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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 4
자식들과의 상봉(2)덕윤 씨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뻤다. 사실 덕윤 씨 3형제는 아버지를 너무나도 보고 싶어했다.아버지는 46년 전 어머니와 3형제를 떠났다. 하지만 덕윤 씨의 기억에는 아버지는 자주 가족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셨다.그런 아버지가 무사하시어 코로나19를 간신히 면하시니, 덕윤 씨는 너무 기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쩔 줄을 몰랐다.그 일을 어머니께 상의했더니,“죽은 사람 소원 들어준다는데, 한 번 만나보자.”이러시는 것이었다. 덕윤 씨의 형과 동생도 마찬가지였다.세월은 기 씨와 3형제의 관계를 돌려놓았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와 아들들은 가끔 안부 전화를 나누기도 했다.그저 오가는 형식적인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서로에게 진심을 담은 따뜻한 말도 가끔 나왔다.덕윤 씨는 아버지가 고시원에서..
2024.06.12 -
아버지의 사랑 3
자식들과의 상봉(1)2021년 1월 13일 수요일 오후, 기덕윤 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기덕윤 씨는 1971년 3월 4일에 태어났는데,아버지를 미워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중년이 되자 아버지를 동정해 왔다. 그런 때에 휴대전화를 받아보니,“여보세요?”“혹시, 기덕윤 선생님이 맞으신가요?”“네, 제가 맞습니다만?”“…주민센터입니다. 아버님이 기윤호 선생님이시죠? 부친께서는 무사하십니다.고시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는데, 부친께서 무사하셨다고 그러더군요.”덕윤 씨는,“아…”라고 입을 떼다가 아버지가 무사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아버지라는 단어를 입에 담아 불러보는 게 얼마 만인지 알 수 없었어도 말이다.“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고시원에서 혼자 지내셨어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
2024.06.12 -
아버지의 사랑 2
일생의 기쁜 날기윤호 씨는 1평 남짓한 방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밀접 밀폐 밀집 등 이른바 ‘3밀’ 환경인 고시원에서는 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윤호 씨는 원장 아들이 선물해 준 마스크를 쓰고 다녔기에 확진은 면할 수 있었다.한편, 46년 전 자식들 곁을 떠난 기윤호 씨.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식들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결단했다.자칫하면 코로나 사망자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무사히 넘겼다.그 순간에 감사하면서 자식들을 만나야겠다고 원장에게 말하자, 원장은,“최대한 도울게요.”이렇게 말했는데, 윤호 씨는 고마움을 나타냈다. 춘추(春秋) 79세의 일이었다.
2024.06.10 -
아버지의 사랑 1
소설아버지의 사랑堂井 김장수 고비를 넘기고기윤호 씨. 코로나19 때문에 하마터면 자식들을 영원히 만나볼 수 없을 뻔했던 사람.하마터면 무연고 고독사를 할 뻔했던 사람, 자칫하면 아들들을 만나보지 못할 뻔했던 사람.서울 어느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던 기윤호 씨였는데, 어느 날 유영미 원장에게 며칠 전 말했다.“나도 코로나 검사 받아야 하나?”그러자 유영미 원장은,“물론이죠. 그렇지 않아도 우리 고시원에도 확진자가 나왔대요. 다들 검사받으러 가셔야 해요.”유영미 원장은 이 말을 고시원의 모든 방을 다니며 말했다.그런데 이 말을 하지 않았으면 무연고 확진자가 될 뻔한 상황이었다. 2021년 1월 12일 화요일에,고시원은 오전부터 시끄러웠는데, 36호실에 사는 주민이 확진되었다는 소식이 전달되자 고시원은 발칵 뒤..
2024.06.09 -
사회의 피해자 45(마지막회)
여생을 보람 있게태홍은 그 후 핏케언 섬에서 환경 보호 연구를 하며 지냈다. 어느덧 할머니는 111세, 아버지는 109세,어머니는 120세를 장수하시다가 돌아가시고, 아내는 102세를 향수했다. 태홍도 많이 늙었다.그의 두 아들도, 영석도 태영도 늙었다. 이제 핏케언 섬은 아이들이 많아진 섬이 되어, 활기차고 아름다운 섬이 되었다.인구는 어느덧 240명이나 되었지만, 공항은 짓지 않았다. 비행기 소음 때문에 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태홍은 80세에 ‘핏케언 제도 지킴이’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장남 상명이 회장직을 이어받고,핏케언 섬은 옛날보다 많이 발전했다. 부두도 정비되었고, 대형 선박이 핏케언에 정박하게 되었다.하지만, 태홍의 나이 113세에 대한민국이 소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한국에 ..
2024.06.09 -
사회의 피해자 44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민 모씨의 발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사회비평가는,“민 모씨의 발언에 대해 ‘용접공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아느냐’는 비난이 나왔지만,이는 결국 민 모씨의 차별적 인식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인식이다.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서열’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그것이 제일 잘못된 악습인데도 한국은 그것조차 고치지 않다가 패망 일보 직전이다. 모 대학 사회학과 교수도“민 모씨는 다들 쉬쉬해 오던 진실을 말해 공적이 돼버린 것이다.우리가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현실과 추한 욕망을 꺼냈기 때문이다.그런 얘기를 직접 꺼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기에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현실은 이미 완전히 어긋나 있지..
2024.06.09 -
사회의 피해자 43
쉬쉬하던 ‘참혹한 진실’“우리 사회 근본적으로 돌아보자”라는 소리도 컸지만, 이미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된 지 오래였고,능력에 따른 불평등이 정당화됐지만, 사실 학력엔 개인의 노력보다 ‘배경’이 더 많이 작용했었다.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소득 3500만 원 이상 가구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로 월평균 100만 5000원을 썼다.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구는 11만 3000원을 썼다. 능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셈이다.한국은 이제 패망 직전이었다.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의‘대학진학에서의 계층격차: 가족소득의 역할’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저소득층이 2%, 중간층 7.5%,고소득층 90.5%로 차이가 났다. 성적이 똑같이 상위권이더라도 고소득층은 99...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