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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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1
단편소설 배구선수, 조국과 인연을 끊기까지 堂井 김장수 1985년 12월 9일, 한 아이는 누나와 부모님의 축복 속에 태어났다. 그 이름은 오경태. 그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너는 훌륭한 배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기구한 운명은 그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결국 막아버렸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촉망받는 선수였고, 6학년 때는 모교(母校)를 전국 우승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어머니가 유언으로 남긴 말씀은, “경태야, 이 엄마가 없어도 굳세게 살아야 한다. 배구 열심히 하고…, 아빠 말씀 잘 들어라…. 미선이 너는 동생 잘 보살피고….” 이 말씀을 남기고 엄마는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 때부터 경태의 인생은 ..
2023.12.06 -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3(마지막회)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동수는 출소 후 정부에 글을 보낸다. 자신을 도와주고 알아주면서, 자신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 달라는 편지였다. 결국 정부는 동수의 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벨기에였다. 동수는 벨기에 국적을 취득한 후 한국 국적을 박탈당했다. 이제는 동수는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 빛이 넘치는 세계로 가게 된 것이다. 동수는 이제 기쁨과 꿈이 넘치는 곳에서 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벨기에의 유명한 건축회사에 취직하여 결혼도 하고, 완전히 조국과 인연을 끊었다. 그런 동수에게 처음으로 기쁜 소식이 들렸다. 동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동수는 스웨덴으로 날아가 노..
2023.12.06 -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2
하지만 동수는 달랐다. 동수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17세에 할아버지한테 엄한 꾸중을 들어야 했다. “너는 우리 문중의 이름을 더럽히려고 작정했느냐? 네 형을 봐라. 네 형은 제사 지내는 환경이 좋아서 의젓하게 행동하고 있는데, 뭐? 건축가가 되겠다고? 그 따위로 살 거면 이 집을 나가거라!” 동수는 결국 문중에서도 쫓겨나서 이곳저곳을 방랑하다가 결국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여러 가지 검정고시를 치른 후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교 건축학과에 다니면서 장학생으로 장학금을 받으면서 고학을 한 끝에 겨우 졸업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졸업 후 건축사에 입사한 동수 앞에 부친과 계모가 나타나서, “동수야, 부탁이다. 돈 좀 다오.” “동수야, 이제라도 다 그만두고 공장일 좀 하..
2023.12.05 -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1
단편소설 조국의 굴레를 무릅쓰고 堂井 김장수 1986년 5월 5일, 남들은 어린이날에 들떠 있을 때, 어느 가난한 집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 이름은 이동수. 동수는 가난한 집에서 신발장수 아버지와 행상 어머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동수를 낳던 도중 남편과 아들 둘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아버지는 결국 새어머니를 맞게 되었다. 새어머니는 돈을 물 쓰듯 써대고 한 번도 가족을 생각할 의사 따위는 추호(秋毫)도 없었다. 부친과 새어머니 사이에서 딸 미래와 아들 경수가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새어머니와 미래와 경수만 위하고 전처의 자식들인 동수와 형 민수에게는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동수와 민수 형제는 거지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어쩌다 설날에 세뱃돈을 받는 날이면 민수와 동수는 ..
2023.12.05 -
어느 과학자의 슬픈 노벨상 3(마지막회)
그로부터 20여년 뒤, 권덕곤 박사는 병석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평생을 살면서 불치병 연구를 해 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불치병 연구를 유익한 일에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이철수 그놈은… 절대로 대한민국에 못 오도록 해 주십시오. 그놈은 조국을 배신하고 노벨상을 탄 변절자이니까." 이렇게 마지막으로 권 박사는 가슴을 쥐어뜯는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 웁큭!" 이렇게 권덕곤 박사는 목에 피가 역류해 숨이 막혀 죽었다. 자신의 명예보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살다 간 노후가, 그 동안 이렇게 이룬 업적이 이렇게 병석에서 물거품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철수 연구원도 세월이 흘러 박사가 되어 있었다. 비록 노벨 생리 의학상을 탔지만, 권덕곤 박사의 생..
2023.12.05 -
어느 과학자의 슬픈 노벨상 2
어느 건물 복도에서 조세호 연구원은 이철수에게, "철수야, 이제라도 권 박사님께 용서를 빌어. 그 노벨상은 안 타도 돼.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남들과 똑같이 살면 되는 건데 넌 왜 그렇게 못해?" 그래서 이철수는 조세호에게, "나는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지 않아. 내가 노벨상을 타려는 이유도 대한민국의 명예를 빛내고, 나도 유명해져서 행복한 인생을 살려는 거야. 그리고 나는 남들과 똑같이 서민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것, 더는 참을 수 없어." 조세호는 결국 절교를 선언한다. "다음부터 한국에 오지 말고 미국에서 살아. 나는 너 같은 친구는 없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잘 됐네. 노벨상에 눈멀어 살 거면 대한민국에 뭐 하러 태어났어? 그냥 여기서 살지. 잘 됐네. 이제 너하고는 아무 말 안 할 거야." 조세호는 ..
2023.12.05 -
어느 과학자의 슬픈 노벨상 1
소설 어느 과학자의 슬픈 노벨상 堂井 김장수 1997년 12월 25일, 그 날은 눈이 내린 크리스마스였다. 어느 한 중년의 신사가 눈길을 걷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권덕곤. 유명한 과학자이고, 불치병을 고치는 과학자였다. 어느 날 권덕곤 박사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날은 권덕곤 박사의 만 50세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잔치에서 권덕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여기 있는 젊은 친구들 중에 노벨상이 탐나는 친구들도 있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은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불치병 연구는 비윤리적인 연구가 아니고, 노벨상이 탐이 나서 하는 연구가 아니고, 대한민국과 인류사에 공헌하기 위한 연구인 것이다." 권덕곤 박사는..
202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