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의 꿈(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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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의 꿈 17
◆새해를 맞으며한편, 2020년 1월 1일 새벽 5시에 일어난 진수는 혼자 도하 해변에 나가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어 본다.그냥 이대로 카타르에서 행복하게 해 달라고. 해변에 선 진수는 혼자 시를 읊는다. 마음과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도하 해변에서 상촌(霜村) 김진수 도하 해변에 나 홀로 서서다시는 갈 수 없는 고향 하늘을 떠올려 본다. 고국에서의 삶은 고통스러워서견딜 수 없는 고통의 연속. 아무리 누가 말해도대답 없는 메아리그리고 마이동풍 이제한국에서의 삶이 끝나는 이 시간나는 알았네.나는 더 이상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카타르에서 행복하니 후련하다.저 하늘에 떠오르는 여명처럼. 그리고 진수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대한민국, 안녕. 난 앞으로 두 번 다시는 한국 생각을 할 겨를조차..
2024.07.03 -
진수의 꿈 16
◆이역만리 타국 아래서그 후 진수는 한인교회에 계속 다닌다는 조건으로 카타르에 귀화했다.새 이름은 요셉 안드레 이브라힘 진수 킴이다. - 여기서는 그냥 진수로 하겠다. - 이후 진수는 카타르에서 알 라이얀에 정식으로 선수등록을 마쳤다.그리고 진수는 카타르 국왕의 도움으로 카타르 국민이 되는 대신 대한민국 국적을 박탈당했다.자신을 버린 한국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이다. 하지만, 뼛속까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진수는 축구와 공부를 하며 그 그리움을 이겨 나간다. 정식으로 진수가 귀화한 시간은 2019년 12월 2일이었다.한국이 그리워질 때면 새벽 4시에 일어나 도하 해변이나 항구에 나가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곤 했다. 어쩌면 축구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또 독서라든..
2024.07.01 -
진수의 꿈 15
◆조국과의 영원한 이별이민 준비를 끝마친 날에, 어느 이메일이 왔는데, 이 이메일을 열어보면 다음과 같다. 김진수, 네가 타국에서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닌데,너는 그냥 대한민국에 뼈를 묻는 것이 정상이기를 우리는 바랬다.하지만, 너는 우리의 그 절실한 희망마저 잔악하게 짓밟았다. 동시에 너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함께 짓밟았다.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있다. 네가 카타르에서 조국 없이 불행하게 사느냐,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을 참고 국민께 순종하며 행복하게 사느냐를 결정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이 기회를 놓친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당장 축구 포기하고 취직하느냐, 아니면 카타르로 가서 그 따위로 사느냐,둘 중 하나를 택해라. 다시 말하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잘 ..
2024.06.30 -
진수의 꿈 14
◆진수가 다니던 교실에서는진수가 카타르로 떠난다는 소문과 선생님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탈조선‘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학생, 안타까워하는 학생, 마음아파 하는 학생, 한숨 쉬는 학생 등이다.하지만, 선생님이 오시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공부에 열심이다. 이 나라의 학교에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진수는 어쩌면 그것을 간파했는지도.
2024.06.30 -
진수의 꿈 13
◆조국을 등지며(3)진수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후 급한 소식이 들려왔다. 담임선생님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소식이었다.그 선생님이 남긴 유언은 다음과 같았다. 진수야, 선생님은 네가 취직하기 바랐단다. 선생님은 자동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도중 차를 들이받았단다.선생님은 병원에 있었는데, 네 기자회견 소식을 들었어. 그 때문에 병이 더 악화되었어.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거다. 너는 대한민국에서 살기가 힘들어서 떠났겠지만,네 비겁한 행동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단다. 평생 계속 그렇게 살 거니? 너는 카타르 하늘에서 편하겠지만,국민들은 더 이상 너에게 관용을 베풀 일이 없다는 것만 기억하렴. 안녕, 진수야. 카타르에서 행복하기 바란다.희망이 넘치는 나라에 가서 어디 네..
2024.06.28 -
진수의 꿈 12
◆조국을 등지며(2)긴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그러면, 김진수 씨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과 이웃들을 영원히 등질 겁니까? 평생 카타르에서 주저앉고 말 겁니까?”진수는 대답했다.“평생을 남 눈치나 보면서 취직 면접 장소에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낫지요.한평생 취업 준비생으로 살기는 죽기보다 싫습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국가가 저를 보호해 주고, 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한국이라는 국가, 참 유별납니다. 누군가 ‘튀는 사람’이 있으면 배려해 주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국가가 저를 사랑해 주어야지, 국가가 저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평생 동안 무거운 짐이…….”그 말이 끝나기 전에 한 기자가 소리친다.“국..
2024.06.28 -
진수의 꿈 11
◆조국을 등지며(1)진수는 인천국제공항 앞에서 한국에서의 고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9년 12월 5일의 일이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카타르로 떠납니다.더 이상 국민이 주인이 아닌 정치인이 주인인 이 나라 대한민국을 모레, 영원히 떠납니다.도대체 국민 여러분은 제가 잘못되기를 바라십니까? 저는 지금도 잘 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에서 축구할 때 말이죠.저희 집이 가난할 때 여러분은 보태 준 거 하나라도 있습니까? 왜 제가 원하지 않는 삶을 자꾸 강요합니까?누구 인생을 망칠 일 있나요? 국민 여러분은 저를 한번만이라도 배려해 주신 적이 있습니까?한국 사회는 취직 이외에 어떠한 기회도 없고, 일자리 이외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아기를 낳는 것도, 연애도, 결혼도 성폭력인 ..
20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