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음(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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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탈출 4
공무원 지망생에서 취업으로 공무원 시험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영어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받았고, 1년 6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험을 쳤고, 과목도 가리지 않고 일단 시험 공고가 났다 하면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보았다. 한국전력, 지방공사, 무슨 협회, 경찰 등 전국의 시험을 연거푸 치면서 좋은 성적을 내었다. 그러는 동안에는 실력도 늘고 시험 요령도 생겼다. 그러던 중, 모 지방공사에서 예정에 없던 채용 시험 공고가 났는데, 남은 기간은 한 달이었다. 정말로 평생을 공부한 것보다 그 한 달 동안 공부한 것이 더 많았다.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심지어는 슈퍼마켓에 초콜릿을 사러 갈 때도 손바닥에 적은 내용을 외우며 갔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시험을 보았는데, 영어 외..
2024.02.07 -
백수탈출 3
백수 탈출기 그 후 정지현은 7년 동안 다녔던 PC방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평소 공부를 좋아했는지라 공무원 시험 문제집을 보면서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물론 여자 친구도 그 공부를 도와주었다. 7년 동안 다녔던 PC방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공부를 하고 있으니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었다. 아버지께서는, “지현아, 꼭 취직해서 애비 기쁘게 하렴. 포기하지 말고.” 이런 격려를 해 주시면서 정지현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지현아, 이 어미는 네가 성공해서 부모 기쁘게 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이런 격려의 말을 들으니 정지현은 날아갈 것 같다. 여자 친구도 격려를 해 주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때는 인공..
2024.02.06 -
백수탈출 2
사회에서 겪은 일 졸업 후 25세가 된 정지현이 한 일은 컴퓨터를 고치는 일이었다. 정지현은 컴퓨터 용어와 컴퓨터 구조, 컴퓨터 프로그램을 독학으로 익혔고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컴퓨터를 고치며 돈을 벌었다. 컴퓨터를 배우고, 프로그램과 홈페이지를 익히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PC방에서 컴퓨터를 잘 고치는 PC방 직원으로 소문이 나서 다른 PC방에서도 컴퓨터를 고쳐 달라는 요청이 오면 주저 없이 컴퓨터를 고쳐 주고 돈을 벌었다. 그런 그가 하마터면 사기를 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어떤 사기꾼이 큰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정지현에게 접근해 왔는데, “나중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돌려보냈다. 그들이 가고 난 후 수상한 점을 간파하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한 범인의 신원을 ..
2024.02.03 -
백수탈출 1
소설 백수탈출 堂井 김장수 어린 시절, 그리고 대학교 시절 정암(淨庵) 정지현. 1993년 12월 2일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평범한 아이였다. 부모님은 농사를 짓고 계셨고, 동생도 형도 없었지만, 여자 친구(지금의 아내)가 있었다. 지현이는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학교 성적은 중위권인 그런 아이였다. 다인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뒤이어 안계중학교를 졸업했다. 비록 학벌과 집안 형편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자 친구의 도움과 사랑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안계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9살 때는 2002 월드컵의 4강 진출, 중3 때는 베이징 올림픽, 고2 때는 남아공 월드컵을 겪었으나 고3 때는 수능을 상위권으로 봐서 성일대학교 국어..
2024.02.03 -
마지막 조국 7(마지막회)
세월이 흘러 수석(水石) 김영수도 노인이 되었다. 싱가포르 국적으로 한국에 두 번째 방문을 했는데, 그의 나이 91세, 서기 2082년. 이제는 김영수도 천국에 갈 때가 되었다. 그토록 애증(愛憎)했던 대한민국의, 어둠 속에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면서. 폴란드인 아내는 3년 전 세상을 떠나 김영수는 정동진역 의자에 앉아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여보, 미안하오. 나는 당신 곁으로 가려 하오. 기다리시게. 나는 당신 곁으로 갈 테니까.” 수석 김영수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미 그의 영혼은 천국에 오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정동진역에 나진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섰다. 여행객들은 어떤 의자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내리자마자 여행객들은 그 노인을 깨우려고, “할아버지, 잠깐 일어나 보세요. 어? ..
2024.02.03 -
마지막 조국 6
그 후 수석(水石) 김영수는 2016년에 싱가포르 시민권을 얻었다. 반듯한 직장도 갖고, 어느새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이외에도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타밀어, 아랍어 등도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에 귀국하려 해도 다시는 갈 수 없게 되었다. - 아니, 갈 겨를도 없었다. - 부모님의 부고, 세레나 수녀님의 선종(善終), 그러한 일이 있어도 갈 수 없었다. 바빴기 때문이었다. 영수는 울면서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수석 김영수(영문명 피터 영수 김). 그는 대한민국 땅에서 불행했어도 싱가포르에 이민 와서는 행복을 찾았다. 폴란드계 싱가포르인과 결혼하여 3남 2녀를 두었다. 장녀 김경희 헬렌은 인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했고, 차녀 김미희 수잔은 도..
2024.02.03 -
마지막 조국 5
다음 날 영수는 친구들과 수녀님의 응원 속에 수능을 치렀다.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4교시 사회탐구 중 국사, 정치, 한국근현대사, 윤리, 5교시 제2외국어 중 중국어를 보았는데, 영수는 특히 역사, 정치, 중국어에 재능을 보였다. 얼마 후, 영수는 어느 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당당히 1등으로 합격했다. 합격한 해는 2010년이었다. 영수를 알아보는 학우들이 있어 지금은 괜찮지만, 영수는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고민 끝에 영수는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했다. 어떤 학우는, “영수는 그냥 취직이 나을 것 같아.” 또 어떤 학우는. “자격증 하나라도 따야 하지 않을까?” 그 말들이 자꾸 생각나 영수는, ‘이 나라에서는 취직 이외의 어떠한 길도 주어지지 않는다...
202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