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선이의 꿈(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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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선이의 꿈 11
한국과의 마지막 인연2005년 12월 31일, 새해를 타국 땅에서 맞는 순간에 카트린 권은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는데,한 한국 친구의 이메일이었다. 명선이에게명선아, 새해도 얼마 안 남았구나.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어느덧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즈음이야.이제 너는 축구를 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으니까 너는 이제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야.네 아빠는 네가 떠난 후 정신병에 걸리셨고, 네 엄마는 맨날 울고 계셔.네 부모님은 네가 의사가 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셨었는데,네가 축구를 통해 출세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병이 더욱 악화되셨어.네 아빠는 매일 술을 드시고 명선이 내놓으라면서 고함을 치고 다니시고,네 엄마는 아예 식음을 전폐하신 채 자리에 누워 계셔. 네 오빠들은 의사 공부 열심히 하는 중인데,그 오빠..
2024.06.18 -
명선이의 꿈 10
크리스마스 날에얼마 후, 세월이 흘러 200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다.카트린 명선이의 하숙집에 나딸리 아주머니께서 파티 준비를 하고 계셨다.나딸리 아주머니는 생드니에서 빵집을 하셨는데, 청소부 장 아저씨와 부부 사이다.두 분은 카트린 권이 프랑스에 올 때부터 친해졌고,카트린 권이 귀화, 학업, 축구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었다.카트린 권이 축구를 마치고 하숙집에 들어오니, 저녁 7시였다. 7시 30분에는 장 아저씨도 오셨다.장 부부는 카트린 권을 위해 성대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情)이었다.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공부를 해라, 취업을 해라 잔소리가 많았지만,프랑스에서는 그저 카트린 권을 축하해 줄 뿐이었다.하숙집 아들 피에르와 딸 조세핀은 카트린 권을..
2024.06.18 -
명선이의 꿈 9
학교생활얼마 후인 2005년 8월 15일, 카트린 권은 13세에 프랑스 학교에 들어갔고,그 곳에서 프랑스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아랍어, 포르투갈 어, 독일어, 이탈리아 어 등을 열심히 익혔다.학교에서는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한편 축구 연습도 열심히 했고, 성적도 좋았다.한편으로는 프랑스와 프랑스 이외의 외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친구들은 축구와 공부를 잘 하는 카트린 명선이를 많이 아꼈다.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질투하거나 박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한국인 또래 교포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권명선, 너 잘난 척 좀 그만 해. 듣자 하니, 네 아빠, 너 때문에 정신병 걸리신 거 알고 있지?”라고 지껄인다. 또 다른 또래 교포는,“저 계집애는 아빠 인생 망쳐 놓고 축구는..
2024.06.18 -
명선이의 꿈 8
선생님의 슬픔한편, 권명선의 담임선생님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지만, 명선이에 대한 서글픈 감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는 것만이 정상이고 상식인 한국에서 권명선의 이탈은 선생님에게 큰 충격이었다.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권명선을 생각하며 통곡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흐느끼다 못해 어느새 통곡으로 바뀌어 버린 선생님의 슬픔.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명선이를 그리워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그 동안의 상처가 폭발한 듯, 돌아올 수 없는 제자의 처지를 괴로워하다가 말이다.“명선아……. 엉엉…….”하고 뇌까리며 통곡하는 선생님. 그런다고 명선이가 돌아올 리 없기에 그 슬픔은 더해 간다.그것을 지켜보는 친구들도 마음은 아프다.하지만, 명선이가 축구보다는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취..
2024.06.18 -
명선이의 꿈 7
프랑스 생활, 그리고 국적 박탈권명선이 도착한 곳은 프랑스 파리. 다행히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명선이는 프랑스어로 이민 절차를 밟았다.축구가 하고 싶어 이민을 왔다고 말하자, 프랑스 이민국은 권명선에 대한 이민 절차를 밟아 주었다.합법적 거주 5년이나 취업을 하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프랑스 학교에 다니게 된 권명선은 프랑스 언어도 열심히 익히고, 프랑스어뿐만 아니라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아랍어, 포르투갈 어, 독일어, 이탈리아 어 등도 익혔는데,프랑스 관리는 권명선이 여러 나라의 언어를 열심히 익히는 것을 기특하게 여겨 시민권을 주겠다고 말했더니,축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어느 유명한 여자 프로축구 구단에서 테스트를 받았는데,워낙 천부적인 소질이..
2024.06.18 -
명선이의 꿈 6
프랑스로 이민다음날 새벽, 명선이는 이삿짐을 싸들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부모님은 명선이와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아버지는 등을 돌리며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소리친다.“꼴도 보기 싫으니 얼른 꺼져!”아버지의 목소리다. 명선이는 아무 말 없이 짐을 꾸리면서 정들고 즐거웠던 집을 떠난다. 아주 영원히.그렇게 공항버스를 타고 떠나는 명선이. 배웅 나갈 사람 없는 외로운 길이다.인천공항까지 배웅하러 온 사람은 담임선생님뿐이었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중에도 명선이와 선생님은 말이 없다.인천공항 출국장 로비에서 담임선생님은 명선이에게,“이제, 떠나는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체념에 찬 목소리로. 명선이는 덤덤하게,“네.”“떠나게 되면 못 돌아오겠네?”“선생님, 저 축구 다시 할래요.”“그래. 그렇게 축구..
2024.06.18 -
명선이의 꿈 5
절연한편,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명선이 아버지는 분노와 증오를 삭이며 술을 마신다.그 동안 갖고 있었던 딸자식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다.“씨발…….”하고 한바탕 욕을 하고서는,“이런 개 같은 년 같으니라고! 씨발, 부모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야지, 왜 개지랄이냐!이런 개 씨발년 같으니라고…….”하고 뇌까리며 명선이에 대한 분을 삭인다. 그것도 소주를 마시면서.삼남매 중 막내딸이 자신을 배신한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너무도 취하여 퀭한 눈에는 분노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명선이 아버지는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해 절규하고 만다.딸자식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가슴 깊이 품은 채. 밤 11시에 집에 돌아온 명선이는 깜짝 놀란다.부모님이 명선이 이삿짐을 싸고 계신 것이었다...
2024.06.18