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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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7
고아원에 간 3남매 한편, 고 씨가 집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욱 씨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알코올중독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후 숨을 거두었다. 시누이가 고 씨에게 전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 고 씨는 그 사실을 아이들을 만나서야 알았다. - 누나들과 동욱 씨는 친척들 손에 자라거나 도움을 받은 적이 일절 없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뒤에 고아원에 버려져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생활했고, 친척들과는 연락이 끊겼고, 어머니가 자신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듣지 못했다. 어떻게 같은 핏줄끼리 이럴 수 있는지, 가족들이란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참 잔인하다. 그런데도 3남매는 사이좋게 지내면서 3남매 모두 공부를 잘 했다. 동욱 씨는 과학 논문을 써서 낸 후 최..
2024.04.06 -
고독사 6
어머니와 아이들 2021년 4월 4일. 빗줄기는 강한 바람을 타고 조금씩 굵어졌고, 차량 와이퍼는 바쁘게 돌아갔다. 성동욱 씨와 부인은 경남 창원시에서 5시간 반을 달려 군포시에 도착했다. 다세대주택 101호 앞 화단에는 비를 머금은 초록 잎사귀들이 있었다. 주민 할아버지는, “고 씨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식물들이다.” 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욱 씨는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전화를 받은 이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지만 한번 만나 뵙는 게 괜찮을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부인과 상의 끝에 어머니가 사는 집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는 큰누나와 작은누나가 매형들과 함께 어머니를 만나러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 후 삼남매는 어머니와 상봉했다.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얼마 후..
2024.04.06 -
고독사 5
삼남매를 두고 떠나온 집, 그리고 그리움 1986년 3월 22일, 고 씨는 밤에 몰래 집을 나왔다. 잠들어있는 삼남매를 내버려둔 채. 당시 아홉 살이었던 큰딸만 잠결에 어렴풋이 기억하는 장면이었기에, 몇 살 터울의 동생들은 어머니가 떠나는 뒷모습도 보지 못했다. 집을 떠나면서도 끝까지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고 씨는 더 이상 버틸 자신도 없었다. 술만 마셨다 하면 손찌검이나 해대는 남편. 그런데 임신 중인데도 남편의 폭력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 그게 최악의 불효이다. - 게다가 걸핏하면 돈 달라고 악을 쓰면서 집에 남은 몇 푼 안 되는 생활비마저 몰래 가져갔다.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 고 씨는 살고 싶었다. 언젠가 돈을 모아 아이들을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로 떠나온 고 씨는 악..
2024.04.04 -
고독사 4
코로나 때문에 고현영 씨가 살았던 경기 군포시 다세대주택. 고 씨는 이곳으로 이사 온 지 2년도 안 돼 홀로 방 안에서 이웃들의 도움을 받았다. 어느 날 코로나 19에 걸렸는데, 아파서 하마터면 세상을 떠날 뻔했다. 지독한 허리 통증과 고열로 도와줄 가족 없이 홀로 앓아왔던 어머니. “몸이 많이 아파…. 일도 못 나가고 꼼짝을 못 하겠어.” 2021년 4월 8일 목요일 경기 군포시의 다세대주택 103호. 고현영 씨는 몸을 옴짝달싹 할 수도 없었다. 지독한 허리 통증과 고열로 세상이 빙빙 도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기를 벌써 며칠 째. 고 씨는 식사는커녕 대소변을 스스로 가리지도 못했다. 홀로 사는 그 할머니를 도와줄 가족은 없었던 줄 알았다. 간신히 옆집 102호 아주머니와 104호 아주머니께 전화를 걸었..
2024.03.30 -
고독사 3
코로나 19의 창궐 이후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다음해 5월 말까지 498일째 이어진 길고 긴 코로나19 재난 상황. 그동안 14만 799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1,963명이 코로나19로 생명을 잃었다. 감염병 재난 국면에서 소중하고 귀한 생명이 덧없이 쓰러졌다. 모두 누군가의 소중하고 귀한 가족이자 이웃이었다. 숨진 이들 가운데 8명(올 4월 말 기준)은 세상이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무연고 코로나19 사망자.’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죽음. 사랑하는 이의 배웅조차 받지 못한 고인. 오래 전 헤어진 3남매와 극적으로 상봉한 고현영 씨(73)도 하마터면 무연고 코로나19 사망자가 될 뻔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자식들..
2024.03.28 -
고독사 2
어머니와의 상봉 성동욱(42) 씨는 지금도 가끔 그날이 생각난다. 동욱 씨의 어머니가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다는 전화였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던 어머니였기에 그 때 코로나 19로 돌아가셨으면 얼마나 괴로워할까 생각하니 섬뜩해진다. 지금이야 마음대로 어머니를 만나러 갈 수 있었지만, 어릴 때는 그렇지 못했다. 2021년 4월 11일, 동욱 씨에게 낯선 전화가 왔다. “경기 군포경찰서입니다. 어머니이신 고현영(73) 선생님이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습니다.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인계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동욱 씨는 ‘어머니’란 단어가 생소했다. 37년 전 집을 떠난 뒤 평생 연락 한번 나눈 적 없는 어머니. 남보다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던 어머니. 가족도 없이 홀로 다세대주택에서 지내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
2024.03.27 -
고독사 1
소설 고독사 堂井 김장수 불효자의 비애 ‘효자 집안에 효자 난다’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이기주의자, 불효자 천국이다. 자기 부모가 죽었는데도 찾아오지 않는다. 명심보감에서 말하기를,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않는데 그런 인간이 어떻게 효도를 바라겠는가?’라는 말도 있다. 부모의 이기주의, 자식의 불효, 이웃들의 무관심이 이런 참화를 불렀다. 부모라는 존재가 언제부터 그렇게 귀찮고 하찮은 존재가 되었는지 통탄스럽다. 나도 부모가 된다면 자식에게 효도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사건이었다. 성경 십계명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고 쓰여 있는데,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하느님의 복을 받을 것이고, 부모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죽이는 자식은 살 필..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