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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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영선수의 고백 1
소설 어느 수영선수의 고백 堂井 김장수 내 이름은 김성환. 1989년생이다. 나는 원래 장래가 촉망 받는 수영 선수였다. 게다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게 나의 오랜 꿈을 빼앗기고 어느 무인도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깊은 한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 때 병원에 가는 게 아니었는데…. 그 병원에 가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다. 다시는 수영을 못 하게 된 이후로는 무인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자연은 그 무엇도 내줄 뿐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과 다시는 수영을 할 수 없게 된 대신 대한민국에 대한 미련을 영원히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무인도에서 나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 6시에 일어나..
2023.12.13 -
어느 고려인의 고백 4(마지막회)
그 후 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딴 후 은퇴했다. 은퇴 이후에는 소치에서 어린이 쇼트트랙 강사로 일하고, 또한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소치에서 아이들에게 쇼트트랙을 가르치는 한편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또한 정부로부터 훈장을 몇 개 받았다. 그 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적에도 입국이 불허되었다. 불효자식이 어떻게 대한민국에 돌아갈 수 있겠는가. 이제 세월이 흘렀다. 대한민국에 돌아갈 수 없게 된 나이기에 후회는 없다. 이제 ‘조상순’은 죽어 잊혀진 지 오래고, ‘로베르트 조’라는 이름이 나는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러시아식 요리를 먹고, 아침에는 운동과 유도를 배운다. 낮에는 아이들에게 쇼트트랙을 가르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소설과 시를 쓴다. 이렇게 행복한 일과..
2023.12.11 -
어느 고려인의 고백 3
다음 날, 이삿짐을 꾸려서 인천공항으로 갈 준비가 되었을 즈음, 담임선생님과 목사님이 찾아왔다. 놀란 표정을 짓고서 말이다. “상순아, 정말 러시아로 갈 거니? 가게 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돼.” “너 거기 가면 예수님 안 믿을 거잖아?” 나는 한 마디 했다. 작별의 한 마디였다. “선생님들, 이제는 제 인생은 제가 개척합니다. 러시아로 가서 금메달 많이 따겠습니다. 훈련도 마음 놓고 못 하는 나라에서는 살고 싶지 않아요. 취직을 강요하실 거면 다시는 제게 말도 걸지 마세요!” “선생님은 네가 취직하는 거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 소원이 깨진 이상, 더는 한국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후회하지 마라. 떠나게 되면 못 돌아오니까.” “너는 이제 여호와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다. 가서 마음대로 ..
2023.12.10 -
어느 고려인의 고백 2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쇼트트랙 스케이트를 신고 전국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또한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곤 했다. 하지만 소속팀이 해체되어 훈련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 나는 시 관계자에게 전화하여 소속팀을 해체시킨 이유를 물었더니, “조상순 님에게 훈련비가 4백만 원이 넘어요. 4백만 원이면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을 두세 명쯤은 도울 수 있어요. 우리 시장님이 못 말리는 인권운동가인건 아시잖아요? 조상순님이 이해해 주세요.” 기가 막혔다. 이게 금메달을 따온 나에게 대하는 태도인가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화가 나서 부모님께 알렸더니, ‘그만두던지, 대한민국을 떠나라’는 대답이 나왔다. 결국 나는 밴쿠버 동계올림..
2023.12.09 -
어느 고려인의 고백 1
소설 어느 고려인의 고백 堂井 김장수 내 이름은 등촌(藤村) 조상순. 나는 지금 러시아 고려인이며, 소치에서 살고 있다. 소치는 비록 휴양도시지만, 이래봬도 2014년 동계 올림픽을 치른 곳이다. 비록 러시아의 최남단 도시이지만, 사계절 내내 따뜻한 기후에다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2018년 월드컵도 소치에서도 열렸고, 풍부한 먹을거리, 온순한 공기, 정말로 나 같은 사람도 살고 싶어 하는 살기 좋은 도시이다. 이제 나는 고려인이다. 러시아 사람이란 말이다. 이제 나의 러시아식 이름은 로베르트 조이다. 나는 다시는 한국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그러할 것이다. 나는 러시아 여자와 결혼했고, 언어로는 러시아어와 영어, 한국어를 동시에 쓸 수 있다. 내 나이 쉰셋인데,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3.12.08 -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3(마지막회)
출소 후, 미선이 누나가 마중을 나왔다. “경태 왔구나!” “누나!” 그 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라 경태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이를 지켜본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얼마 후 매형이 될 사람인 재 사이판 교포 사업가였다. “오경태라고 했나?” “예.” “경태 자네도 새 삶을 찾을 준비를 해야지. 이제는 배구 없는 세상으로 가지 않겠나?” 잠시 망설인 경태. 하지만 이제 한국에 대한 미련을 끊을 좋은 기회로 알고 대답한다. “네. 형님을 따라 배구 없는 세상으로 가겠습니다. 가기 전에 부모와 담판을 지어야겠어요.” 한편,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경태의 감옥 수감을 축하하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쳐들어온 경태를 보고 놀란다. “무, 무슨 일이냐? 경태야?” “돈 많이 벌어왔니?” 반성..
2023.12.08 -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2
그러던 어느 날, 경태에게 룸메이트인 성태우 선배가 접근해서는, “경태야, 이번 경기는 어차피 지는 경기라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원금만 5천만 원 줄게. 응? 부탁해. 한번만 우리 바람 들어주렴. 응?” 성태우 선배의 애교 섞인 말투와 만날 돈타령만 해대는 부모님…. 이제 오경태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승부조작’의 굴레를 뒤집어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승부조작은 범죄임을 알기에 그는 늘 괴롭기만 했다. 그렇게 3년 후, 신일 레이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경찰이 왔다. “오경태 씨 맞죠?” “예. 왜 그러시죠?” “잠깐 따라오세요.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합니다.” 이제 오경태의 배구 인생은 나락으로 치달았고, 경찰서에서 만난 성태우와 오경태. “선배, 어떻..
202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