도 천국에 갈 때가 되었다. 그토록 애증(愛憎)했던 대한민국의, 어둠 속에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면서. 폴란드인 아내는 3년 전 세상을 떠나 김영수는 정동진역 의자에 앉아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여보, 미안하오. 나는 당신 곁으로 가려 하오. 기다리시게. 나는 당신 곁으로 갈 테니까.” 수석 김영수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미 그의 영혼은 천국에 오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정동진역에 나진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섰다. 여행객들은 어떤 의자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내리자마자 여행객들은 그 노인을 깨우려고, “할아버지, 잠깐 일어나 보세요. 어? ..
2024.02.03 -
마지막 조국 6
그 후 수석(水石) 김영수는 2016년에 싱가포르 시민권을 얻었다. 반듯한 직장도 갖고, 어느새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이외에도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타밀어, 아랍어 등도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에 귀국하려 해도 다시는 갈 수 없게 되었다. - 아니, 갈 겨를도 없었다. - 부모님의 부고, 세레나 수녀님의 선종(善終), 그러한 일이 있어도 갈 수 없었다. 바빴기 때문이었다. 영수는 울면서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수석 김영수(영문명 피터 영수 김). 그는 대한민국 땅에서 불행했어도 싱가포르에 이민 와서는 행복을 찾았다. 폴란드계 싱가포르인과 결혼하여 3남 2녀를 두었다. 장녀 김경희 헬렌은 인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했고, 차녀 김미희 수잔은 도..
2024.02.03 -
마지막 조국 5
다음 날 영수는 친구들과 수녀님의 응원 속에 수능을 치렀다.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4교시 사회탐구 중 국사, 정치, 한국근현대사, 윤리, 5교시 제2외국어 중 중국어를 보았는데, 영수는 특히 역사, 정치, 중국어에 재능을 보였다. 얼마 후, 영수는 어느 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당당히 1등으로 합격했다. 합격한 해는 2010년이었다. 영수를 알아보는 학우들이 있어 지금은 괜찮지만, 영수는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고민 끝에 영수는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했다. 어떤 학우는, “영수는 그냥 취직이 나을 것 같아.” 또 어떤 학우는. “자격증 하나라도 따야 하지 않을까?” 그 말들이 자꾸 생각나 영수는, ‘이 나라에서는 취직 이외의 어떠한 길도 주어지지 않는다...
2024.02.01 -
마지막 조국 4
그리고 어느덧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시험을 볼 때가 다가왔을 때도 영수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지만, 영수의 기억에서는 고향에서 있었던 일들은 모두 잊혀진 추억이 된 지 오래였다. 영수 베드로도 이제 수능을 볼 때가 되었다.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고아원 친구들도 영수를 격려해 주었다. 만일 고향에서 이런 수능을 보았더라면, 아니, 그 전에 정신병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영수 베드로는 고아원 식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반겨줌. 그것이 없는 사회에서 살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수능 전날 밤, 세레나 수녀님이 영수 베드로를 부르셔서 수능 이후 무엇을 할지 진로를 결정하자고 말했다. 사실 영수는 아직 수능 이후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수녀님 - 영수 이제 수능 보네? 영..
2024.01.31 -
마지막 조국 3
영수는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은 펄쩍 뛰셨다. “이제 우리 집안, 어떻게 해야 하니? 자식농사 망치고 어떻게 살아!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나가지도 못한 주제에 뭐? 퇴학? 당장 선생님께 잘못했다고 빌고 와!” 그렇지만 영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엄마 아빠는 제 편이 아니에요. 제 편은 아무도 없고 오히려 가해자들 편이잖아요. 한 번도 저한테 관심 가져 본 적 있어요? 제 학교생활에 관심이나 있었나요? 나 엄마 아빠 미워요!”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한 말, “이제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 그따위로 살아가는 거 구역질이 나! 이제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니까 복지시설이나 고아원 알아보렴.” 그리고 엄마가 하신 마지막 작..
2024.01.30 -
마지막 조국 2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떤 친구가 말하기를, “영수는 마마보이야.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이렇게 비아냥대면서, “너 괴롭히는 것도 친구니까 이해해 줘야지?” 라며 인신공격을 했는데, 부모라는 자들은, “어쩌겠니. 참고 다니렴.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 둬.” 이러면서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고 학교폭력을 방조했다. 학교에 가면 영수의 책상에는 온갖 낙서들로 쓸 수가 없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영수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영수 책상에 쓰레기를 넣고, 영수의 성기를 만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영수는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다니느라 공부에 집중할 겨를이 없었는데, 부모라는 자들은 영수의 이러한 행동을 언짢게 여겼다. 엄마라는 사람은, “영수야, 네가 공부 열심히 해서 학교에서 성적을 올리면 되잖아! 왜 그런 행동..
2024.01.29 -
마지막 조국 1
소설 마지막 조국 堂井 김장수 김영수. 그는 1991년 8월 15일에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아이큐가 450 이상이었다. 3살 때는 천자문도 뗄 정도로 천재였다. 집안 어른들은 그런 김영수를 보고, “이 아이는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하시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4살 때인 1995년 3월 24일,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후 부모님은 초등학교 재학 동안 영수를 여러 학원에 보냈다. - 유치원, 음악 학원, 속셈 학원, 태권도 학원, 바둑 학원, 수학 과외 등 - 그렇게 부모님은 영수가 교양을 갖추는 사람이 되는 것을 바라셨다. 이때의 경험이 영수를 성숙한 직장인으로 성장한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수는 “대한민국에서 전에 살던 ..
202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