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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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혼자가 아니다 2
고모의 편지 얼마 전에 영훈이의 고모님이 자선단체에 편지 한 통을 보내셨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어느덧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시점에 OO자선단체를 통해 저희 가족이 받은 위로와 지원에 감사드리고 싶어서 이 편지를 보냅니다. 저희 가족과 영훈이는 최근에 너무나도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뉴스에서 보던 사건·사고 같은 것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저희들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내게 되었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남은 조카 영훈이를 앞으로 어떻게 보살피고,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할지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고모인 저와 제 친정 부모님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키우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만 앞서서 저희들 또한 ..
2024.04.18 -
이제 혼자가 아니다 1
소설 이제 혼자가 아니다 堂井 김장수 홀로 남은 자신에게 2004년 3월 31일에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에서 태어난 수경(修耕) 조영훈은 4살 터울의 누나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서울대학교 입학을 앞둔 누나와 유복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고, 어머니마저 백혈병으로 쓰러지고 누나마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자, 영훈이는 더욱더 마음의 병이 깊어 갔다. 결국 2019년 2월 1일에 일이 터졌다. 집에 와 보니 부모님이 거실에서 쓰러져 있었고, 누나는 침대에 누운 채 숨이 끊겨 있었다. 집안의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하지 말아야 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 후, 이 험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15살 영훈이. 영훈이는 부모님과 누나의..
2024.04.17 -
고독사 12(마지막회)
에필로그 동욱 씨의 나이 어느덧 85세. 어느덧 두 누나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아내도 세상을 떠나 고독하게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조카들과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다. 동욱 씨는 자신의 친척들과 똑같이 자기 혈육을 잔인하게 저버릴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을 사랑으로 키우고 어머니가 못 다한 꿈을 반드시 이루고 만 것이다. 그렇게 동욱 할아버지는 89세의 생일을 맞았다. 조카들과 자식들도 찾아오고 손주들도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쇠약해지고 있었다. 몇 달 후, 동욱 할아버지는 파킨슨씨병을 앓았었는데, 몇 주 후에는 그 증상이 악화되었다. 자신이 갈 때가 되었음을 간파한 동욱 할아버지. 자식들과 조카들, 손주들이 보는 데서 유언을 남겼다.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2024.04.16 -
고독사 11
그 후 30년 세월은 흘러 30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3남매는 사이좋게 지냈다. 큰누나 성현경 씨는 경기도 연천에서 작은 식당을 경영했는데, 손맛이 좋고 재료가 신선하다는 소문이 파다해 단골이 늘었다. 그 후 조카딸이 이 사업을 이어받아 이 식당은 유명한 식당을 뛰어넘어 평양, 청진, 함흥, 서울, 파주, 개성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미국에까지 진출하여 굴지의 식당이 되었다. 특히 라면을 잘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체인점도 운영하게 되었다. 작은누나 성현미 씨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는데, 학교에서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고, 나중에는 근정훈장까지 받았다. 조카는 훗날 신의주대학교의 대학총장이 되었다. 동욱 씨는 아들 셋에 딸 둘을 두었는데, 하나같이 효성스럽고 착..
2024.04.15 -
고독사 10
잠시나마 행복했다 성동욱 씨 부부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경기 군포시를 찾은 2월 6일에는 눈이 내렸다. 성 씨 부부는 다음 달인 2월 3일까지 군포에서 머물며 어머니의 흔적을 정리하고 떠났다. “잠깐밖에 얘기를 못 나눴지만, 아들 부부가 참하고 착합디다. 딸들과 사위들도 참 착해요. 평생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고…. 어머니를 원망하는 기색은 없었어요.” 근처 슈퍼마켓 주인의 말이다. 아들 동욱 씨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 때문에 언론과 직접 접촉하길 꺼렸다. 어머니를 지켜드리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부인이 대신 이야기를 전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전화를 받고 남편이 한동안 힘들어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는 다른 가족과는 다른 상황이었으니까요. 다른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죠..
2024.04.12 -
고독사 8
이웃들의 동정 “현영 씨는 남편이 죽은 건 아예 몰랐어. 언제나 삼남매 보고 싶다고 했지. 애들이 안 보고 싶어 해서 찾아갈 수 없다고 했어. 고모랑 친척들이 애들 거둬서 잘 키워주고 있다고만 믿었어. 고 씨는 상봉 전까지 그렇게 알았었어.” 이웃주민의 말이었다. 3남매와 어머니가 만났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동네잔치를 열었다. 그와 동시에 3남매는 어머니가 자신들을 그리워했다는 진심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왜 좀 더 빨리 알아드리지 못했는가 하고 말이다.
2024.04.10 -
고독사 9
어머니의 행복한 임종 하지만, 어머니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 더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울 노릇이다. 어머니가 남긴 유언. “얘들아, 이제 사이좋게 지내라.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다 주님 덕분이다. 죽어서도 어른께 효도하고 아이들에게도 효도를 가르쳐 주어라.” 이 말을 남기고 어머니는 행복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 2022년 1월 24일의 일이었다. 아무리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라지만, 삼남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토록 간절했던 소원을 이루고 천국으로 떠난 것이다. 참으로, 동욱 어머니는 참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행복하게 자식들 품에서 돌아가신 것 아니겠는가. 2022년 2월 2일. 동욱 씨 부부..
202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